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계몽주의의 사각지대를 포착한 사상가, 고야 [도서]

글 입력 2018.04.0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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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신과 환상이 가득했던 18세기 중세 유럽에 이성과 합리로 무장한 계몽주의는 구세주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다시 무자비한 폭력의 수단이 되어 또 다른 혼란과 무질서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계몽주의가 만들어낸 유령에 가려진 그늘을 집요하게 탐색한 예술가가 있다. 60년 가까이 2천 점의 그림을 그리며 일평생을 사회의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바친 예술가이자 사상가, 고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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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 <자화상>, 1795


 흑백논리로 점철된 세상이다. 선악의 기준은 시시각각 변하여 선의 진영에 있던 자들은 하루아침에 악에 속하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자들의 명망은 순식간에 땅에 떨어져 손가락질받는다. 극단의 상황을 상쇄하기 위해 극단의 방법을 조치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 가운데 생긴 사각지대에 어두운 그늘이 지기 마련이다.

 18세기 중세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전제군주제 국가였던 스페인은 폭정을 휘두르는 군주와 그 아래 나태한 귀족, 권위적인 교회로 인해 유럽 사회 내에서도 특히 야만적인 혼란을 거듭하였다. 그 가운데 미신과 인습을 타파함으로써 혼란을 해결하고자 하는 계몽주의 사상이 등장하는데, 19세기 초에 도리어 이 계몽주의 사상을 이용해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해버린다. 그 과정에서 계몽의 수단으로 정당화되던 살인과 강간, 고문과 광기는 프랑스와 스페인 양 진영 사이 끝없이 자행되고 이에 계몽주의자들은 심각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당시 스페인의 화가였던 고야 역시 혼란의 해답으로 계몽주의를 지지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계몽주의로 인해 오히려 다른 혼란이 발생하고 전통주의자와 계몽주의자 간의 대립이 극심해지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고뇌에 잠기게 되고 그 고뇌의 내용을 화폭에 펼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고야는 생각의 혼란을 백지상태로 놔두지 않았다. 계몽주의가 미처 탐지하지 못했던 미신과 환상의 빛을 알아차리고, 금기시되던 반계몽주의적 상상들을 이성의 힘으로 드러내려 했다. 또한, 이성적 실제와 상충하는 것이 아닌 실제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상상과 정념을 인정한다. 계몽주의의 빛을 지지하면서도 그늘에 감춰져 있던 것에도 애틋한 관심을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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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 <여기서도 마찬가지다(참화 36)>, 1810-1820


 이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고야의 생각은 그의 판화집 <변덕들>과 <전쟁의 참화들>을 통해 잘 드러난다. <변덕들>에서는 나태와 미신에 빠진 이들을 풍자하며 계몽주의적인 면모를 보인 동시에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과 환상을 그대로 화폭에 재현하며 이성과 비이성의 불가분성을 드러내었다. <전쟁의 참화들>에서는 계몽주의가 수단으로 쓰인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전쟁처럼 이성 역시 위용 있는 겉모습 하에 공포와 야만을 감추고 있음을 폭로했다.

 계몽주의자로서 이성을 지지하지만, 그것의 이면에 대해서도 끝없이 경계하며 비이성의 가치를 간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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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계몽주의의 빛과 그늘을 모두 탐색했던 사상가 고야의 예술과 인생을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서술한다. 고야는 당시 귀족들의 초상을 그리던 궁정 화가이기도 했지만, 이 책은 고야의 ‘낮’보다는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사적 세계에 골몰하며 내면을 자유롭게 표출했던 ‘밤’에 주목한다. 고야의 밤에 펼쳐졌던 주관들은 그 자체로 한정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세계와 소통하며 관계를 빚어낸다. 객관과 이성 속에 경시되었던 주관은 고야에 의해 다시금 그 가치를 발하게 된다.

 현대가 그를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는, 양극단 사이로 치닫는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본인의 주관을 생성하며 세상을 성찰하고 가치를 탐색했기 때문이다. 그가 남겼던 2000여 점의 작품은 다양한 대상과 매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기엔 그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채롭게 투영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작품의 개수와 그 속에 담긴 다양성은 그가 얼마나 세상의 움직임을 진실성 있게 대했으며 예술을 통해 세상과의 관계를 공유하고 싶어 했는지를 나타낸다.

 하루가 바쁘게 새로운 척도와 기준이 생성되는 혼란의 세상에서, 빛과 그늘을 포착했던 고야의 섬세한 시각은 우리에게 특별한 교훈을 선사한다.



About 


 지은이∥ 츠베탕 토도로프

 옮긴이∥ 류재화

 펴낸곳∥ 아모르문디

 발행일∥ 2017년 8월 30일

 판 형∥ 신국판 변형

 면 수∥ 328면

 정 가∥ 16,000원

 ISBN ∥ 978-89-92448-63-5 03600

 분 야∥ 예술, 예술가, 예술 이론

 담 당∥ 김삼수(010-4230-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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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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