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네 현실이야기 [연극]

현실성이 떨어지는 현실 이야기
글 입력 2018.02.2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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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에 삼십.

이 숫자는 나에게 조금 아픈 숫자이다.
처음 원룸을 구하러 다녔을 때 보증금 500에 월세 30만원인 원룸을 찾았다.
하지만 보증금 500만원이 없어서 300/35로 주인아주머니와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저 숫자가 조금은 밉다.
그때 처음 세상을 알았던 것 같다.
현실의 냉정함을, 없는 자의 서러움을, 돈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 연극은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적어도 나보다는 가진 게 많은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들은 돼지빌라라는 다세대 주택의 사람들이다.
돼지빌라의 사람들은 힘겨운 삶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도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갑자기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평화는 산산조각 나고 만다.
빌라 건물주 아줌마가 죽은 것이다.
평소 건물주 아줌마와 갈등을 겪던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선상에 오른다.
그리고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연극은 매우 현실성이 떨어진다.
먼저 배경부터가 비현실적이다.
서울에서 보증금 500에 월세 30만원의 방을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구한다하더라도 엄청난 계단을 삐질 땀을 흘려 올라가야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조차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서로가 무관심하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느라 바쁠 뿐이다.
하지만 돼지빌라 사람들은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이 넘치고,
그 관심에 불쾌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즐거워한다.
너무 핑크빛으로 세상을 담아낸 것 아닐까.
하지만 그렇기에 조금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아주 조그마한 희망을 심어주는 작품이었다.


[이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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