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는 사랑받고 싶어요 [영화]

글 입력 2018.01.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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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싶어요,
다만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필자의 최애 감독 중 하나인 나카시마 테츠야 영화 중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아마 이 영화를 7번 정도 보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는 주인공이 아주 자기 가학적인 이 영화로부터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그러한 주인공 마츠코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한번으로 끝내기엔 큰 아쉬움을 주었기에 때문이다. 특히나 같은 여자로서 사랑에 결핍된 채 방황하는 마츠코의 일생이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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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도쿄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쇼’는 고향의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며 시작된다. 행방불명 되었던 고모 ‘마츠코’가 사체로 발견되었으니 유품을 정리하라는 것이다. 그는 고모가 홀로 지내던 아파트에서 그녀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고모 마츠코의 일생을 접하게 된다.

마츠코는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모든 이에게 사랑받았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제자의 절도사건에 휘말려 교사직에서 물러나게 되고 크나큰 상실감에 가출을 감행한다. 그러다 작가 지망생 남자와 함께 동거하게 된다. 그와 동거 중에 마츠코는 그로부터 온갖 폭행을 당하고 성적으로 학대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그에게 오히려 사랑을 갈구하며 붙잡은 채 살아간다. 그렇게 지내다 작가 지망생은 결국 자살해 버리고, 또 한 번의 상실감에 그의 친구와 불륜을 시작하지만 곧 버림받고 절망에 빠져 몸을 팔게 된다. 그녀는 자신에게 딱 맞는 직장이라며 수많은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기둥서방에게 배신당한 마츠코는 그를 살해하고 죽기로 결심한다. 죽기로 결심한 후에 찾아간 강가는 수심이 얕아 자살에 실패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남자를 만난다. 미용사인 그의 순수한 모습에 마츠코는 빠지게 되며 둘은 그의 미용실 안의 집에서 동거하게 된다. 그렇게 행복한 삶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던 마츠코에게 찾아온 형사는 그녀가 8년형을 언도 받았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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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수감되기 전 함께 살던 미용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며 다시 찾아간 미용실엔 새롭게 가정을 꾸린 그의 모습이 보이며 또다시 혼자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가 된 그녀는 그러한 상황이 매우 낯설고 싫다. 미용사로 일하며 살아가던 그녀는 자신을 교사직에서 해고당하게 했던 절도사건의 범인인 제자 류 요이치와 재회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야쿠자가 된 류와 살며 야쿠자의 부인으로서 온갖 갖은 일들을 다 하며 위험도 감수한 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류마저 그녀를 떠난다. 계속된 상실감과 절망감에 그녀는 삶에 의욕을 잃고 방에 틀어박힌 채 세상과 단절한다.

그러다 아이돌에 빠져 일방적인 사랑을 한다. 그러나 결코 실제로 만날 수 없는 그에 대한 사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와 자괴감에 빠져 우울증과 함께 정신병을 앓는다. 숨만 쉴 뿐 죽은 것과 다름없이 살아가던 그녀는 결국 공원에서 중학생들에게 맞아 죽는다. 마츠코의 일생이 이토록 슬픈 까닭은 무엇일까? 평생 병을 앓던 여동생에 대한 아버지의 과도한 사랑에 결핍을 느낀 때문일까? 그러한 결핍이 아니었다면 마츠코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남성인 아버지의 사랑이 부족한 이유로 남성에 의지하지 않은 혼자인 상태로는 살아갈 수 없는 그녀가 너무도 슬프다. 하지만 매번 그들에게도 버림받는 그녀가 너무도 안됐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아니라 마츠코의 혐오스런 일생이 아닐까? “맞아도 좋아, 죽여도 좋아, 하지만 혼자인건 싫어!” 라고 외치던 마츠코라는 인간의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남성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자신에 대한 사랑을 버린 그녀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은 정작 아버지의 따스한 웃음과 사랑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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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부족한 사랑이 시발점이 되어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죽은 것과 다름없으며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매번 버림받는 혐오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마츠코는 결국 아름다웠으며 그녀가 죽는 날 비가 오지 않아 참 다행이다.


[정소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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