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낭만을 위하여, '녹색광선' [영화]

글 입력 2018.06.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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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어느 날, 당신은 해변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일렁이는 바다에 붉은 노을빛이 비친다. 해는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다가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기 전 찰나의 순간 수평선에 녹색 불빛을 반짝인다. '녹색광선'이라 불리는 이 신비로운 빛을 보았다면 당신은 더 이상 사랑의 감정에 속지 않고 자신의 마음은 물론 다른 사람의 진실된 마음까지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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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 (1986)


델핀은 휴가 시작 전 친구로부터 여행을 함께 갈 수 없다는 연락을 받는다. 델핀은 긴 여름휴가 기간 동안 홀로 지내야 할 처지가 된다. 혼자서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은 델핀은 여기저기 같이 갈 사람을 찾아다닌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지만 델핀이 원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모두 델핀에게 알 수 없는 소외감만 줄 뿐이다. 델핀은 모두가 즐거워하는 여름날 한가운데서 몰래 숨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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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낭만, 나의 사랑, '녹색광선'

계획되어있던 여름휴가 일정이 깨지고, 우울한 마음으로 델핀은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한다. 친구들은 델핀에게 적극적으로 행동해야지만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행복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며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그녀를 재촉한다. 하지만 델핀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델핀은 자신의 인생에 찾아올 꿈결같은 낭만적인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난 뭔가를 믿어,
내 인생에 무엇이 다가오길"


델핀이 그토록 기다리는 녹색광선은 그녀에게는 단순히 보기 힘든 자연 현상이 아니다. 녹색광선은 그저 빛의 굴절로 인해 수평선에 초록빛이 나타나는 것뿐이지만, 델핀에게 녹색광선은 평생을 기다리고 꿈꿔오던 낭만적인 사랑이다. 영화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 쥘 베른의 소설 '녹색광선'에서 녹색광선을 보면 더 이상 사랑의 거짓말에 속지 않고 자신과 타인의 진실된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환상적인 말이 나온다.

델핀은 그 낭만적인 이야기를 듣고 기다리다 보면 자신의 삶에도 그런 특별한 순간이 찾아오리라 믿고 있다. 길에서 주운 카드의 녹색, 벽에 붙은 녹색 포스터 등 그녀는 자신의 삶에 나타나는 '녹색'에 의미를 부여하며 무언가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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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그저 기다릴 뿐

모두들 그녀의 우울한 성격을 두고 '가만히 있지 말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으면 뭐라도 적극적으로 해야지!'라고 그녀를 타박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바꾸는 대신 묵묵히 기다리는 자세를 택한다.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고, 소외되고, 결국 숨어서 자주 울어야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원하는 사랑이 올 것임을 믿는다. 델핀이 찾는 건 단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델핀은 진실된 사랑을 원한다.

진실한 사랑을 노력으로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일,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델핀이 보기 힘든 녹색광선을 기다리는 것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인연은 태어날 때부터 서로의 발가락에 빨깐 실로 묶여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이 있고, 그 인연은 노력의 여부와 관계없이 기다리다 보면 끝내 만나게 되어있는지 모른다.

델핀은 결국 녹색광선을 만난다. 그녀가 원하던 낭만적인 사랑을 찾는다. 영화 속 델핀의 환상적인 이야기는 아마도 영화라서 가능할 것이다. 현실에선 기다리기만 한다고 해서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연인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델핀이 묵묵히 기다리며 끝내 낭만적인 사랑을 만난 것처럼, 아주 가끔씩 현실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다 보면 델핀의 사랑처럼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인연이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김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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