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걸을 때 가장 가볍다

글 입력 2018.06.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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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명력은 바로 ‘눈빛’에 담겨있다는
발상에 매료된 자코메티는 모델의
‘시선’에 집중했다.
그는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생명의 핵심이
‘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조각들을 영원히 살아있게
하기 위해 ‘시선’과 ‘눈빛’을 담고 있는
‘두상’에 몰두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라는 경고이다.

 죽음이란 늘 장엄한 모험처럼 생각하고 있던 자코메티는 수많은 우연을 통해 생명이 아무것도 아닌 하나의 ‘사물’이 되어 버린 것을 지켜보게 되면서 죽음은 자신에게도, 또 다른 이들에게도 매 순간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단지 무(無)이며, 보잘것없고 부조리한 것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무 살의 자코메티에게 그 날의 경험은 이 세상 모든 게 덧없는 것이 되게 만들었다. 값비싼 집을 사고 멋진 삶을 영위하는 그런 것들이 전부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보다는 호텔에서 살고, 카페처럼 잠깐 들르는 장소에 머무는 것을 더 좋아했다. 또한, 자코메티는 ‘인간이 산다’는 의미와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살아있는 동안 무엇이든 반드시 해내야 했다.


“죽어있는 인간도 인간이잖아.
보는 형체는 똑같거든.
근데 생명이 사라진 순간, 그건 그냥 사물인거야.
모양은 똑같은 인간이지만...
이 이야기는 뭐냐면 내가 죽어있는 걸 조각하는지
살아있는 걸 조각하는지 어떻게 알아.
그걸 찾아내는 거지...
난 살아있는 걸 표현하고 싶은거야.
바로 생명을 표현하고 싶은거라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위대한 가치

 자코메티는 매일매일 탄생의 기적을 경험한다. 날마다 진화하고, 밤이면 자신이 아침보다 더 나아졌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매일 다르게 보게 되고, 또한 더 풍요롭게 보게 된다. 그래서 자코메티의 눈엔 세상이 날마다 더 특별하고 더 흥미로울 수 있었다.

 자코메티는 자신이 매일매일 진전을 이룬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자코메티가 점점 더 빨리 달리고 전보다 더 많이 일을 하는 이유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비록 별 볼일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코메티에게는 과거의 작업했던 어떤 것보다 더 나은 것 이고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한다. 성과가 있거나 없는 것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자코메티가 원하는 것은 어제보다 오늘 더 맹렬하게 전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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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걸어다닐 때면
자신의 몸무게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가볍게 걷는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죽은 사람보다도,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가볍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바로 그것, 그 가벼움이다.”


인간은 걸을 때 가장 가볍다

 ‘걸어가는 사람’은 자코메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각 작품이자 20세기 미술의 상징이 된 작품이다.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뜨린 거칠고 앙상한 인체의 모습을 한 이 작품은 극한에 놓인 인간의 고독한 실존을 형상화했고, 고된 현실을 극복하고 성취를 위해 영원히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작품 역시 인간이 고통을 극복하려는 강렬한 시선과 의지를 담고, 걷는다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현대인에게 부여했다.
 
 불안과 고독 그리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며, 또한 작품 속 존재는 결국 죽음에 속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운명의 수수께끼를 싣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은 이런 ‘인간’이라는 숙명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그 끝은 어디인지 모르지만, 하염없이 걸어가는 가느다란 형체는 그 발걸음, 내딛는 발자국마다 의지가 느껴져 스스로 위대해 보인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철학

 자코메티는 전쟁의 참상을 겪고 허무와 허망함 속에 던져진 현대인의 모습을 가느다란 형태로 보여주며 근원적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예술가이다. 오로지 영혼을 담아낸 ‘시선’에 집중한 생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위대하다 할 수 있겠다.


[이상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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