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배우전 시리즈의 첫 공연 <수업>이 연희단거리패의 배우장 이승헌이 이끄는 극이라는 점에 당장 눈길이 갔다. 지난번 관람했던 연극 <1984>에서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은 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극한을 경험하게 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연기였다. 서사 자체도 강렬하지만, 그것을 자기 몸으로 흡수하고 뿜어내는 배우의 역량이 돋보였다.

그가 연희단거리패의 배우장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지만 알고나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연기에서는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아우라와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깊고 단단하지만 섬세한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배우의 대표작이라니,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