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글 입력 2018.04.25 09: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고도를 기다리며_포스터.jpg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저는 ‘고도’라는 한자어가 있는가보다 그래서 그걸 기다리나보다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무언가 ‘고도’라는 엄청난 것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극이 별로 재밌을 것 같지 않았죠. 오랜기간 저는 볼 수 있었음에도, 굳이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극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아트인사이트에서 문화초대로 기회가 생겼기에, 명작이니까 한번 볼까? 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막상 프리뷰를 쓰려고 찾아보니, 고도는 어떠한 한자어 같은 것이 아니라 ‘고도’라는 이름의 사람이었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고도’는 사람입니다. 누군지도 정확히 알 수 없고,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만나야하는 이유조차도 불분명합니다. 단지 극 속의 인물들은 ‘고도’라는 인물을 끝없이 기다리고, 기다릴 뿐입니다. 무언가 엄청난 가치를 위해서 기다리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엄숙하고 장엄한 가치를 말 할 거라 생각했던 연극이 불분명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니. 연극에 관해 단 한 줄도 찾아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던 스스로의 어이없는 착각에 실소를 날릴 즈음. 만약 ‘고도’가 정말 사람이 아니라 엄숙한 가치였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기다리는 것들도 어쩌면 부질없고, 실체가 없는 것들이니까요.


18.jpg
 

삶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기다립니다. 내일을 위해서, 혹은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서슴없이 희생하죠. 그렇게 나중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노력’ 혹은 ‘끈기’ 등의 긍정적 가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는 ‘내일’이, 혹은 ‘미래’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것들의 실체를 어느 정도 그리고 있고 그걸 위해서 노력한다고 생각하지만…글쎄요. 과연 다가올 미래가 우리가 상상하고 기다리는 그 모습일까요? 어쩌면 우리의 미래도 ‘고도’와 같은 것 아닐까. 어떤 것이고 나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채 단순히 ‘미래’라는 이유로 기다리며 현재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이것도 아직 연극을 보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의미 없는 말들일 수도 있습니다. 줄거리와 기획의도를 읽는 것만으로는 연극에 대해서 다 알 수 없으니까요. ‘고도’를 한자어로 착각했던 순간처럼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연극과는 한참을 빗겨나간 생각이고, 연극을 보고나서 이 프리뷰를 보면 이불을 차고 싶을 수도 있죠.


13.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불을 차지 않기 위해 벌써부터 연극에 대해서 공부하고 해석을 찾아보자면 연극을 막상 마주했을 때의 감동이 줄어들까 싶어 굳이 더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이불을 차지 않는’ 미래를 위해 연극을 행복하게 관람할 현재를 버릴 수 없으니까 말이죠. 또한 비록 딱 들어맞는 글이 아니고 미래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글이라도 중요한 것은 이 줄거리와 기획의도를 보고 스스로가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는 걸 기록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연극을 보고난 후 이불을 찰지, 내가 예상한 바가 맞았다며 내심 기뻐할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못할 정도로 연극에 압도돼버릴지 모르겠지만. 연극에 있어서도 ‘보는 날’ 그 자체만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이 하루하루도, 기다리는 이 설레는 감정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웹전단.jpg


[권희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