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故김광석 노래로 일생을 이야기하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故김광석 노래로 일생을 이야기하다.
글 입력 2018.05.1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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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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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기 전 봤던 홍보 포스터에 '가장 김광석 다운 공연'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그런 문구를 사용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었다. 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보기 전에 이미 뮤지컬 '그날들'과 '그 여름 동물원'이라는 김광석님의 노래 혹은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봤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소재를 가지고 다르게 풀어내는 방식이 궁금하기도 했다.

“김광석” 다운 공연이라는 말의 의미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배우분들의 연주 위에 노래가 얹어지며 막이 오른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김광석님의 느낌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그 느낌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느낌이 김광석님을 떠올리게 했다. 기타의 선율과 잘 어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가 그런 생각을 나게 했다. (약간 비교해서 얘기하자면 ‘풍세’역을 맡았던 박형규 배우님의 목소리는 락 보컬처럼 더 힘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광석 다운 공연’이라는 말의 의미를 박형규 배우님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노래의 쓰임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형세와 그를 둘러싼 ‘바람 밴드’. 그와 그들의 일생은 김광석님의 노래와 함께한다. 그들이 만나고 겪는 모두의 혹은 각자의 삶이 김광석님의 노래들로 설명된다.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삶에 김광석님의 노래가 곳곳에 녹아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 공연은 특유의 시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감성을 순수하게 풀어내어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그가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를 스토리에 담아낸다. 그렇기에 ‘김광석 다운 공연’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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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의 일생을 모두 담아내려고 했던 것은 조금 욕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각 씬 마다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분의 감정이 관객에게 이어져야 하는 장면, 감정이 중요시되는 장면조차 이어지지 못하고 짧게 지나가버렸다. 때문에 그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다. 그들의 스토리 안에 김광석님의 노래가 함께 어울린다는 느낌보다 김광석님의 노래를 담기 위해 그 장면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일생을 모두 담기보다 몇몇 주요 사건들을 중점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었다면 함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장면이 더 많았을 것 같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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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처음과 끝의 연결고리였다. 수미상관 구조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 밴드’의 공연이라는 장면으로 시작해 ‘바람 밴드’의 공연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현재 시점으로 시작하여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그들의 흘러가는 삶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함께 현재 시점으로 돌아온다. 임팩트 있게 공연을 시작하고, 그 장면이 왜 나왔는지를 공연 내내 설명하고 마지막에 다시 그 장소로 이끌어 관객에게 장면에 대한 설득력을 갖게 한다.

또한, 그 장면을 통해 두 가지의 공연을 보고 있는 착각을 하게 한다. 바람 밴드의 콘서트 장면으로 시작해서 처음에는 ‘뮤지컬이 아니라 김광석 노래로 공연을 하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후 진행되는 내용을 통해 그저 스토리의 일부분이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장면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바람 밴드’의 콘서트 장면으로 다시 되돌아왔을 때 역시 뮤지컬이 아닌 공연장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때문에 뮤지컬과 콘서트 두 가지의 공연을 관람한 것 같은 좋은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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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나니 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보였는데, 그 아이들 역시 재밌게 본 것 같았다. 특히 1990년대를 살아왔던 X세대들은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그땐 그랬지’하며 추억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옛날 감성과 간혹 나오는 과한 연기들이 조금 오글거리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김광석 노래를 추억하고 싶은 사람들, 과거를 회상하고 싶은 사람들, 그저 좋은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들 모두 공연을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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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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