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꽃밭에서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누군가의 꽃밭

글 입력 2018.01.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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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꽃밭에서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
누군가의 꽃밭


꽃으로도 사람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꽃이 폭력의 반대말이 될 수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꽃은 평화와 안정을 의미한다. 뱅크시의 그림에서 소년이 꽃을 수류탄처럼 던지는 것은 꽃이 폭력과 가장 대비되는 이미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꽃밭>은 낯선 비유로 다가온다. 포스터에 맴도는 말들은 모두 폭력과 죽음을 향해 있다. 꽃과 연결되지 않는 문장들은 그 실체조차 모호하다.

포스터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가득 차 있다. 나를 찌르는 것은 칼이 아니다. 너다. 나를 뚫는 것은 총알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긴 너다. 너는 나를 버릴 것인가? 나를 찌르고 뚫는 것은 '너'다. 필자에게는 이런 문구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누군가의 악의가 폭력을 야기한다는 메시지로 이해된다. 연극의 시놉시스는 더 모호하다.


전쟁 중인 대한민국. 외딴 곳 어느 집에 한 남자와 그의 마누라와 그의 정부가 꽃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던 밤, 누군가 이 집을 찾아들고, 인물들 사이에는 나쁜 희망이 움튼다. 

꽃밭에는 열매가 무르익고, 바깥의 전쟁과 함께 이들의 전쟁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한 가족이 꽃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꽃은 자라서 결실을 보는데, 누군가 찾아오면서 이들 사이에 나쁜 희망이 움튼다. 짧은 시놉시스 속에서 수많은 모순이 발견된다. 왜 정부와 마누라가 함께 꽃밭을 돌보고 있으며, 희망이 나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사실 폭력 자체가 모순적이고 부조리하기에 그 폭력을 다루는 극도 모순적이고 부조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필자가 궁금한 것은 왜 꽃밭이라는 이미지가 이들의 모순적인 고통과 공존하는지다.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단순한 '희망'이 아닌 '나쁜 희망'이 움튼다. 열매의 상징성을 고려해봤을 때, 이들 사이에 피어오르는 나쁜 희망은 꽃밭의 열매로 대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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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어쨌건, 전체적인 내용은 슬로건의 불길함과 다른 양상으로 비친다. 정성스럽게 돌보던 꽃밭에 열매가 무르익고, 전쟁도 끝이 난다. 하지만 연극에서 내건 슬로건처럼, 중요한 것은 전쟁이라는 상황이 아니다. 나를 찌르고 부수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악의다. 작품소개에 따르면, 이 작품의 핵심은 인물들 간의 내부적 폭력이다. 모두가 폭력의 피해자지만, 그 속에서 또다른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안온한 자리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사회화된 모습으로서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렸을 때 사회화된 모습 대신 가장 바라는 것을 위해 내달린다.

연극이 앞으로 어떻게 '꽃밭'이라는 상징을 이용하고 작은 사회에서 반복되는 폭력을 표현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은 더 어두운 곳으로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광인'의 짓으로 취급받고 있다. 예술은 안전한 공간에서 그런 장막을 들춤으로써 관객들에게 충격과 새로운 감상을 준다. 불온한 것을 들추는 <누군가의 꽃밭>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의가 있다. 모호한 설명은 연극을 보고 난 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며, 글을 마친다.





누구의 꽃밭
- 2017 유망예술지원 NEWStage 선정작 -


일자 : 2018.01.15(금) ~ 01.20(토)

시간
평일 8시
토, 일 4시
월요일 휴무
지연 관객 입장은 불가합니다.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907

후원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7세이상

공연시간 : 80분




문의
907
010-4422-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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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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