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예술이 담겨 있는 곳, 서울시립미술관을 다녀와서

글 입력 2014.07.12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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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의 고즈넉한 정동길을 조금 걸으면, 아름다운 분위기의 미술관 입구가 등장한다. 가끔 야외 설치미술이 전시될 때도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엔 야외 전시는 하지 않았다. 시립미술관의 건물은 유럽식 건물로 건물 자체만으로 아름다움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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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시즌마다 전시가 바뀌어 볼거리가 많다. 가장 좋은 점은 무료 전시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운 좋게도 모두 무료전시였다. 1층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서울> 전시관이 마련되어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서울>은 한국으로 이주하여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는 전시로, 이들이 인식하고 표현한 한국과 그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에 대해 질문하는 기회를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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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바라보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예술가들의 본질적인 태도가, 다른 문화권으로의 이주를 계기로 흥미로운 결과물로 발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 전시를 감상하면서 작가들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반응하는 양상과 더불어 새로운 시각의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감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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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눈길을 확 이끌 만큼 흥미롭다. 벽면을 보면 “소원이 있으십니까?” 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망치를 이용해 소원 나무에 동전을 박으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내용의 전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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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보면, 거대한 통나무가 전시되어있고, 사람들이 박아놓은 여러 동전들이 박혀있다. 사람들의 소원과 염원들이 한 데 뭉친 평범하지만은 않은 나무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인도출신의 작가 작품인데, 민속적인 공예품을 사용하면서도 전통을 유머러스하게 부정하고 파괴하는 듯한 제스쳐를 보이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고민과 흥미를 함께 제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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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올라가보면, ‘오작동 라이브러리’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전시가 준비되어있다. <오작동 라이브러리>란 말 그대로 잘못 작동하는, 언뜻 이상해 보이는 오작동(Malfunction)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약적으로 전개된 정보화를 통해 정보에의 접근은 용이해졌지만, 올바른 선택이 어려워진 지식정보화 사회의 현상에 주목한다. 이들의 창작활동은 언뜻 이상해보이는 정보들로 나타나며, 이러한 지식과 정보가 축척된 공간이 ‘오작동 라이브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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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모니터 설치작이다. 다년간 언론사에서 일해 온 김경호는 ‘미디어의 권력’에 대해 주목한다, 제작과정과 전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결과의 오차들을 이 설치미술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모니터 안의 화면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며 병치되어있다. 불안정한 정보 전달 체계 안에서 작가는 개인은 과연 주체적인 인식과 소통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개개인이 일방적인 수용이 아닌 주체적으로 개입하고 사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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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새로이 사유하고, 개입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정보는 주류에 편재될 수는 없지만 정보의 가공과 수정을 통해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정보들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작동의 오류를 발견하며 기존의 것을 수정해나가는 것이 정보화시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일 것이다. 오작동 라이브러리는 ‘주체적으로 사유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한번쯤 고민해보게끔 하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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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들을 살펴보면서, 미술이 가끔은 난해하고 복잡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더 사유하고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해주는 매개체가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눈이 즐거운 구경이 아닌, 작가의 생각을 엿보고, 새로운 시각을 얻고, 철학적으로 많은 주제들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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