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왔다. 봄을 맞이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시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어떤 말을 전하고자 하는지 생각해보며 차근 차근 읽어보도록 하자.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봄, 교실에서
고춘식
얘들아, 저 봄 봐라!
창문을 열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힐끔 보고 끝입니다
힐끔 보고 끝입니다
지들이
그냥 봄인데
보일 리가 있나요
그냥 봄인데
보일 리가 있나요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에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슬
유경환
풀잎 끝에 반짝이는 이슬이
풀벌레의 거울로 달려 있다
내 얼굴 보이나 들여다 보면
햇빛이 빙그르 돌아버린다

꽃 먼저 와서
류인서
류인서
횡단보도 신호들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