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피 공부 [문학]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글 입력 2018.04.0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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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공부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핼 스테빈스 지음
이지연 옮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타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할 정도로 우리는 매일같이 언어를 다룹니다. 언어를 다루는 일이 많은 만큼 언어를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뼈가 있는 말을 잘 하게 되면 그 뼈대에 살을 붙여 더욱 알찬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한 마디의 말에도 뼈 있는 주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해법, 비법에 대해 적어내린 책이 바로 <카피 공부>입니다.

핼 스테빈스가 광고 카피에 대해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위해 적었다는 책인데요. 처음 이 책을 받고 펼쳐 읽기 시작했을 때, 사실 당혹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피의 지침서라고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펼쳐보니 마치 명언집이나 시집과 같이 몇 개의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침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참고서나 에세이 같은 형식을 예상하게 하니까요. 그래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첫 장 첫 장을 넘기면서 오히려 문장이 짧고 공감을 이끌어내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카피 공부_이미지1.png
 

훌륭한 광고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좋은 아이디어는 땅에서 나온다.
그러니 깊이 파야 된다.


어릴 적, 학교에서 하나의 숙제처럼 공익광고 포스터에 들어갈 문구를 만들어 오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잘 써진 글이나 포스터는 시상을 하기도 했지요. 사실 시상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숙제이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식상한 문구만 생각나고 좋은 말이지만 임팩트가 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너도나도 생각하는 무난한 글을 제출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몇 마디의 단어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쉬운 몇 마디의 단어로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공감을 얻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어려운 일을 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카피가 어려운 나의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언어로서 사로잡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크리에이터, 연예인, 작가, 카피라이터들은 늘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내가 늘 사용하던 단어만을 사용하게 되고 알고 있던 것들만 말하다 보면 더 이상 그들이 쓰는 말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팩트부터!
뭐든 알고 시작해야 한다.
123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도
팩트(fact)를 넘어설 수는 없다.
124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되돌아 볼 수 있습니다. 카피 공부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선 알고 시작하라고. 핼 스테빈스는 말합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바로 당신이다.”


내가 하는 말이 바로 나라면,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매일 언어를 다루는 우리는 정말 우리를 잘 알고 있는 걸까요? 카피의 시작이 팩트라면 우리는 그 팩트를 관철할 수 있도록 더욱 꾸준히 식견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적어도 한 시간은
대뇌가 멀리 밖으로 돌아다니게 하라.

광고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라.
완전히 낯선 것을 읽어라.
오늘 한 일과 전혀 다른 글을 써라.

쓸 게 없으면 연애편지라도 써라.
단, 부치지는 마라.


더욱 꾸준히 식견을 쌓는다는 것은 매일같이 광고를 공부하고, 카피를 공부하고, 단어를 외우며 ‘카피에 대한’ 것을 쌓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풍경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그것으로부터 스펙트럼 넓은 영감을 얻는다면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다채로워진다면 나의 글도 많은 색을 갖겠지요.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내일 아주 획기적인 글을 써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카피 공부>는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는 허무맹랑한 약속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글을 읽어 보는 것을 강조하는 이 <카피 공부>는 우리로 하여금, 한층 더 매력적인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 첫 걸음을 올바르게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책은 60년 간 꾸준히 사랑받아왔던 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옛날부터 읽었던 책이라면 정석처럼 조금쯤은 지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어제 아주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생각해낸 글처럼, 인기 있는 작가가 방금 막 출간한 신간처럼 모든 문체가 세련되었고 여전히 우리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왜, 어떻게 6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것인지 너무도 잘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카피 공부>는 앞으로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하네요.

언어를 다루는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은 꼭 읽어보길 권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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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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