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잃어버린 감정, 다시 찾은 치유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4.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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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 SeMA 소장작품 기획전 《잃어버린 세계》
전시기간 | 2018.03.27 화 - 2018.07.01 일
참여작가 |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윤석남, 최욱경, 권아람, 권영우, 기슬기, 김주현, 나현, 박소영,
              써니킴, 윤가림, 이불, 이소요, 장성은, 전소정, 정찹성 등
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THE SEOUL MUSEUM OF ART 전시실 2


《잃어버린 세계》展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수집해 온 작품들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이 자연과 관계 맺어온 태도를 새롭게 연결하고 읽어보고자 한다. 특히 절대적인 것에서 유기적이고 맥락적인 체계로 이행하고자하는 동시대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들 뿐 아니라 80년대 이후 여성적 생명력과 몸의 기억이 만들어낸 치유의 감각들, 또 70녀내 이후 자연과의 몰아적 조응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창작태도를 소개한다.





봄 햇살과 함께 따뜻한 봄 기운이 만연해진 4월 주말, 아직은 조용한 질서가 가득 찬 미술관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은 봄 날의 또 다른 넓고 깊은 사색을 향유할 수 있는 길이 된다. 관람객들의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어린이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주말, 시끌벅적한 말 소리와 웃음 소리를 내뿜으며 미술관에서 새로운 경험을 향유하고 있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들을 즐거운 웃음 소리와 함께 나는 나만의 사색의 공간으로 빠져 들어갔다.

《잃어버린 세계》展에서는 다양한 형식, 대상, 주체적 작가의 태도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개념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홀로 화이트큐브 속을 뚜벅뚜벅- 걷다가, 어느 한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망각에 부치는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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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 부치는 노래
2004, 28×33×4cm(×34), 27×77×4cm, 직물, 다색 석판


루이스 부르주아는 양식적 다양성과 표현주의를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트라우마와 자기 치유, 페미니즘 같은 주제를 다루는 작가로, 20세기 가장 중요한 조각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작품은 작가가 결혼 후부터 노년이 되기까지 자신이 입던 옷과 사용하던 천을 재배열 한 후 바느질해 만든 36쪽의 그림책을 펼친 것이다. 그는 향수, 그리움, 아픔과 상처 등 자신을 단단하게 옭아메고 괴롭히는 감정들이 찾아올 때마다 바느질이 그 모든 것을 함께 엮어 훼손된 것을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바느질을 하게 되었다.

'바느질 하다'라는 행위에 대해 사회는 인위적으로 수동적인 주변적 타자로서의 '여성성' 고착시켜왔다. 하지만 <망각에 부치는 노래>에서 바느질은 더이상 여성성이나 보살핌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저 한 인간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치유하며 승화시키는 수단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색감을 지닌 작가가 결혼 후부터 노년이 되기까지 자신이 입던 옷, 지나온 삶의 채취가 그대로 담겨있는, 과 사용하던 천의 재배열은 나의 어지러운 마음을 치유해주는 듯 했다.

거창한 재료가 아닌,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옷, 천, 바늘, 실 등이 주체가 되어 하나의 개념적인 예술이 되었다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쉽게 '예술'은 고급문화에 어렵고 난해하며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우연히 나온 대상, 생각, 감정, 태도가 모두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 예술의 영역이 점점 열리고 확장되고 있다. 작가가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향수, 그리움, 아픔, 상처 등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 그리고 이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미워하고 증오하고 슬퍼하던 대상에 화해와 용서를 위한 그 모든 것을 엮어낸 바느질 작품. 그리고 이 작품을 감상하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관객 한 사람. 이것이 예술이 줄 수 있는 위대한 치유가 아닐까.


[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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