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죽음과 탄생, 부활의 서사, 손없는 색시

글 입력 2018.04.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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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색시 연습 사진 (5).jpg


[Preview]
죽음과 탄생, 부활의 서사
손없는 색시


연극 정보 사이트에서 <손없는 색시>의 정보가 올라 왔을 때, 필자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기묘한 인연을 느꼈다. 손 마침 남산예술센터에서 <처의 감각>을 감상하고 잘 잊혀지지가 않아서 분석심리학자 융의 책을 읽었는데, 기가막힌 타이밍에 또 설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심장이 떨리지 않을 수 없다. 남산예술센터는 이번에 '웅녀'가 아닌 '손없는 색시'를 무대에 올렸다.

필자는 '손'이 없는 느낌을 알고 있다. 필자가 연재하고 있는 의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필자는 그와 비슷한 꿈을 꾼 적 있다. 분석심리학자들이 꿈을 집단무의식과 개인무의식이 온통 엮어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지혜로운 통로라고 주장했음을 생각해볼 때, 필자의 꿈도 단순히 '개인적인' 꿈이 아니라, 집단적인 무언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필자의 꿈에서도 '손의 상실'은 곧 능력의 상실이자, 욕망을 추구할 수단의 포기였다. <손없는 색시>에서도 손을 '욕망의 상실'이자 '인간의 삶을 이어가는 수단의 상실'로 표현된다. 사실 개인적인 경험뿐이 아니라, 손은 다양한 심리치료 장면에서 일반적으로 비슷한 가설을 내놓는다. 사실 상징의 힘은 강력한 것이라, 개인의 경험에만 국한될 필요도 없다. 엉클샘의 손만해도 국가나 문화와 같은 거대집단 속에서 손은 늘 인간의 주체성과 능동성 그 자체였다. 그 손짓에 수많은 장병들이 입대한 것처럼, 때때로 정신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미 수많은 연구가 정신적인 것들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이미 떨어져나간 팔을 아파하는 환자통 환자를 떠올려도 좋다. 우리는 없는 것도 잃을 수 있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손없는 색시>는 그런 이야기의 연장처럼 보인다. 연극이라는 거대한 솥에서 이미지와 이야기는 배우와 대사에 녹아들어 현실로 구현된다.


손 없는 색시 연습 사진 (9).jpg
 

필자가 <손없는 색시>에 거는 기대가 더 특별한 이유는, 시놉시스를 통해 읽은 이 연극이 결국 '재생'을 모티브로 하기 때문이다.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극이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인간의 나침반은 희망을 가리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연극을 좋아한다. 사실 필자는 무대에 오르는 모든 비극도 우리의 삶을 좀 더 성찰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고통은 마음을 찢어놓기도 하지만, 다시 이어붙여진 피부는 더욱 두꺼워진다. 경험뿐만 아니라 예술도 그런 역할을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연극을 희망을 위한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는 솔직히 희망이나 기대가 없는 연극은 탄생조차 할 수 없다고 본다. 개인의 자아는 던져진 순간부터 끝없는 공포와 직면해야 하는데, 그런 삶에서 희망조차 없다면,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필자에게 예술이 가진 여러 특성 중 하나를 재기와 부활로 본다.

<손없는 색시>에는 죽음과 탄생의 상징이 교차되어 제시된다. 전쟁으로 남편이 죽고, 고통스러워 하는 색시를 싫어한다며 스스로 떨어져 도망간다. 색시는 자살하려 하지만, 아이를 잉태한다. 아이는 노인의 모습이다. 단순히 '손'이 떨어진다는 사건에서 멈추지 않고, 죽음과 탄생을 교차한다. 사실 시놉시스는 연극을 담기에는 너무 적은 정보를 담고 있기에,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는 예상할 수 없다. 그래도 연극이 손 잃은 사람들에게 더 특별한 치유와 기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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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색시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04.26(목) ~ 05.07(월)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04.30(월) 쉼
05.07(월) 공연 있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서울문화재단, 예술무대산

제작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산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80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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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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