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네모의 힘, ‘카드’의 시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4.1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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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의 일이었다. 어쩌면 네모는 아주 오래 전부터 세상을 지배해오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단적으로 ‘보편적인 책상 위’라는 작은 공간에 한해서만 한 번 얘기해볼까? 일단 나의 것이 그러하듯이 대부분의 책상들은 거의 그 자체로 사각형이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책꽂이와 많은 책들, 공책과 A4 용지, 지우개를 보라. 전화를 받다가 무심코 집어 들곤 하는 접착 메모지와 작은 지갑,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은 또 어떤가. 역시 모조리 다 네모다. 이쯤 되면 새삼 소름이 돋는다. 문득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니 걸려있는 네모난 달력의 모서리가 유독 강조되어 보인다. 티슈 박스, 침대, 돈, 액자… 꽤 합리적이고 일리 있는 생각인 것 같지 않은가?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에 네모가 이토록 우리의 일상을 빼곡하게 채우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다만 추측해보건대 우리의 생활에 가장 유용하고 편리한 모양이라고 인식 되어서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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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금의 네모는 비단 우리의 일상에서만 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가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세상이 현실 못지않게 중요해진 오늘날, 네모는 SNS라는 날개를 달며 모바일 세상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바로 ‘카드뉴스’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사실, 카드뉴스는 몇 년 전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정보 전달을 그 목적으로 이미지 중심에 간단한 텍스트를 덧붙여 만든 게시물에서 처음 비롯되었다. 대표적으로 각종 생활정보나 음식 및 화장품 추천 등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곧 이러한 카드형 이미지 콘텐츠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가 되자 이를 마케팅 측면에 활용하는 크고 작은 업체나 기업들도 더불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독자 입장에서 이러한 카드형 게시물은 하나의 텍스트 라기보다는 이미지로 인식되어 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줄글 게시물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데다가, 짧은 시간 안에서도 압축적으로 핵심적인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기업의 광고, 홍보적 관심이 커지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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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이러한 기업의 관심은 곧 언론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른바 ‘한컷 뉴스’라는 이름으로 카드형 콘텐츠 게시물의 방식을 차용하여 뉴스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등장 당시 이것은 기존의 뉴스 형식이 가졌던 육하원칙을 깨뜨린, 상당히 파격적인 방식이었다. 육하원칙이란 원래 뉴스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글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문율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지켜졌던 불문율이라 할 지언정 거대한 시대의 변화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긴 글 읽기를 선호하지 않는 현대인의 취향과 작은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이라는 포맷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유로운 구성과 극히 요약된 정보의 카드 뉴스는 시대 흐름 앞에서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카드형 뉴스 글에는 그 형식이 기존의 뉴스와 같지 않고 매우 자유로운 데에서 기인한 심각한 단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글의 성격에서 오는 ‘모호함’, 그리고 ‘전문성의 결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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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예시로 만들어 본 카드뉴스 이미지.
카드뉴스 제작 사이트를 통해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먼저 엄밀히 말하자면, 카드 뉴스는 사실 ‘뉴스’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뉴스의 부차적 목적인 정보 전달 기능에 한해서라면 이 포맷은 정보를 단시간 안에 핵심적인 것만 간추려 전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목적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선적으로 뉴스는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연히 카드 뉴스는 ‘뉴스’라고 칭하기에는 애매한 속성을 지니게 된다. 새로운 것을 ‘취재’해서 만든다기 보다는, 이미 취재된 기사를 재구성하고 요약하여 재전달하는 ‘요약집’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한편,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에서 오는 ‘제작자의 전문성 결여’ 문제가 있다. 최근 SNS 상에 수시로 올라오는 언론사의 카드 뉴스 게시물을 보면 크고 작은 오타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종종 카드뉴스의 소재로 삼아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비록 카드 뉴스가 현재 뉴스의 2차 가공물적 성격을 띄기 때문에 뉴스 원문만큼의 제약을 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언론사에서 올라오는 카드 뉴스는 다른 게시글보다도 더욱 공적인 성격이 짙기 때문에, 보다 전문성 있고 꼼꼼하게 글의 구성과 내용을 검수하여 제작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해 보인다.

 이렇듯 카드 뉴스라는 새로운 포맷은 첫 등장 이후, 시간이 흐르고 콘텐츠의 생산이 활발해지며 점차 그 형식과 내용에서 오는 장점과 단점을 양날의 검처럼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새로 등장했던 웹 드라마, 웹 예능과 같은 콘텐츠의 포맷들이 그 영역을 메이저 방송으로 확대시키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오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카드 뉴스 또한 마찬가지로 현재 보이는 장점은 더욱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들을 지속해 나간다면 카드 뉴스의 포맷은 지금의 스낵 컬쳐 문화에서 가장 견고하게 완성된 콘텐츠의 틀로 분명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욱 건강하고 깊은 ‘정보 크래커’ 한 조각을 맛보게 될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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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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