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 사는 이야기,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8.05.1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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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극장에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어요."

"제 노래하고 싶어요."


이번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는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입니다.

故 김광석님의 명곡들과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잘 어울리는
콘서트 같은 뮤지컬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흐리던 하늘이 나올 때는
낭만적으로 다가오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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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학번, 대학가요제, 2002년 월드컵, 응답한 추억들

'안녕하세요! 무역학과 95학번 백은영입니다!', 바람 밴드의 키보드를 맡은 신입생 은영의 자기소개에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떠올렸습니다. 95학번, 자연스레 제 학번과 비교해봤고 딱 20년 전이라서,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낭만이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그 당시 시대적 아이콘들이 많이 등장하고,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마주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품들부터 대사들 모두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요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록 밴드 '엑스', '대학가요제', '2002년 월드컵', '군대' 그리고 '김광석 소극장 콘서트'까지.

응답한 故 김광석의 노래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노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그 삶을 대변하는 노랫말과 멜로디로 전달해줍니다. 95년도부터 지금 현재까지 바람 밴드의 멤버들이 살아오는 시간을 뮤지컬은 담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담으면서 노래들은 천천히, 또 진하게 감정을 전달해줍니다. 또한 어쿠스틱으로 전달되는 노래, 그 자체의 힘은 관객을 울고 웃겼습니다. '서른 즈음에',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등병의 편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까지.

현실의 작은 이야기들이 시대순으로 이어집니다. 대학생활, 졸업 후 일상, 현실로, 흘러가면서 나의 이야기를, 또 내 옆에 앉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본 뮤지컬이 '김광석'이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추억하는 태도는 존경하는 느낌이 듬뿍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극장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한 예술가의 소원을 꼭 들어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고, '김광석'의 영향을 받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에 가장 진솔한 방식으로 '김광석'다운 뮤지컬을 선사했습니다.

본 공연은 김광석 뮤지컬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그렇게 느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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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낭만, 낭만

본 뮤지컬에서 바람 밴드의 일상은 현실적으로 그려졌지만 그 자체가 참 낭만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스스로 대학의 낭만을 누리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낭만을 외치는 바람 밴드를 보면서 저 역시 제가 멈추었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2년 동안 활동하던 연극 동아리가 떠올랐습니다. 원래, 연극보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곳이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연극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여했던 마지막 공연이 참 시원섭섭했습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라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고요.

이 공연을 보는 내내, 최근 제 친구가 다시 공연해보지 않겠냐고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다시 하기에는 너무 오래 쉬었다', '이제 졸업반인데?'라는 생각이 앞섰는데, 본 공연을 보면서 한 번쯤 졸업하기 전에 다시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낭만적인 생활 앞에 꼭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있겠지요. 참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낭만'이 있어야 '현실'이 있고, '현실'이 있어야 '낭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람 밴드가 훗날 직장인 밴드로 콘서트를 했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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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

뮤지컬은 내내 즐겁습니다. 소극장 뮤지컬인 만큼 관객들의 참여도 자유롭습니다. 소통하는 공연이었습니다. 관객 중 한 분이 무대 위에 올라와서 진짜 소주를 마실 정도로 말이죠. 그런 소소한 재치들이 이 공연의 매력이었습니다. 대극장에서는 절대 시도되지 않을 순간들이지만 이러한 웃음들이 소극장 공연들이 가진 친근한 매력이랄까요. 가까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또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끝까지 오늘 공연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 배우분들이 생각납니다.

늦은 대답을 드리자면 정말 행복했습니다.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라고 하셨죠. 뚝섬역 6번 출구 성수아트홀에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2시간 30분가량의 시간 동안 충분히 만족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진 앙코르 무대들까지. 정말 바람 밴드의 콘서트에 와 있었습니다. 유쾌한 시간에 돌아가는 길의 비 오는 거리가 낭만적으로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공연이 많은 분들의 행복 스위치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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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반부와 앙코르 공연은 영상 및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유쾌하고 즐거운 낭만적인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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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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