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미술가가 말하는 "미술가란 무엇인가"

도서 예술가의 뒷모습
글 입력 2018.03.26 21:2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벌거벗은' 현대미술가와
현대미술의 '진짜' 초상


[예술가의 뒷모습]
_세라 손튼


예술가의뒷모습_띠지1.jpg
 


Prologue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필자의 PRESS가 세번째에 접어들었다. 아직 두편의 리뷰 뿐이지만 이번 리뷰의 프롤로그 시작하기 전에 지난 프레스 도서들을 정리해 본다.

1월: 현대미술을 알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 키워드로 읽는 현대미술
2월: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현대예술에 귀 기울여 보자. -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나는 미술을 믿지 않는다. 미술가를 믿는다'

-마르셀 뒤샹


이번달의 콘텐츠를 선정하기 위한 목표는 저번 프레스의 목표를 채워나가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 단어로 결론 부터 말하자면 바로 '예술가' 이다. 예술 이야기를 듣다보니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들이 궁금해졌다는 필자 마음의 흐름이었다. 그들을 어떤 사람일까? 그들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현대미술을 더 깊게 이해하려는 시도는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예술가의 이야기로 관심이 이어진 것이었다.

이번 제 1회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고민하게 된 질문도 이 흐름에 큰영향을 주었다. 모두가 창작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예술가라는 경계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예술가는 어떤 다름이 있는 사람인 것일까?

무엇이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일 확실하니까 라는 단순한 직감적인 생각도 동반했다. 즉 이번 프레스 도서의 선정 기준이자 목표는 지금 시대에 공존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에 멋지게 맞는 도서라 생각되어 만나게 된 것이 「예술가의 뒷모습」 이었다.


***


33 Artist in 3 Acts
(도서 원제)


『예술가의 뒷모습』은 연극의 구성을 빌려 막(幕, act)과 장(場, scene)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 대본을 쓴 오페라 「3막의 성자 4인(Four Saints in Three Acts)」이라는 제목에서 영감을 얻은 원제 “33 Artists in 3 Acts”가 암시하듯이, 이 책에는 전체 3막에 걸쳐 33명의 현대미술가가 주연 배우로 등장한다.
- 보도 자료 中



1막 정치(politics)
2막 친족(kinship)
3막 숙련 작업(craft)


목차를 보면 일반적인 미술도서에서 다룰것 같은 주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인류학 저술에서 볼 수 있을법한 이 표제들은 저자가 도서에 넣을 미술가를 선정하는데에 영향을 준 것들이며 이러한 접근은 좀 더 포괄적인 범위에서 현대미술가를 다룰 수 있는 장치가 되어주고 있다.

1막에서는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염두에 두어 미술가의 윤리, 권력 그리고 책임감에 대한 미술가의 태도를 탐색한다. 2막에서는 미술가의 경쟁과 협업, 그들이 동료, 뮤즈, 후원자 등과 맺는 관계를, 3막에서는 미술가의 기량을 비롯해 발상, 실행, 마케팅 전략까지 작품 제작의 전반적인 측면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미술가의 '자가품'이 고립된 사물이 아니라 미술가들이 게임을 하는 방식 전체를 말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제프 쿤스 vs. 아이웨이웨이
데미안 허스트 vs. 앤드리아 프레이저


무엇보다 이 도서의 특징이 있다면 서로 돋보이게 하는 미술가들의 비교 대조적인 배치를 통한 접근이다. 모두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프로 미술가이고 정상에 오른 이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태도는 오히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있음을 이러한 배치를 통해 더 강하게 느끼며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필자는 대조를 통한 접근이 일으키는 인상은 비단 책에 담긴 미술가와 미술가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가의 이야기는 한 독자가 가진 예술가, 미술가라는 단어의 주관적인 정의를 건드리기도 한다.


"오늘날 미술가란 무엇인가?"
작업실에 틀어박혀 고독과 씨름하는
낭만적인 예술가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


기고.jpg
 

미술가의 말 한마디가 글을 읽는 시선을 멈추게 하곤 했다. 다양한 미술가들의 생각인 만큼 멈추는 이유도 다양했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어서, 공감되어서, 내 생각과 달라서 등등. 프로라는 단어에 걸맞은 이들이 말하는 미술가에 대한 생각을 읽고 있자면, 이런 생각에서 뻗어나가는 그들의 창조세계와 작품 또한 다른 모습과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술가의 개성이 이러한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면, 미술가만의 개성의 힘이 다른 사람들의 개성과 다른 무언가의 힘을 가진다는 것이 이해되기도 했다.

미술가인 그들이 이야기 하는 미술가는 다 다르기 때문에, 나는 미술가가 하는 일을 감히 타인과 세상이 단번에 정의하기란 그래서 더 복잡한 것이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의 예술세계에서는 그것이 맞는 미술가의 모습이었고 그들이 완성한 정체성이었다. 미술가란 그저 직업이 아니라는 도서의 소개 구절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갖은 애를 써서 얻은 정체성,
시간과 함께 쌓아 올린 평판,
진정성과 연계된 독특한 사회적 위상이다"

- 보도 자료 中


나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 있던 "미술가"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었다. 같지 않다 라고 기억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할 것만 같고 적어도 작품에는 자신이 반영된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만 같아 라는 따위의 무의식이었다. 미술가에겐 창조에 있어 정해진 틀과 과정이 없었다. 그들이 미술가로서 어떠한 정점에 이르렀던지 그들이 겪은 것과 그에 대한 인식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걸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


미술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중략) 날카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이끌어 냄으로써 현대미술가들이 비밀스럽게 감추고 있던 내면과 감정의 속살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 보도 자료 中


솔직하고 생생하다. 

이 도서의 주연 중 한명인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이 도서의 초고를 읽어보고 나서 "우리 미술가들을 속옷만 입혀 놓았군요. 그 중 몇 명은 양말은 신고 있네요" 라고 말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정말 솔직하고 생생하다.

미술가 자신부터 작품, 미술가가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평가하는 타인과 세계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다른 미술가에 대한 생각까지 현대미술을 감상하며 쉽게 접할 수 없는 깊은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미술가 모든 인터뷰 내용이 진실 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내용의 경우는 독자들에게 진실여부를 판단하도록 열어두었지만, 진실의 유무 이전에 미술가들의 그런 내면의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도서이다. 사실 진실여부를 판단할 기회를 열어둔 내용이라는 것 자체가 타인이 말하는 정해진 사실을 넘어 얼마나 깊은 내용이 담겨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대화 내용만 담긴 것이 아니다. 저자가 미술가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그들의 작업실의 공간 그리고 그들의 행동과 표정, 전시의 현장 등, 한 미술가의 내면 이야기를 너머 그의 공간과 에피소드들을 함께다룬다. 이런 내용들은 인터뷰의 담긴 내면의 이야기와 함께 미술계에 있는 그들의 외적인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왜 이 미술가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 왜 이런 작품이 나왔을까? 라는 질문을 한번 던져 봤다면 이 도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pilogue


이미 아는 답을 주는 도서가 아니다. 현대미술 세계에서 이미 드러난 내용은 다른 도서를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도서가 다른 도서들과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의 뒷모습」은 그 어떤 도서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이자 창조 과정과 맞물려 있는 미술가가 직접 이야기한 삶의 이야기이다.

이처럼 생생함과 솔직함으로 다가오는 미술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감각하지 못한 세게에 대한 설명이며 곧 미술가의 행동과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필자가 인터뷰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미술가들이 존재하고 작품을 창조함으로써 소통의 창을 놓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세상에서 살고 있으나 결코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감각한 세상이 다른이의 세상이 될 수 없고, 사실 우리는 어떤 표현으로 듣거나 알기 전까지 어떤 타인이 감각하는 세계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페미니스트 미술가를 통해 페미니스트가 감각하는 세계를, 동성애자 미술가를 통해 동성애자가 감각하는 대상을, 즉 한 사람이 감각한 세계와 대상을 작품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소통하는 것, 감상자의 시선이 중요하면서도 미술가의 이야기를 듣는것이 이 소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이번 독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도서의 경우는 현대미술을 어느정도 접해보고 나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도서는 작품과 미술가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 아닌 그 안에 있던 '뒷모습'을 이야기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미술 작품을 전혀 모른 채 읽어나가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미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전개되는 도서이다. 틀이란 것이 무색하리 만큼 뻗어나가는 현대미술을 보며 미술과 미술가의 경계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았다면, 현대미술을 접하며 이해할 수 없던 미술가의 행동이나 작품에 질문한 적이 있다면 이 도서가 이해를 위한 코드를 건네줄 것이다. 질문에 대해 어떤 타자가 말하기 보다는 미술가 자신에게서 직접 듣는 작품과 미술가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글을 마치고 나서 시간적 간격을 어느정도 둔 후 다시 한번 읽어볼 계획이다. 글을 위해 다소 빠르게 읽은감이 없잖아 있었고, 도서에 담긴 모든 예술가들을 필자가 잘 알고 있지 않아서 그들의 작품을 찾아보여 차근차근 읽어보려 한다. 그들이 가진 코드를 더 감각적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사실 그만큼 쉽게 읽고 넘길 수가 없는 깊고 짙은 한 개인의 이야기이자 미술가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미술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 아래에서 이어지는 현대미술가의 은밀한 속살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예술가의 뒷모습」 도서의 프레스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우리 미술가들을 속옷만 입혀 놓았군요.”

제프 쿤스, 아이웨이웨이,
데미언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신디 셔먼,
마우리치오 카텔란, 앤드리아 프레이저 등이 말하는

“미술가란 무엇인가”
 


[도서 정보]


예술가의 뒷모습
(원제: 33 Artist in 3 Acts)
예술가의뒷모습_띠지입체.jpg
 

저자
세라 손튼
(Sarah Thornton)

옮긴이
배수희

분량
584쪽

정가
29,500원

출판사
세미콜론

출간일
2016년 2월 15일





1511420501903.jpg


[오예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28976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3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