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마법같은 단어의 세계를 엿보다 - 책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 입력 2018.05.28 01: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입체 표지.jpg
 

무의식 속 뿔뿔이 흩어진 단어를 그러모아 문장을 만들고 글을 쓴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저가 지닌 음절보다 갑절은 많은 의미어를 품고 있고, 그렇게 의미가 집약된 상징이 빼곡히 쌓여 농밀한 문장을 만든다. 언어라는 통로를 거친 후에야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던 마음과 생각을 이 세계에 구현해낼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말들은 마법과 같다. 미묘한 감정부터 특정한 물체까지 이름이 있는 모든 것은 마법같은 힘을 지닌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존재한다고 해서 그 스스로 이름을 얻는 게 아니다.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를 담은 후에야 비로소 정제된 단어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겠지.

나고 자라며 자연스레 세상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 역시 신비로운 일이다. 다만 수많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더래도 그 용량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법. 글을 쓰다 보면 때로 하이에나처럼 단어를 찾아 헤메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좀 더 정갈하게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더욱 명료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사전을 뒤적인다. 마치 보물창고같다. 끝없이 이어지는 단어의 행렬 속 꼭 들어맞는 단어를 찾아내면 그만큼 기쁜 일이 없다. 내가 고른 이 단어가 무슨 뜻을 지녔는지 재차 마음에 새기고, 내 글에 소중히 옮겨 심어 싹을 틔우게 한다. 사전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움틀거린다.

그렇다면 이 사전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결국 인간의 손에서 탄생했음이 분명한 이 책은 글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쩌면 하나의 성서와 같다. 단어를 곱게 정제하고, 때로는 새로운 단어를 발굴하며 세상의 모든 것에 하나씩 이름을 붙이는 이들은 언어의 조물주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언어의 조물주. 서두가 참 길었다.

재밌는 책을 만나니 말이 길어진다. 사전을 만드는 편집자의 이야기,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라는 이름의 책이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째 사전을 써온 코리 스탬퍼의 책이다. “근사하고 음탕한 언어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끝내주는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전 편집자의 모험기로, 시종일관 유쾌하고 지적인 그녀의 매력이 가득 담겨있다. 단어가 만들어지는 마법같은 과정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설렌다.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_pop.jpg
 

책 정보

서  명: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원  제: WORD BY WORD
지은이: 코리 스탬퍼 | 옮긴이: 박다솜
분  야: 에세이, 인문학, 책읽기/글쓰기
발행일: 2018년 5월 20일 
펴낸곳: 윌북
면수: 388면 | 가격: 16,500원


2018-05-18 22;11;29.jpg
 


지은이 코리 스탬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제작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20여 년 넘게 일해온 사전의 작가이자 편집자다. 문자 중독 사춘기를 보내고 스미스 칼리지 의대에 입학했으나 자신의 길은 인문학에 있음을 깨닫고 중세 아이슬란드 계도 소설 강의를 들으며 라틴어, 그리스어, 고대 노르웨이어, 중세 영어 등을 공부했다.

메리엄 웹스터 유튜브 채널 [Ask the Editor]에서 논쟁적 단어들과 그 용법을 정확히 풀어내며 인기를 모았고,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뉴욕 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등에 언어와 사전의 역할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한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전적으로 언어에 헌신하면서 서서히 눈이 멀어가는 단어광이자 언어 애호가이며 어휘 수집가다. 세상의 모든 것을 정의 내려야 한다는 직업적 강박에 사로잡힌 채, 오늘도 좀 더 적확한 표현을 찾아 머릿속을 헤집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운영하는 블로그 주소는 korystamper.wordpress.com/, 번역하면 ‘무해한 노역’.



책 소개

주차장에선 이따금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건물 뒤편 유리에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매사추세츠 주의 변화 중인 동네. 벽돌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면, 사람들은 있지만 소리가 없는 기묘한 사무실이 나온다. 그 안에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칸막이 책상에 앉아 종이 판지 맛이 나는 커피를 들이부으며 오직 단어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전의 작가이자 편집자인 그들은 침묵 속에서 세상의 모든 언어를 신중히 채집해 체에 거르고, 분류하며, 정의 내린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째 사전을 써온 사람, 코리 스탬퍼도 그중 한 명이다. ‘읽기’가 생활이고 ‘쓰기’가 직업인 그녀의 삶은 가장 느릴 듯 보이나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이다. 종잡을 수 없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제멋대로인 언어를 한 권의 책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은 사전에 오른 단어 수만큼이나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다.

이 책은 “근사하고 음탕한 언어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끝내주는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전 편집자의 모험기로, 시종일관 유쾌하고 지적이며 경이롭기까지 하다. 선천적 유머 본능의 소유자인 그녀가 안내하는 현장으로 가보자. 작가, 기자, 편집자, 카피라이터를 포함해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씨름하며 매일을 보내는 세상의 모든 언어 노동자들이라면 그녀의 통찰과 필력에 곧바로 반해버릴 것이다.


매일,단어를만들고있습니다 상세페이지3 px.jpg
 

[신은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