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기장, 내 감정의 저장고 [기타]

글 입력 2018.04.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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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우리는 살면서 크게 지치고 힘든 날이 한 번 쯤은 오게 된다. 자신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는 사건이 찾아온다거나 때로는 그냥 반복된 삶에 쉬이 지쳐버린 그런 날일 때 말이다. 그런 날이면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힘이 쭉 빠진 채 지쳐있는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매일이 삶에 지친다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자주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감정의 기복, 반복된 삶에 대한 우울에 하루하루가 허무하거나 괴롭거나 힘듦이란 감정들이 자기 전 나를 집어 삼키면서 나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우울, 오늘은 가볍게 그런 매일의 감정을 추스리는 나만의 방법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시작한지 겨우 세 달.

 차마 말하기 부끄럽지만 시작한지는 이제 석 달 째다. 사실 처음 일기장을 쓰게 된 이유에는 같은 외부동아리를 하는 언니가 활동을 하는 날 틈틈이 공책에 끄적끄적 무언가를 적길래 단순한 호기심으로 언니에게 "언니 뭐 쓰는 거예요?"라고 묻자 언니는 그렇게 말했다. 요새 하루가 너무 바쁘고 자신이 너무 깜빡거리다보니 아예 다이어리에 할 일을 적기 시작했는데 중간중간에 그 날 있었던 재밌었던 일, 화나는 일, 슬펐던 일 등등을 적는데 이게 쓰다보니 점점 감정의 기복이 줄어들고 마음이 편해져서 일기처럼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일기장이 아닌 그저 짧게 끄적일 수 있는 다이어리를 통해 자신이 느낀 감정들, 때로는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나면 그냥 아예 볼펜이나 펜으로 무자비하게 그 날 하루에 칸을 모두 검게 칠해버릴 때도 있다고 했다. 샤프로 죽죽 그어버리고 지우개로 또 지우다보면 머리도 같이 하얘지는 기분이라고 말해준 기억이 생생하다. '꼭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가 생긴다면 나도 꼭 해봐야지',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다짐하고는 또 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에 꼭 드는 다이어리를 만나게 되었다.

 친구가 어느 날 SNS에서 많이 화제가 된 '앨리스 전시회' 후기 사진들을 보여주며 같이 가자고 하는 말에 단번에 티켓까지 구매하고 약속을 다시 잡아 전시회장을 갔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지만 그런데로 재미있었다. 내가 발견한 다이어리는 밑에 사진으로 나올 거지만 내가 아주 좋아하는 붉은색의 앨리스의 상징인 트럼프 카드와 토끼가 그려진 다이어리였다. 구성도 너무 앨리스 테마가 돋보이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단번에 구입을 하고 그 날 첫 날부터 차곡차곡 내 감정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정말 일기처럼 글을 쓴 날도 있었고, 아니면 그 날은 유독 길게, 그 날은 유독 짧게 글을 쓴 날도 있었다. 그 날 마음에 들었던 곡의 제목이나 가사를 적을 때도 있었고, 그 날 봤던 영화나 연극의 대사를 적은 일도 있었다. 양식따위는 없었다. 예쁘게 쓰지도 않았고 굳이 색깔펜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다른 기타의 부분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내 자신의 감정을 담아낸다기 보다는 오히려 다이어리를 예쁘게 쓰는 거에만 집중하고 예민해질 것만 같아서 그랬다.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감정을 덜어내려고 구입을 한 것인데 오히려 또 다른 스트레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양식도 형식도 갖추지 않은 다이어리는 석 달치고 조금 꾸질꾸질해지기는 했지만 뭔가 뿌듯했다. 하루하루 무언가를 해낸 것만 같은 느낌이 좋았다.



2. 기록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

 정말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계획을 세우고 기록을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항상 펜으로 쓰기보다는 핸드폰이나 노트북에 써놓는 것을 더 선호했다. 계획은 아예 계획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해야하는 과제가 있지 않는 한 난 절대 계획을 펜으로 쓰면서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중학교 때 강제적으로 플래너라는 것을 써야했을 때 쓰기싫어 죽을 것만 같았었다. 정해진 양식들, 어쩔 수 없이 선생님께 보여줘야 하는 내용들, 다시 말해 '정해진 내용'들을 써야하는 것이 싫었다. 내가 쓰고싶은 것을 쓰면 안됐다. 오로지 공부를 뭘 했고, 얼마나 했는지에 대한 내용만 적어야 했던 것이 싫었다. 그래서 매일 플래너를 검사해야 하는 날에는 제출하기 한 시간 전에 대충 가지고 있는 문제집들을 훑어보고는 거짓말로 플래너를 작성했었다. 그 이후로도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항상 그 날의 계획을 짜고 생활을 하라는 말을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듣지 않았다. 그 날 하루의 내가 계획을 세우면 나는 그 계획에 맞춰 살아야 했다. 꼭 계획에 맞게 살아야 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괜히 나 혼자 지키지 않으면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 답답하고 싫었다. 그래서 나는 계획 세우는 일을 제일 싫어했다.
 
 기록도 그랬다. 내가 손으로 쓰면 항상 그 기록을 어딘가 보관해야만 했다. 핸드폰으로 적으면 항상 어디든지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직접 쓴 기록들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물론 사라지기는 둘 다 잘 사라진다.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적은 메모들 역시 삭제가 된다면 지면기록처럼 쉽게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백업 기능을 사용하면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펜으로 글씨를 끄적끄적 적고싶을 때가 있긴 했는데 수업 시간 빼고는 그런 감성들이 마구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내가 매일 하루에 틈틈이 무슨 글귀든 낙서든 펜을 끄적이는 게 낯설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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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사진이 계속 언급했던 다이어리이고 일기장이며, 내 감정을 모두 담아낸 일지이다. 되게 텍스트적으로는 거창하지만 정말 나에겐 지금 제일 중요한 책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들, 어디서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말들, 감정들을 한 곳에 쏟아붓는 곳이니 말이다.

 무언가에 지치고 외롭고 그 누구에게도 하기엔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들과 감정들이 있다. 가끔 위로같은 것들이 필요없을 정도로 우울하고 화가나는 일들이 일상 속에 존재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각자의 방법에 따라 그 우울과 화를 떨쳐버려야 한다. 모두 자신만의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의 글은 '이런 식으로 우울을 떨쳐보도록 해라.'와 같은 강요 어린 글도 아니고 '이런 방법으로 화를 추스려 보세요.'라는 추천이 담긴 글이 아니다. 오늘은 그저 가볍게 '나는 이렇게 해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호기심에 알게된 이 방법이 정말 내게 이런 효용을 줄 줄은 상상도 못했어서 말이다. 나만의 방식을 말하고 싶었고 나만의 경험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쓰다보면 질려서 더 이상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쉽게 빠진 만큼 또 쉽게 질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한 해의 끝까지는 꼭 함께 하고싶은 마음이다. 이 글을 보고있는 다른 이들도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상의 우울함과 화를 극복했으면 바라는 바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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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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