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투 이후를 다루며 출판계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도서]

글 입력 2018.05.1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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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잡지를 발간할 수 있는 자유 시대의 절정이라 해도 무색할 시대가 왔다. 노소를 막론하고 다들 자기 생각과 신념을 녹인 스타일의 잡지를 우후죽순 발간한다. 그리고 이제 그런 잡지들을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독립서점 또한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출판저널>처럼 잡지들의 본질인 '출판'을 다루는 잡지는 다시금 출판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출판저널>은 1987년에 창간한 대표 출판매거진으로 짝수달 5일마다 격월로 발간한다. 오랫동안 출판과 관련된 칼럼, 에세이, 정보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이번 504호는 '책 문화 생태계 모색과 대안 5' 특집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좋을 일터를 위한 출판환경에 대하여 다양한 분야의 글을 실었다. 언론노조 출판지부 성폭력실태조사 결과, <출판저널> 성폭력 실태 미니설문조사 결과, 이민경 저자, 문강분 박사 인터뷰를 통해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500호부터 '책 문화 생태계 모색과 대안' 시리즈를 기획하여 수록하고 있는데, 이번 호는 가장 화두 되는 미투(Me Too) 운동을 다룸으로써, 각 계층에게 필요한 내용을 다룬다.

E-book과 같은 전자기기로 볼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며 출판계에서도 상당한 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출판저널>은 말 그대로 출판의 본질을 다루며 그 속성에 대한 고뇌를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자 하는 잡지이다. 개인적으로 책은 E-book이 아닌 지면으로 봐야 책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저널>은 지면 그 자체로 주는 매력이 큰 책이므로 더욱 이 생각이 견고해지는 시간이었다. 한쪽 한쪽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각 저자들의 귀한 글들은 손맛에 감칠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대표로 에세이, 특집호를 다뤄 보며 우리가 흔히 보던 잡지, 책들의 근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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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스트 이산은의 에세이로 <출판저널>은 깊은 여행을 시작한다. 참 표지 색과 어울리는 색의 글이다. 격동의 시대를 이겨내고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 역사와 함께 봄이 다가왔다. 유난히 추웠다. 겨울은 추운 계절이 맞지만, 시린 계절은 아니었다. 춥기에 서로 함께했고, 시간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우리를 덮고 있는 지붕이 지붕의 역할을 하지 못해서 시리고 아린 시간이었다. 그 안에서 생판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서로를 내외하며 뭉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붕을 새로 고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로 추운 대로, 그대로 봄을 맞이했을 것이다. 갖은 먼지들이 우리를 뒤덮고, 콜록대고 있도록 방치한 지붕은 우리의 힘으로 걷어내고 새로운 지붕을 맞이했고, 그 지붕은 하늘에 떠 있는 노랗고 밝은 달을 하염 없이 바라보기에 충분한 지붕이었다. 새로운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은 온 계절의 어머니라고 해도 무색하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따뜻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사계절 모두가 생명에 대하여 준비를 하고 자신들만의 노력을 한다. 이처럼 우리도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체이다. 정해진 미래에 순응하며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살아가지 않고 미래를 결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유동적인 시간으로 간주하여 직접 한 나라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한다. 이산은 에세이스트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가능성을 제시했다. 온전히 자신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들을 지향한다.

우리 모두 한계의 유한성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존중하며 소중히 마음속에 내재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면, 모든 역사가 가능성의 총집합체가 되어 모두가 함께하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미투 이후, 좋은 일터를 위한 출판환경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하여 성폭력 없는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출판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각종 설문조사, 좌담, 인터뷰를 통해 심층적으로 다룬 특집호를 지금부터 알아보자. <출판저널>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건강한 일터가 좋은 책을 만드는 시작이 됩니다. 미투 운동이 반짝거리다 사라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미투 운동을 계기로 좋은 일터를 위한 출판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다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문구로 포문을 열었다.


1) 한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2016년 출판계 성폭력 실태 조사 리포트

- 2016년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구글독스를 이용한 온라인설문으로 응답을 받았는데, 성차별에도 갈래가 다양하고, 유형이 다양하여 항목화하여 조사하였다. 출판계에 종사하면서 업무와 관련하여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 사항 중 '일상적인 성차별 발언'이 압도적으로 55.90%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다. 이는 얼마나 많은 성차별 발언들이 인식되지 못하고 무차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성폭력의 종류에서도 언어적인 성폭력이 53.70%를 차지하며 응답하는 와중에도 언어적인 차별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성차별 발언은 남과 여의 역할을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해져 바뀌지 않는 완고한 개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발설된다. 이는 인식하기 힘든 부분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 때와 같이 성에 대한 성숙한 시각을 위해 많은 이들이 공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말들이 상대방의 성을 모독하고 깎아내리는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서로의 성에 대한 평등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와야 한다.


2) 성폭력 실태 미니조사

-<출판저널>은 출판계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미니설문조사를 했다. 구글폼을 이용하여 응답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였다. 출판계 내에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폭력 피해 경험의 여부에 대한 질문의 대답에는 지인을 포함하여 본인에 따라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총 51%로, 근소한 차이이지만 없다는 의견을 앞질렀다. 성폭력 가해자는 압도적으로 회사의 대표, 상사였다. 이를 통해 수직적인 관계에 있는 회사의 악순환을 보여준다.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자신의 부하직원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내세우며 상대방을 성폭력 하는 일들이 자신의 역량을 뽐내야 할 회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 횟수는 충격적으로 1회, 5회 이상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았다. 또한, 응답한 사람들의 성별은 여성이 85%, 남성이 15%로 사회적 약자가 누구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응답이었다.


3) #미투 이후, 좋은 일터를 위한 출판환경

-<출판저널>은 성폭력 없는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출판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현장 및 전문가들을 모시고 좌담을 나누었다. 좌담에는 책찌 대표 김영애,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박상융, 한국여성편집인 클럽 회장이자 경문사 편집실장인 박수연, 문화재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출판학회 고문인 부길만, <출판저널> 대표 정윤희가 참석하였다. 좌담에서는 미투 운동의 의미, 출판계의 성폭력 실태, 출판계의 양성평등, 페미니즘 도서 출판의 사회적 의미, 좋은 일터를 위한 방안들에 대하여 그들만의 생각을 나누었다. 직접 출판계에서 각자의 지로를 만들고 있는 이들이기에 현실적이고 자세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정윤희 대표는 "대다수 출판사가 합법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을 차별하거나 성폭력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라며 성폭력 실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또한, 언론노조 출판지부가 제안하는 성폭력 실태 개선안을 정리한 글로 좌담을 마무리한 기사를 통해 다양한 방안들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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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은 출판계를 넘어 다양한 업종에서 모두가 지니고 살아가야 할 키워드로 떠올랐다. 피해자가 본인이 아니더라도, 지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어야 한다. 그들은 수많은 시간을 혼자 고통스럽게 보내며, 긴 시간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의 결과로 선택한 것이 미투이기 때문이다. "Me Too"라고 말하는 것은 당사자만 아는 힘든 말이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100% 공감할 순 없을 것이다. 당사자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끔찍함이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기 위해 응원해주고 그들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용기 내 들어 올린 손을 묵살해서는 안되고, 그저 이슈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 손들어도 보이지 않는다면, 직접 자리에 일어서면 보이지 않을까.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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