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죽지 못해' 사는 이들을 위한 노래, 연극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글 입력 2018.06.1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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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직 살아있네요, 라는 제목을 읽고 또 시놉시스를 읽고 기억 저편에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때, 학원 버스에서 나눴던 대화 였다. 딱히 거창한 생각 없이 ‘선생님 사람은 왜 사는 걸까요?’ 라고 물었던 내게 선생님은 아주 단순하게 ‘태어났으니까 살지’라고 답을 했었다. 삶에 대해서 엄청나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청소년 액션만화를 즐겨보던 내게 그 말은 너무도 새로웠다. 그래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멋있다 생각하며 가슴에 새겼었다.

그와 동시에 2010년 연재됐던 황준호 작가의 "공부하기 좋은 날"이란 웹툰의 어느 장면 또한 떠올랐다. 한 학생이 자살한 이후,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이 있는 앞에서 ‘자살한 학생은 나약하고 어리석다’고 말한다. ‘지금 자살할 놈이면 사회 나가서도 죽는다’며 학생을 매도한다. 방과 후 텅 빈 학교를 순회하는 선생 앞에 자살했던 학생이 나타나 선생을 옥상으로 데려간다. 학생은 이 곳이 자신이 떨어진 자리라며, 선생에게 한번만 난간에 올라가보라고 말한다. 난간에 오른 선생은 두려움에 떤다.

학생은 이제야 알겠냐는 듯 웃으며 말한다. “무서우세요? 저는 옥상난간이 두렵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이 난간이 두려우실지 몰라도 저는 여기보다 학교가 더 무서웠거든요. 무엇을 두려워하는 가의 차이일 뿐, 선생님도 저도 두려움을 느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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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공부하기 좋은 날>
- 5화 '감사합니다. 선생님' 갈무리


당시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선생이 한 말과 같이 ‘자살은 겁쟁이들이 하는 짓’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나에게 ‘자살한 사람들은 인류 대부분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보다도 삶이 두려웠던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너무 신선했기 때문이다. ‘살아갈 용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죽음을 선택할 용기가 생길 정도로 삶이 힘들었던 것’이라는 식의 인식의 전환. 그때 나는 처음으로 ‘죽을 용기’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다. 살아가는 것 뿐 아니라, 죽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거구나. 자살한 사람들의 선택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거구나.

저 대화와 웹툰은 잊고있었지만, 그 영향을 받은 그 후의 나의 생각에서. 언제나 ‘삶’은 난제였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엄청나게 강렬한 의지나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태어났고, 또 살아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죽으려하지 않으면 살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은 다르다 할지라도, 어쨌든 삶 자체가 거창한 의지나 의미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살아지는 것이라면. 우리는 대체 왜 이 삶을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일까. 그런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 삶을 끝내는 데는 두려움을 갖는 것일까. ‘죽지 못해’ 살아있는 것일까. 인간은 왜 삶에 대한 집착을 갖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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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부터 이와 같은 고민을 하던 내게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라는 연극의 제목은, 홀린 듯 문화초대에 응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살아있지 않았어야 했다는 전제를 갖는다. 살아있지 않았어야 했는데 살아있는 이들. 정말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아있는 이들.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실제로도 연극은 ‘죽지 못해’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죽었어야 했고 심지어 자식들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인 부모가 ‘살아지기’에, 또 죽을 용기는 없기에 살아가는 이야기.

시놉시스까지 읽고 나는 이번 연극을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연극은 내게 답을 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내리지 못했던 것들에, 또 다른 의문을 던져줄 뿐이겠지. 하지만 나는 기꺼이 다른 이들의 고민 이야기를 들으러 가고싶다. 다른 이들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고, 또 어떤 식으로 풀어나갔는지를 보고싶다. 보고와서 지금 이 순간에도 들숨 날숨을 내뱉으며 살아가고 있는 ‘나’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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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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