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렉산더 지라드 展 [전시]

글 입력 2018.01.1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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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展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공식 포스터.jpg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밑에 층엔 회화, 마리 로랑생 전을 하고- 윗층에서는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인 전시를 하고 있다. 참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두 전시를 보다니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는 디자이너의 세계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1부는 알렉산더 지라드가 건축학도일 때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건축과 학생 시절 그림을 보면 개성이 있었다. 탁한 수채화지만 일관성이 있어서 괜찮아보였다. 보다보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수채화를 보다보니 입시할 때 생각이 났다. 입시에 맞는 수채화를 그렸는데 나는 아무리 해도 계속 우중충한 그림이 되었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부러웠다. 나는 나의 우울한 그림이 싫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노력해도 바뀔 수 없는 거라면 오히려 그걸 내 개성이라고 생각을 해버렸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전시를 보니 예전에 내 그림이 우울했었고, 또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도- 노력해서 받아들인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전시의 순기능이라고 할까. 그림이 꼭 밝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 매력적인 그림이 되는 걸 느꼈다. 내 그림이 아니어서 한 걸음 떨어져서 장점을 볼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전시에서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많은 우울한 그림들을 보면서 내 그림도 괜찮다고 위로를 받았다. 그림이 꼭 밝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용기를 얻게 되었다. 바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라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전체가 예술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엔 인테리어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으나 자취를 시작하면서 부터 관심이 생겼다. 나만의 공간에 살면서 공간을 상상하고 연출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건축과 인테리어를 하는 구나. 독특한 공간을 보면 상상하게 되는데 지라드의 도면들이 많은 상상을 일으켜 공간을 꿈꿀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다.

건축 도면을 디테일하게 드로잉한 작품들을 보니 참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뺴곡히 채워진 창문을 보고 지라드가 꼼꼼한 성격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꼼꼼하고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니 건축을 할 수 있었고 또 디자인을 할 수 있었겠지. 디테일하면서도 자유로운 선이 너무 예뻤다. 매력적으로 날리는 펜선을 보니 퀀틴 블레이크 작가의 그림도 생각났지만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전시장 전경-1.jpg
 

1부에서는 특히 파이프 세계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라드는 '파이프 공화국'이라는 공간을 창조해냈다. 국가부터 시작해 언어와 여권, 스탬프, 지도 등 얼마나 많은 창작력을 지녔는지 별의별 디자인을 다 해놓았다. 어마어마한 창작의 욕구와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소한 디테일까지 디자인한 걸 보니 판타지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에너지가 부럽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했다. 지치지 않는 열정이 느껴졌다. 또, 가족과 함께 나눈 세계가 귀엽기도 했다.

2부는 텍스타일 디자인의 공간이다. 많은 디자인이 있어도 한 사람이 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한 가지 경향성, 패턴이 잘 보였다. 꽃과 나무 등의 자연, 잉크로 뭉갠 폰트 느낌같은 기하학 패턴들. 특히 글자를 이미지로써 잘 사용했다. 문자를 이미지로 사용한 배열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색감은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의 많은 색을 다발로 써서 화사했다. 그리고 찍어냈다기보다는 그린듯한 패턴이 많았다. 색을 많이 사용했지만 채도를 잘 조절하여 화려하면서도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했다.


전시장 전경-2.jpg


3부 브랜드 디자인 파트. 항공사 홍보를 제대로 한 것 같다. 디자이너가 도구화가 된 몫인가. 브랜드 자체를 디자인하여 대표 색을 정하고 BI를 정하고, 실내 인테리어부터 수건과 식기, 옷 등 모든 걸 디자인했다. 통일된 감각으로 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는 디자이너로써의 독자적 세계관과 능력을 보여준다.
토탈 디자인이라고 칭하는 브랜드 디자인을 보니 왠지 일러스트레이터가 생각났다. 글이 중심 내용이고 그림은 글을 보조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림은 글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표현해낸다. 중심과 보조로 나누어진 게 아니라 서로 독자적인 영향으로 중심을 잘 잡고 서로 보좌하고 있다.
디자인의 발생 배경을 상상해보았다. 우리가 사는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 기능적인 미든 심미적인 미든 편리함과 아름다움이 주를 이룬다. 상업적인 한계성을 지니면서도 이를 벗어나 예술 자체로도 될 수 있다. 요즘은 디자인이 다른 것들을 다 이끌기도 하고. 참 묘한 관계같다.

4부. 포크아트 세션. 중의 밀러 하우스. 매일 바뀌는 집이다. 그 공간이 부러웠다. 반층 내려간 거실같은 공간도 좋았다. 푹신하고 쿠션도 많고, 뭔가 대화에만 집중해야할 것 같은 그런 공간. 넓은 집이 한없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땅덩어리가 넓어져서 집값이 싸면 좋겠다. 그럼 좀 더 공간을 넓고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많은 컬렉션들이 있었다. 잡다하게 다 모았구나. 나도 모으는 건 자신있는데. 미니언즈 우유통도 그렇고 작은 몬스터즈도 모으고 있다. 나처럼 모은 걸 못버리는 수집 덕후구나. 하지만 수집 스타일이 나랑은 스타일이 조금 달랐다. 개인적으로 소나무 처럼 한 가지 취향만 파는데 지라드는 정말 방대한 양의 다양한 컬렉션을 모았다. 그래서 신기하기도 했다. 이거저거 다 건드리는 건 다양한 매력을 알고서 수집한 것이니까. 대단한 양반이다.


전시장 전경-3.jpg
  

건축, 패턴, 공간, 수집 총 네 구역의 전시였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지라드의 큰 배포와 스케일은 정말 남다른 것 같다. 큰 공간부터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느낀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시 디자이너는 다양해야해.' 욕심도 많고 의지도 많고 열정도 많아야한다. 듬뿍듬뿍 넘쳐야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 창작욕으로 인해 오만가지를 다 디자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화려할 정도의 다양한 면은 마치 카멜레온 같았다. 카멜레온 처럼 어느 디자인이든 자기식으로 어디든 자연스레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회화와 디자인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다. 회화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서- 색면을 비유하자면 대각선으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한 색상 안에서 명도와 채도를 함께 가로질러 내려간다. 한 세계를 깊게 판다. 하지만 현실적 다른 운들도 따라주어야한다. 주위의 손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디자인은 한 색만 주구장창 파는 것보다는, 평면에서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각선보다는 수평으로 다양한 색상을 나타내는 게 디자인같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전부 디자인되었으니! 

디자인의 다양성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게 너무나 멋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큰 능력자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한가람 미술관 밑에 층의 마리 로랑생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알렉산더 지라드 전시. 너무 즐거웠다.


전시장 전경-4.jpg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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