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황인경과 스쿠터클럽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대구 공연 리뷰

글 입력 2018.05.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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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5]
황인경과 스쿠터클럽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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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하루에서 조금이라도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한 마디 격려처럼 느껴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황인경의 공연은 하나의 돌파구와도 같았습니다. 좋은 목소리로 좋은 음악을 노래하는 뮤지션을 눈과 귀에 담아오는 것은, 오후의 봄날처럼 분명 멋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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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 5월의 마지막 주 주말에 열리는 황인경의 단독공연은 대구 클럽 헤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헤비는 대구 지역에서 많은 청춘들의 든든한 무대가 되어주고 있는 공연장이기도 한데요. 크지는 않지만 관객과 아티스트가 함께하기에는 더없이 충분한 공간이었고, 관객들을 위한 의자가 따뜻한 배려와 함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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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대구 밴드 ‘이글루’의 사근사근한 무대로 시작되었습니다. 따라가지 않으려 해도 상대방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표현한 ‘부르지 않은 노래’, ‘눈 그리고 빛’, 성큼 다가온 이별을 직감했던 순간을 담아낸 ‘비가 와’, 오늘도 지쳐있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 ‘마음마음해’, 그의 마음과는 별개로 일편단심인 본인의 마음을 녹여낸 ‘좋아할래’까지. 수줍게 떼창을 시도하며 본인의 경험과 음악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기분 좋은 웃음이 살풋 났습니다. 꼭 서울이 배경이 아니더라도, 지금 여기에는,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꿈을 노래하는 좋은 밴드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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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등장한 황인경은 미발매곡 ‘장항선’, ‘언제든 슬퍼할 준비가 되있는 사람’, 그리고 작년 12월에 발매했던 싱글 ‘혼자 듣는 노래’를 연이어 불렀습니다. 나긋한 목소리에 그의 음악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야기를 마친 그는 관객들에게 첫인사를 건넸습니다.

“방금 부른 노래를 소개하려니 조금 쑥스럽다”고 이야기하던 그였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관찰하며 든 생각이었다’며 음악이 탄생한 배경과 담긴 의미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관객에게 감사를 전한 후, 그는 ‘273’, ‘빅뱅이론’, 그리고 다음달에 발매될 신곡을 잇따라 불렀습니다. 개인적으로 ‘273’은 가장 좋아하는 황인경의 노래이기도 하고, ‘빅뱅이론’은 노랫말이 누군가와 만나고 멀어지는 일에 대해서 요즘에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비슷해서, 큰 공감이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빅뱅이론을 들으면서 ‘누군가와 멀어지는 것은 완전히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남기고 간 세계를 배회하는 일’이라던 어느 책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또 하나, 다음 달 발매될 신곡은 녹음이 짙게 깔리고 바람은 살랑살랑 부는 여름날의 활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제주도의 빈 게스트하우스에서 기타를 치다가 만들어진 곡의 탄생과정처럼, 자연스럽고 풋풋한 음악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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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잔잔하고 짙은 감성의 곡들을 앞서 불렀다면, 뮤지션은 커버곡과 ‘늙은 개의 여행’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습니다. 특히나, ‘늙은 개의 여행’은 ‘이 곡은 무조건 라이브다!’ 싶던 곡이었습니다. 잔잔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무대는 음악이 시작되며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고, 모든 관객은 환호와 박수로 답했습니다. 스스로를 개에 비유하며 썼던 노래였던 만큼, ‘나의 주인이 나일 때여야만 온전히 떠날 수 있다’는 의미의 가사는 신나는 리듬과 함께 아로새겨졌습니다.

뒤이어 황인경은 전기뱀장어의 노래 ‘별똥별’과 싱글 ‘까만 그림’을 들려주었습니다. 별똥별은 관객들의 소소한 떼창으로 함께 불렀는데, 봄과 여름 사이의 지금 시기와 참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타이밍을 잘못 맞추신 관객 분께서 혼자 ‘stupid love song-’을 부르셔서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 )  사랑에 빠진 소년이 순수한 그 마음을 표현한다면, 결국 이 노래가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편곡된 ‘까만 그림’도 기존 음원과는 또 다른 차분함이 돋보였습니다.

공연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아쉬워하는 관객들의 탄식이 ASMR같다던 황인경은 마지막 곡으로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와 앵콜곡 ‘타고난 길치’를 들려주며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는데요. 음 하나, 낱말 하나 신중하게 노래하는 아티스트와,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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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경은 매달 하나의 곡을 발표하고, 그에 맞는 단독 공연을 하는 ’12 stories, 12 concer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해서 2월 이후로 프로젝트를 잠시 쉬어야만 했는데요. ‘황인경과 스쿠터클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쿠터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의연하게 농담을 하던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약 세 달 만에 진행된 이 무대는, 비단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도 참 많이 기다려왔던 자리였겠죠.

2시간동안 진행된 공연은, 포근한 음악과 아티스트의 재치로 더없이 즐거웠던 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아직 발매되지 않은 보석 같은 곡들이 벌써부터 눈치 없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 황인경의 싱글은 매달 9일에 발매됩니다. 앞으로 이어질 그의 노래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다음 주에는 아티스트와의 인터뷰가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황인경 아티스트의 많은 이야기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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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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