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게 웨딩드레스란: 표현되거나 가려진 우리의 삶들. [전시]

글 입력 2018.06.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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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웨딩드레스란:
표현되거나 가려진 우리의 삶들


이번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Dear My Wedding Dress)>전시를 위해 서울미술관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서울미술관은 방문할 때마다 다른 이미지를 주는 곳이다. 이번 전시까지 해서 총 4번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5월의 서울미술관은 봄과 여름 사이, 푸릇푸릇한 나뭇잎이 돋아나고 있는 생기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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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웨딩드레스(Dear My Wedding Dress)>전시를 보기 위해 여러 작품들과 설명을 미리 참고하면서, 계속 머릿속에 남았던 것은 웨딩드레스, 결혼에 대한 이미지가 사람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는가였다. 결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르는 결혼식, 입는 웨딩드레스임에도 불구하고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그 이미지는 너무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지고, 이번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전시의 첫 부분은 웨딩드레스의 모습과, 그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주인공의 이야기, 그리고 결혼에 대한 감정들을 담은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평소에 쉽게 보지 못한 다양한 디자인의 웨딩드레스를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주인공의 이야기들 역시 꽤 흥미로웠다. 다양한 매체 속 나타난 인물들의 경험을 차용하여 만들어진 이 이야기들에서는 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여름’, 영화 ‘라라랜드’의 ‘미아’ 등 내게 비교적 익숙한 인물의 대사 역시 볼 수 있었다.

12명의 사람이 가진 각자의 이야기, 또 그 감정들을 묘사하는 이번 구성에서 특히 눈길이 갔던 작품들은, 웨딩드레스 혹은 결혼의 낭만적인 이미지에 가려진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결혼하면서 얻게 되는 아내, 혹은 엄마로서의 새로운 지위가 이들에게 부과하는 사회적인 역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많은 작품에서 표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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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한 책, 조진주

‘딸을 위한 책’이라는 이 작품은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가 딸에게 전하는 말들을 그림과 함께 나타낸 작품이다. 앞으로 딸이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아이를 걱정하는 듯한 이 대사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말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많은 여성들을 규제하여 수동적으로 행동하도록 억압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쉽게 들을 수 있던 이런 대사들을 표현함으로써, 여성에게 부과되는 다정함으로 포장된 억압, 사랑으로 꾸며진 폭력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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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fferrabile/Greifar Fern, 네자켓 에키시

이 영상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한 여성이, 웨딩드레스 등 지퍼를 올리려고 끊임없이 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웨딩드레스는 여성의 몸에 비해 너무 작게 만들어져 있어, 여성이 아무리 지퍼를 올리려 해도 올려지지 않는다. 몇 분 동안 계속되는 이 퍼포먼스는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미없는 노력을 하는 여성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의 몸을 규정하고 이를 특정한 제한에 종속시키는 비판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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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일지, 로리킴

이 작품에서 눈길이 갔던 부분은 다양한 색의 조합과 사용이었다.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들이지만 작품 안에서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색으로 표현된 작가의 감정과 생각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 속 한 가정의 여성,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작가 본인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것들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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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통해, 결혼에 관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이 결코 하나로 표현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것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여성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웨딩드레스 이면에 담긴 많은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너무나 화려한 웨딩드레스와 대조적으로,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아내로서, 혹은 엄마로서 부과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시는 이러한 현실을 마냥 비관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여성들의 역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겪는 현실이 표현되고, 이러한 방식으로 다루어질 때, 나와 같은 많은 관람객들은 그들의 삶을 한번 더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생 속에서 겪는 공통적인 순간인 결혼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사람들에게 잊어버리고 살던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혹은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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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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