[Opinion]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글 입력 2018.06.30 15: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jpg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6/21 세종M시어터

캐스팅: 인우 강필석 / 태희 김지현 / 현빈 최우혁


종강을 하기 전부터 나는 고민해왔다. 한 학기를 버텨낸 나에게 어떤 보상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매우 진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티켓 오픈을 보고는 바로 마음을 굳혔다. 이거다! 평소 뮤지컬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보지 않을 수가 없는 극이었다. 주변의 뮤덕들이 <번지점프를 하다>를 얼마나 찬양하던지, 본 적은 없지만 넘버는 다 찾아 들었던 극이었기 때문이다.


70e9c4d5ec79e1b7c27bedc892ddaadb_1UmtQneaZE.jpg
 

개인적으로 세종M시어터는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티켓 부스랑 홀이 좁았지만 앞뒤 좌석 간의 거리가 있는 편이라 관극을 하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너무나 쾌적^^ 다들 세종문화회관으로 피서오세요...

캐스팅은 강필석, 김지현, 최우혁 배우님이었다. 강필석 배우님은 <번지점프를 하다> 초연 때부터 인우 역할을 맡아오셨다. 과연.. 그분은 인우 장인이었다... 보면서 정말 속으로 내적 오열을 얼마나 했던지 야광봉을 흔들고 싶었다ㅠㅠ 또 김지현 배우님도 태희 역할과 정말 잘 어울리는 연기, 노래를 보여주셨다. 일단 이미지부터 태희라는 역할과 찰떡이다.

 
70e9c4d5ec79e1b7c27bedc892ddaadb_dw98OEnkaU.jpg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1983년 여름. 첫 눈에 반하는 일 따위는 믿지 않는 국문학과 82학번 서인우(이병헌 분)는 적극적이고 사랑스런 여자 82학번 인태희(이은주 분)를 만난다. 자신의 우산 속에 당돌하게 뛰어들어온 여자 인태희. 비에 젖은 검은 머리,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당돌한 말투까지 인우의 마음은 온통 그녀로 가득 차 버린다. 그녀의 존재로 가슴 설레여하고, 그 사람의 손이 닿은 물건이면 무엇이든 소중하게 간직하며 사랑은 무르익어 간다.

험한 소리 퍼부으며 다시는 안 볼 것 같이 뒤돌아 가다가도 금세 혀가 말릴 정도로 그리움에 애를 태우는 그들에게 군입대라는 짧은 이별의 순간이 왔다. 그러나, 서로에게 짧은 이별이라 위로했던 그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지는데...

2000년 봄. 사랑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인우. 이제 그는 어엿한 가장이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다. 그러나 아직도 태희를 잊지 못하는 그의 정수리 위로 다시 한 번 쏟아지는 감정의 소낙비. 17년전, 소나기가 쏟아지던 그 여름 자신의 우산 속에 갑작스레 뛰어들었던 태희처럼, 다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람. 그녀처럼 새끼손가락을 펼치는 버릇이 있고, 그녀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터를 가지고 있고,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그 사람에게서 인우는 다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

뮤지컬과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거의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미리 사람이라도 영화의 장면을 어떻게 무대로 옮겨왔는지 비교하는 것이 쏠쏠한 재미일 것 같다. 그리고 2001년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초연과 재연의 프레스콜들을 보면 지금의 정서로 약간 읭스러운 대사들이 있다. 예를 들어 현빈이가 좋아하는 여학생 혜주에게 속옷을 선물하고, 혜주가 화를 내자 '좋아해서 그랬어..!'라고 한다든지... 이런 대사나 가사를 센스있게 바꾸어냈다.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낀 부분은 딱히 없었다.


70e9c4d5ec79e1b7c27bedc892ddaadb_JJLKxpnhZYDzh42SBDMlTIpM.jpg
 
 
공연을 보면서 좋았던 부분을 몇 개 꼽아보려 한다. 첫 번째로는 배우들의 (특히 강필석님) 연기다. 조연, 앙상블들의 연기도 센스 있고 좋았지만 역시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엄청났던 인우가 기억에 남는다. 인우의 회상과 현재가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이 극에서는 인우의 부담이 크다. 대학생 시절 태희와의 풋풋한 사랑과 현재의 혼란, 두려움, 사랑을 동시에 잘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딕션, 발성 부분에서 흠잡을 데 없이 넘버를 소화해냈으며 인우의 감정선을 잘 드러내는 연기도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는 연출이다. 특히 무대 전환의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보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 잦은 장소 전환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무대를 전반적으로 잘 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잦은 무대 전환에도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비 오는 장면의 조명. 앙상블들의 우산, 조명, 인우의 노래는 '그대인가요' 장면을 내 최애 장면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으로 이 극의 가장 큰 장점은 넘버이다. 서정적인 멜로디, 시적인 가사가 정말정말정말 아름답다. 덕후는 작곡가님, 작사가님께 그저 절을 한다...감사합니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1. 그대인가요

인우와 태희의 첫 만남. 자신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어온 태희를 잊지 못하며 인우가 부르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한 여름의 추억같은 게 아른아른거리는 기분이 든다. (나는 그런 추억이 없는데도...ㅎ)


2.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이 노래를 들을 때는 가사에 집중해보길 바란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유명한 곡답게 가사, 화음, 멜로디 모두 너무 좋다. 감사하게도 유튜브에 세로 라이브 영상이 올라왔다. 나는 백 번쯤 봤다ㅎ




3. 그런가봐

현빈이와 혜주의 꽁냥꽁냥이 돋보이는 곡이다. 혜주를 놀리다가도 스윗한 현빈이를 보면 아주 흐뭇해진다... 이 넘버는 영상으로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혜주, 현빈, 반 친구들의 안무와 가사가 아주 귀여우니까 ㅎㅎㅎㅎ

*

이상으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 온 후기를 작성해보았다. 이 글을 보고 한 사람이라도 극을 관람하러 갔으면 해서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았다. 극이 끝난 직후의 감정이 아직 생생하다. 가슴이 먹먹해지게 쓰린 첫사랑을 당신도 경험해보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새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