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의 디자인 '루이지 꼴라니展'

글 입력 2018.01.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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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간의 휴식 끝에 아트인사이트 [화석] 에디터로 돌아왔습니다! (그나저나 벌써 12기라굽쇼?) 쉬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사진 보따리들을 풀어놓기에 앞서, 활동 재개의 출발점은 한 전시회의 프리뷰로 끊어볼게요.

제가 작년 하반기에 에디터 활동을 쉬었던 이유는 바로 교환학기 때문 - 덕분? - 이었는데요. 잠시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이런저런 전시들을 '강박 없이' 보러다닌 것이 좋았습니다. (헤헤... 제가 좀 많이 게을러요...)

저는 미술사를 파헤치고, 흐름에 따른 작품을 분석하며, 하나의 작품을 몇십분씩 곱씹으며 즐기는 파는 아니라 - 보고 느낌이 좋으면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의 소유잡니다 - 유서 깊은 미술관들보다도 현대 미술 계통으로 많이 보러 다녔어요.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의 유명한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몇센치 앞에서 감상하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같은 공간에서 함께 관람하는 사람들이 같은 분위기와 감성에 젖어드는 것도 직접 느낄 수 있었고요 - 같이 웃고, 신기해하고, 그러다 진지해지고, 소름끼쳐하고... 하나 더. 한국과 미국 간 전시 관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카메라에 많이 담느냐 눈에 많이 담느냐, 또 프레임에 내가 꼭 들어가있어야 하느냐...인 것 같았어요. (* 굉장히 사견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왔으니 한국에서 하는 전시를 또 보러가줘야죠!



루이지 꼴라니展

DDP 하면 서울패션위크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무지한 제게 - 매년 모델들의 멋지구리한 스냅들을 보며 저만 감탄하는 거 아니죠...? - DDP에서 진행되는 전시라는 사실만으로 눈길을 끈 루이지 꼴라니 특별전.


포스터.jpg
 

이번 전시에서는 바이오 디자인의 창시자로서 그의 작품 철학(=자연의 형태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기)을 조명하고, 약 6천 점의 작품 중 선별된 100여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초 공개되는 드로잉 작품들도 놓치지 말기로 해요!


루이지 꼴라니 2.jpg
 

루이지 꼴라니는 자신에 대해 “나는 10년에서 15년을 앞서 돌진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의 미래지향적 시선에는 그의 엔지니어적 능력이 큰 몫을 했다는데...그렇다면 이 분이야말로 진정한 [통섭형 인재]가 아닌가요?! (참고로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에서 미술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공기역학을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꼴라니는 특히 운송기 디자인을 주로 했지만, 사실 다른 어떤 디자이너보다도 많은 영역의 디자인을 섭렵한 멀티 플레이어로 알려져있어요. BMW와 같은 유명한 회사에서 디자인을 맡은 바 있고, 1972년 스위스에서 자신의 스튜디오를 개장했으며, Bosch, Rosenthal, Boing 등과 함께 일하다 1982년 일본으로 건너가 각종 현지 제품들의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까지 했다고 합니다.


90%는 자연에서, 10%는 멍청한 번역가 꼴라니에게서

"이것은 왜 이래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정원을 거닐며 그 속에서 보이는 동식물에게서 해답을 찾는다는 꼴라니. (전 이 설명을 읽고 갑자기 초등학교 때 배운 벨크로 테이프의 기원이 떠올랐어요.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정답을 제공해주지요...☆★)


꼴라니의 영향력

꼴라니가 없었다면 자하 하디드나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 철학도 현재의 그것과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되곤 하는데요, 대체 왜일까요?

* 해당 디자이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

자하 하디드는 DDP의 설계자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곡선 디자인을 즐겨 쓰며, 여러 건물이 유기적으로 합쳐진 스타일을 추구하였는데, 그녀가 추구한 관습의 탈피와 별개로 '활동하는 공간'이라는 건축의 기본 요건 자체를 무시하고 외형적 디자인만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카림 라시드는 작년에 진행된 예술의 전당 전시 덕에 알게 된 디자이너였는데,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오' 생수병의 디자이너입니다. (파*바게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 물병, 다들 아시죠?) 그는 일상생활 속 다수가 누릴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동시에 디자인은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자하 하디드의 DDP에서도, 카림 라시드의 가구에서도 곡선을 살리는 꼴라니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당대의 거장으로서 후발 세대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이번 전시를 명확히 보여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몇몇 작품들을 미리 살펴보자면...

로젠탈 찻주전자(1971).jpg
독일 명품 도자기 브랜드 Rosenthal의 찻주전자 (1971)


쿠쉬소파(1969).jpg
Kusch+Co 사를 위해 디자인한 조형 소파 (1969)
- 영화 U.F.O. 에서 소품으로 사용되었죠! (1971)


캐논T90(1983).jpg
 

Canon T90 (1983) - 꼴라니가 캐논을 위해 디자인한 최초의 카메라였고, 바이오 디자인을 설명하는 완벽한 사례가 되었으며(=인간과 기술의 융합), 인체공학적 형태는 꼴라니가 특허를 획득한 부분인데 오늘날 대부분의 카메라가 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요!


내부 (8).jpg
 

끝내기에 앞서 조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하자면, 지금의 DDP가 완성되기 전 - 그러니까 황량한 공사장에 기둥들만이 몇 개 세워져 있었던 그때 - 루이지 꼴라니는 건물이 완성되면 이곳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제일 먼저 보여줄 것이라 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의 막연했던 포부가 2017년 그의 90세 생일을 조금 앞두고 실현되었다니, 정말 신기하죠? 저만 신기한가요...쭈굴...

어찌되었건, 자연에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에서 자연으로부터의 영감을 중시한 바이오 디자인의 창시자 루이지 꼴라니의 작품을 감상하는 이번 전시는, 공간과 전시작품의 철학이 맞닿은 진정한 의미의 꼴라보 전시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김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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