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상가이자 예술가인 고야가 전한 것 [도서]

<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를 통해 느낀 고야의 작품
글 입력 2018.04.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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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는 고야의 사상을 깊게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케 해준다. 평소 고야에 대해 ‘어둠을 표현한 화가’, ‘거침없이 무언가를 표현해내는 화가’로 떠올리곤 했다. 책을 읽어나가며 그의 작품과 그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규정해 왔던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상은 상당히 철학적이었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 놀라웠다.


p. 102

보들레르는 “사물들에 던져진 그의 시선은 본성적으로 환상적인 번역자”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존재하는 그대로의 세계에 던져진 시선이면서도 동시에 그 세계의 예상치 못한 차원들을 드러내는 시선이라는 것이다.


책에 수록된 고야의 스케치들을 만나며, 보들레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무언가의 원형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 하며 표현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 고야는 새로운 차원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의 문을 열어준다. 모두가 담아두기만 했던 본성을 잡아내기도 하고, 인간의 추악하고 뼈아픈 내면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야의 작품은 무엇이다 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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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살스러운 환영. 같은밤 4>


위의 작품은 고야의 ‘익살스러운 환영’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성이 잠들었을 때, 꿈을 꾸고 있는 중 자신에게 나타난다는 놀라운 존재이다. 커다란 얼굴에 섬뜩한 표정, 그에 상반되는 작은 몸으로 춤을 추고 있는 듯 한 행위는 이상하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의 작품이 아닌, 그의 내면과 환상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이와 같은 데생을 통해 자신의 정신세계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했다.

환영 시리즈를 넘어 자신의 정신세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여타 작품들은 현재 미술 이론가들과 감상자들에게 고야 그 자체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돕고 있다. 그가 자신의 사유와 삶에 대해서 얼마나 끊임없이 고찰하고 집중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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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쟁에 나타나는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해 『전쟁의 참화들』이라는 연작물을 그렸다. 현실을 바탕으로 그의 사상이 반영되어 제작되었다. 참화의 작품들은 현실 고발적 이면서, 인간의 윤리성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이 연작물 내에서 계몽주의 지지자들과 보편적 이상의 옹호자들이 대치되어 나타난다. 대치되는 이 두 세력 중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잘잘못을 명확하게 따지지 않는다.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잔혹함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만 같다. 두 세력이 상징하는 각각의 옷을 벗는다면 모두 폭력과 잔혹성을 펼치는 것은 똑같다.

위의 작품은 인간의 비윤리성을 넘어 폭력성에 무뎌지는 무심함과 냉정함을 보여준다. 지속되는 전쟁과 고문 그리고 죽음에 익숙해지고 이 행위가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전쟁이라는 행위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고발하고 있다.

고야의 폭넓은 시각과 냉철한 시사점은 우리에게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고야가 살았던 시대와 현재 우리고 살고 있는 시대는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사상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흑백논리에 치우쳐왔을지 모를 나의 모든 관념을 되돌아보게 한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정확한 경계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로서 고야가 전한 사상을 느껴본 시간이었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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