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만난 명품 불후의 명작展

글 입력 2018.01.2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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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만난 명품 불후의 명작展

처음으로 가본 서울미술관 나들이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근현대의 한국의 미술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된다는 소식에 가슴 설레며 기다려온 전시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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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에서는 불후의 명작 전시회와 함께 사랑의 묘약 그리고 석파정 야외공원나들이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담당자의 말에 ‘야호’하고 소리칠 뻔 했습니다. 야외공원에 위치한 흥선대원군의 별서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26호로 지정)관람은 사실 미술작품도 좋지만 숲과 함께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이야 말로 보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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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야외 석파정의 모습을 귀경(귀한 구경이라는 표현으로)하기로 했습니다. 자연은 원래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보고 즐기는 사람의 것이겠지요.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양반의 정원을 지을 때 자연 풍광이 좋은 곳 언저리에 정자 하나를 마침표처럼 지어서 정원을 완성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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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으로 올라가는 물이 흐르는 바위에는 소수운련암이라는 글귀가 바위에 새겨 있습니다.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이라는 뜻인데요. 선조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고 합니다. 냇가 오른쪽으로는 커다란 노송이 있고 노송 옆으로는 흥선대원군의 별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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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의 별서는 처음 김흥근(1796 ~ 1870) 당시 안동김씨 세도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의 소유였다고 합니다. 김흥근은 당시 이곳을 삼계동정사로 불렀는데 흥선대원군이 이곳에 한번 와서 보고 나서는 경치에 반해서 김흥근에게 이 별서의 매매를 종용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흥근이 거절하자 계략을 세워 아들인 고종을 행차하게 해서 이곳에 묵고가게 했고 임금이 묵은 곳에 신하가 살수 없다고 하여 김흥근이 이곳을 포기하자 운현궁의 소유가 되었고 대원군은 이곳에서 난을 치는 등 예술 활동을 했던 장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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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 사후에도 대략 50년간 그의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어 오다가 한국 전쟁이 시작된 후 콜롬바 어린이집 등으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민간에 이양되어 관리되어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석파문화원에서 소유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멋진 한옥 안에 들어가서 안에서 한옥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자연과 함께 정말 멋진 곳에 세워진 작은 정자와 산책길 그리고 멋진 한옥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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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야외공원을 산책한 뒤 불후의 명작 전시회를 보기 위해 미술전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이 문을 열고 불후의 명작 전시회가 있기까지 ‘황소를 사랑한 남자가 황소가 쉴 곳을 짓다’라는 기사가 말해주듯이 유니온약품그룹 안병광 회장의 이야기가 숨어있었습니다. 영업사원 30년 만에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했다는 안병광회장의 이야기는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느 기사에서 "모두가 말렸지만, 저의 마른 일상을 비옥하게 적셔준 그림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고, 죄 지은 하인에게도 물은 공평히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토비아스의 우물`처럼 어느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한 기사가 참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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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조금 어리둥절 했습니다. 어디가 어딘지 길을 찾기 어려웠고 불후의 명작 전시회 안내가 전시관 밖에 설치되지 않아서 한참을 찾았지만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면 있다는 말에 들어갔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펼쳐지는 작품들에 당황했지만 커다란 작품과 긴 설명이 없이 작품만을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어서 조용하고 좋았습니다. 커다란 달항아리와 조선백자그림을 한참을 바라보며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한 전시관쯤 둘러보고 나서야 불후의 명작 전시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작품수가 작다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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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예수의 생애> 30점이 소개된다고 했는데 손에 꼽을 만큼 밖에는 없었고 작품을 지키는 사람도 전시를 안내하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호젓하게 작품과 대면하고만 왔습니다. 이번에 느꼈던 것은 작품을 바라보면서 작가가 처했던 상황이나 작가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고 온것 같다는 생각이 좋았습니다. 실제 이중섭의 황소라는 작품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작은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소의 눈동자는 또렷하게 사람을 응시하는 것이 이 작품을 산 안병광회장님이 정말 이 그림으로 위로를 받았겠다 하는 느낌이 들었고 작은 담배갑 은박지에 그린 그림들 속에서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표정이 그대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끔 담배갑을 표현한 것처럼 심플하게 디자인한 액자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 여운을 담아서 정말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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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액자틀을 반영과 함께 찍으면 또 다른 느낌의 그림이 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번은 가까이에서 작품의 디테일을 감상하고 한번은 멀리서 작가가 그림을 그렸을 당시를 상상하면서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각자가 느낀 인생 속 아픔과 고난, 그리고 예술을 통해 얻은 자유까지 작품이 주는 에너지를 가슴 가득 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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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전시관에서 본 ‘사랑의 묘약’ 전시회는 1832년 5월에 초연된 희극 오페라를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고 싶다.”는 사랑의 욕망에 때로는 ‘집착’으로 때로는 ‘슬픔’의 모습으로 파장을 일으킵니다. ‘사랑의 묘약’을 창작한 [가에티노 도이체티]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 하는 순박한 시골청년의 순애보와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를 전형적인 고전 사랑이야기의 구조로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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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미술관 기획전 ‘사랑의 묘약.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은 엇 갈려 가는 두 남녀의 마음을 각각 작품이 있는 방으로 구성해 그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자는 의미로 이야기를 만들고 방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5개의 남자의 방과 4개의 여자의 방 그리고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를 이루는 마지막 방을 통해 시대를 뛰어 넘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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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전시회가 젊은 20대 30대의 프로포즈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석파정 데이트 산책코스와 불후의 명작전시회와 함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입니다. 각 방마다 다른 작가의 생각이 담긴 글과 악보가 있고 작품을 천천히 하나하나 감상하면서 남자가 또는 여자가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작품으로 구성했습니다. 둘이 함께 앉아야만 앉을 수 있는 의자, 커다란 뿔이 자라서 외롭기만 한 사람들, 치마를 입은 남자, 그리고 오페라 사랑의 묘약 악보와 가사, 혼자 있는 방에서 투영되는 외로움의 흔적들,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사의 방에서 나올것만 같은 움직이는 액자, 그리고 피아노와 음악이 흘러나오는 구멍뚤린 방 참 다양한 모습으로 오페라와 미술 그야말로 예술이 종합설치미술로 되어 있어서 연인이 함께 와서 사진을 찍거나 데이트를 즐기기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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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결혼을 앞두고 프로포즈 장소를 찾고 계신다면 미술관에서 프로포즈 어떠신가요? 작품을 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예술품을 함께 바라보며 각박한 세상을 살아갈 때 그 예술 작품들이 젊은 청춘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니온약품그룹 안병관회장은 석파정을 구입하고 서울미술관을 지어 우리 문화재와 예술작품을 “토비아스의 우물”처럼 모두에게 골고루 마시게 하고 싶다는 뜻으로 자신이 구입한 작품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서울미술관이었습니다.


[김효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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