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웨딩드레스를 벗자 <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
글 입력 2018.06.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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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는 여성이 결혼식 때 입는 의복으로 결혼이라는 행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웨딩드레스는 그 단어 자체로 결혼을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여성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웨딩드레스를 입는 꿈을 꾼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모두 자신이 바라는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는 개인적인 문제로 누군가는 사회적인 문제로 결혼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전시회였다.예전에 인터넷을 하면서 결혼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여러 번 있다. 대부분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은 고민에 관련된 글들이 많은데, 내가 본 글들도 대게는 그리하였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과 결혼 전 꿈꾸던 결혼 생활과 실제 생활과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 발생한 것들일 것이다. 여성에게 결혼이 뭐길래 이토록 고민에 빠지게 하는 걸까? 결혼은 왜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은 걸까? 나는 그 글들에 같은 여성이기에 공감하였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특히 이번 전시는 결혼 후 작업을 그만두었던 작가가 다시 참여한 작품이 전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작가 윤영혜는 결혼 이후 줄곧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을 살았는데, 본연의 자신을 찾고자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을 만들며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전시된 작품이 아니더라도 작가의 삶 자체가 보여주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로 하고자 했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조진주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텍스트들은 양육자가 딸에하는 말들을 대사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험한 세상을 살게 될 딸을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 문장들은 때때로 여성을 물화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모든 여성들이 한번쯤은 겪어봤던 ‘우리의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그동안 문제의식 없이 넘겼던 조언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다정함으로 포장된 억압들, 사랑으로 꾸며진 폭력이 더 적절한 형태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내가 미혼 여성이기에 더욱 공감이 갔던 작품이 있다. 바로 조진주 작가의 작품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텍스트들은 여성들이 가족이든 미디어이든 한 번쯤 들어봤던 말들이다. 나는 조진주 작가의 작품 속 텍스트들을 읽으며 작가가 말한 그동안 문제의식 없이 넘겼던 조언들이 알고 보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다정함으로 포장된 억압들, 사랑으로 꾸며진 폭력이라는 데에 매우 공감했다.이 말들은 여성을 위한다는 말로 포장되지만,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만 놓이게 만들며 일종의 폭력으로 작용하여 여성을 속박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종의 코르셋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여성은 굴레에 갇혀 사는 존재가 아니다. 이 점을 이제는 모든 세대가 이해할 때가 되었다.한 가지 더 많은 생각을 들게 한 작품을 꼽자면 바로 김병관 작가의 작품이었다. 김병관 작가는 원더우먼을 통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상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과거의 원더우먼이 남성 시선에 의한, 섹슈얼한 여성성의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현대의 원더우먼은 주체성을 띤 강인한 여성상으로 대변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사실 현대의 원더우먼이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남성들이 대상화하고 있는 여성성에서 벗어났다고는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또 많은 시간이 흐른 뒤 태어날 새로운 원더우먼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가 달라졌듯이, 현재와 미래의 원더우먼이 매우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작품들 외에 눈에 띄었던 것은 모녀가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이 여럿 눈에 띈 것이었다. 같은 여성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그들은 함께 느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결혼이 여성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그리고 여성은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부터 결혼에 속박된다는 것과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담은 여러 이면들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전시였다.[최은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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