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누군가의 인생을 망친 극, < 고도를 기다리며 >

글 입력 2018.04.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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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건너는 길


고등학교 3학년 때, 엄마에게 왜 연극을 하게 되었느냐고 여쭤본 일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은퇴하신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딱히 연극과는 접점이 없는 청소년기를 보내신 걸로 알았던지라 문득 궁금해져서였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재수할 때 어쩌다가 <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극을 보게 되었는데, 그걸 보고서 '아, 저거구나. 저기 안에 삶이 있고 예술이 있고 모든 게 있구나.'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외할머니는 말리지 않으셨고, 엄마는 그대로 연극계에 발을 들였다. 그 이야기를 들을 당시의 나에게는 딱히 그 극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 극이 아니더라도, 무슨 극을 봤더라도 그것이 작품성 있는 극이었다면 충분히 연극에 취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이 제목을 잊어버렸다.


산울림 로고.jpg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연극 동아리의 졸업생 선배들이 하는 공연을 보러 갔었다. 홍대 근처의 그 작은 소극장을 찾아 혼자 걸어가던 길에 나는 <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배너가 서 있는 극장을 보았다. '산울림 소극장'이라고 적혀있었고, 지금과 같은 흑백 톤의 사진이 있었던 것 같다. 잠시 그 앞에 서서 공연 기간을 확인하며 조만간 한 번 보러 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또 잊어버리고 연극을 보러가지 않았다.

그리고 3년이 흘러 4학년이 되었고, 나는 이번 학기 극 연출을 하기 위해 겨울 방학 동안 대본을 썼다. 생전 처음으로 써본 그 극은 < 나방 이야기 >라는 제목의 극이었다. 글을 쓰고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그들은 이 극이 마치 < 고도를 기다리며 > 같다고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가 고도를 기다리는 내용의 극이라는 것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내 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내용의 글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대본이 실험극 같은 인상이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비록 갑작스럽게 동아리를 나오게 되면서 극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희곡 공모전에 내거나 돈을 들여서라도 극을 올려보고 싶어서 가끔 대본을 수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미 < 고도를 기다리며 >는 보지는 않았지만 스포일러를 당해 내용을 대충 아는 영화처럼 내 머릿 속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었고, 그런 상태로 내 기억 속에서 다시 잊혀져갔다.

3년 동안 학기 중에는 어김없이 하나의 일정으로 꽉 차있던 오후가 비게 되면서 나는 같은 과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그렇게 연극 없는 생활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트인사이트에서 문화초대가 왔고, 학기 중엔 으레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서울에 가기 힘들테니 넘기려고 하면서 무심코 폰을 켰다.


ART insight 문화초대
< 고도를 기다리며 >.


고도를 기다리며 보러 간다고 했더니 엄마가 차갑게 말씀하셨다.


"내 인생을 망친 극."


같이 보러갈까?

보러 가지 않겠다고 하셨다.





고도를 기다리며
- En Attendant Godot -


일자 : 2018.04.19(목) ~ 05.20(일)

시간
평일 19:30
주말 15:00
월요일 쉼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주최/주관
극단/소극장 산울림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75분 (인터미션 : 10분)




문의
극단 산울림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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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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