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달이 떠오른다, 가자.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글 입력 2018.03.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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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달이 떠오른다, 가자.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두번째달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중학생 이었다. 나는 음악세계가 좁았다. 음악을 사랑하는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났지만, 그 탓에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피망 집어 먹듯이 배웠다. 이 부분을 읽고 우와, 피망? 하는 피망 애호가들이 오해할까봐 확실히 표현하자면, 나한테 피아노 연습은 귀찮고 입에 넣기 싫은 것이었다. 피아노를 칠 때면 악보를 읽고 건반 하나하나를 섬세하고 정확하게 쳐야했다. 그래서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그 지령은, 마치 넥X 사의 리본돼지 빨간리본 10000개 모아오기와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열중하는 음악가들에게서 실존과 열정을 느끼는 것은 내가 그 과정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는건 재밌었지만, 그게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인이 되었다. 그 실제가 어땠건, 이유가 뭐였건 음악은 나에게 뻔하고 재미없는 것이었다. 클래식은 한마디로 정의하기에 너무 장대했고, 대중음악은 메시지가 단순했다.

나는 시를 좋아했었다. 소설보다 짧고, 어떤 방향을 향해 치닫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다. 모든 단어가 행간 속에서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나는 시의 다양한 정서와 실험이 좋았다. 음악에서는 그런 것들을 찾기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다. 당시 내가 듣고 있었던 음악의 세계가 얼마나 작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나에게 친구가 들려준 두번째달의 <얼음연못>은 충격이었다. 궁에서 나온 노래라는데, TV를 잘 보지 않았던 나에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귀에 들리는 음악은 분명 서양악기인데, 그 선율은 동양의 어느날을 떠올리게 했다.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감상에 있어서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편견을 깨고 들은 얼음연못은, 시 같았다. 제목이라는 단어 아래에 집합된 오선지에 그려진 음률에는 내가 읽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실험과 정서가 흘러 넘쳤다. 내 짧고 부족한 음악감상의 역사에 있어서 그 순간이야말로 즐기는 음악의 시작점이 되었다. 나에게 바닐라 어쿠스틱의 과 함께 <얼음연못>은 뉴에이지라는 장르를 알게 한 첫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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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달의 음반은 물론이고, 처음 접한 뉴에이지 음반을 끌어모으던 시절이 있었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 음반에 뽀얀 먼지가 쌓였다. 내 음반에서는 먼지가 쌓였지만, 두번째달은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두번째달의 음악적 열정과 실험정신은 이미 국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정받았지만, 최근 평창 폐회식에서 퓨전 국악을 연주함으로서 그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두번째달은 평창 폐회식에서 '토끼와 거북이', '빙상 선수들', '설상 선수들', '평창 이야기', '놀아보세', '쾌지나 칭칭' 등 총 6곡의 창작 판소리를 선보였다. 이 중 우화를 모티프로 한 '토끼와 거북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올림픽 정신을 살려 만들었다. 두번째달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준 첫번째 음반 이후로도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오늘 내가 기대평을 작성하는 2018 두번째달 춘향가 콘서트는 이들의 음악적 열정을 한번 더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콘서트에서 밴드 두번째달의 독특한 악기 구성인 바이올린, 만돌린, 아이리쉬휘슬, 아코디언, 일리언파이프 등 다양한 유럽의 민속악기들로 대한민국의 전통음악인 판소리를 반주한다는 개념으로 작곡되고, 연주되었다. 마치 1920년대에 유럽의 음악가와 구한말의 소리꾼이 만나 판소리를 연주하며 유럽과 조선을 오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콘서트는 단독콘서트답게 춘향가 앨범을 함께한 소리꾼 ‘김준수’와 ‘고영열’이 매회차 함께 하여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판소리 춘향가 이외에도 두번째달의 다른 국악프로젝트곡과 신곡도 공개하는 풍성한 프로그램의 콘서트다.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지 않고 다양한 소리를 다양한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두번째달은, 서구화된 문화예술계에서 독특하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이전 공연에서 매진 행렬이 뒤따른 이들의 콘서트는 3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린다. 보다 가까이서 관객과 호흡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위해 소극장에서 콘서트가 진행되며, 인터파크와 네이버예약을 통해 예매가능하며 문의는 하이컴퍼니(070-4250-0508)로 할 수 있다. 두번째 달이 또 떠오른다. 그들을 만나러 가자.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 에스닉퓨전밴드 X 소리꾼 -


일자 : 2018.03.17(토) ~ 03.18(일)

시간
토요일 - 7시
일요일 - 3시, 7시

장소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기획
하이컴퍼니

제작
두번째달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 80분




문의
하이컴퍼니
070-425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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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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