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미술사의 역사를 모아, 예르미타시 박물관

글 입력 2018.01.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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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미술사의 역사를 모아
예르미타시 박물관


 역사를 읽는 것은 즐겁다. 역사에는 수많은 서사와 감정이 교차한다. 생각해보면 역사는 참 로맨틱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조차도 가없는 시간의 산물이 아닌가? 나의 의식은 오랜 시간을 거쳐 자아를 찾고, 나의 몸은 내가 존재하기 전부터 구성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지금 존재하기 위해 어쩌면 내가 의식하는 것 이상의 시간이 흘렀을 테니 말이다. 필자를 예로 들었지만 모든 역사가 그렇다. 역사는 수많은 시간과 인과로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변화한다.

 필자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미술사의 역사도 그렇다. 하지만 미술사는 여기에 조금 더 독특한 특성을 하나 더 가진다. 인간은 죽고, 제도와 정책은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와 사건으로서 논의되는 데 반해, 미술은 결과물을 남긴다. 색감은 빛을 잃을 수 있지만, 작가가 당시에 표현하고 재현하려 했던 심상과 역사는 그대로 남는다. 고대 철학자들은 유한한 삶에서 늘 불안을 가지고 사는 인간들이 늘 '불멸'을 꿈꾼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불멸을 꿈꾸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 두 가지 방법은 출산과 예술이다. 하지만 출산을 해봤자 '나의 이름'은 몇 세대 간에만 오르내린다. 진정한 불멸은 예술에 있다. 명작은 영원히 남아 내 이름을 남긴다.

*

 이번 전시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수많은 시간 속에서 불멸의 꿈을 이룬 작품들을 만날 기회다. 그 시간과 열정은 고스란히 남아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단일 작품의 불멸성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역사의 흐름 자체에 있다. 전시는 프랑스 회화부터 러시아 컬렉터들이 모은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작품들은 고전주의, 로코코, 낭만주의, 인상주의로 나뉘어있다. 각 시기는 서양미술사에서 굵직굵직한 변화가 있는 시기들이고, 그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서양미술사를 읽은 적 있는 관객들에겐 그 차이를 확인하는 즐거움이, 읽지 않은 관객들에겐 그 차이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딱딱한 단어들에 낯선 기분이 든다면, 어떤 시기라는 단어에 얽매여 감상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예술이 계급화된 사회라지만, 우리 눈 앞에 있는 작품들이 과거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온 마음을 끌어낸 작품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눈물을 삼키고 타자기를 두드리는 경리의 손끝과 인상주의 시대에 붓을 든 세잔의 손끝이나 그 표현방식과 철학은 달라도 삶에 대해 갖는 절실함은 조금씩 닮아있다. 사실 그것이 바로 예술이 우리를 어떤 감동으로 끌어당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내부(대사의 계단).jpg
 

 옛날에 예술철학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전시관은 하나의 거대한 이데올로기와 같다. 무언가의 역사와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다분히 권력적일 수밖에 없다. 철저하게 계산되어 수집되고 전시되는 전시회에는 컬렉터와 큐레이터의 사상과 목적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필자는 그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않고 전시관에 들어가 거닐다 보면, 방향 없이 부유하는 감상만이 존재하게 된다. 뻔하디뻔한 이야기지만, 기대평을 작성하는 필자로서 이 전시회의 의의와 소장품에 관해 간략한 설명을 첨부하려 한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러시아 상페테부르크에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두번째 협력이다. 2010년에는 한국미술이 예르미타시 박물관에서 전시된 바 있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러시아에 존재하는 박물관이지만, 17~20세기 프랑스 미술의 걸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기초를 세운 예카테리나 2세와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 귀족, 기업가들이 프랑스 미술 작품을 열정적으로 모았기에 프랑스를 제외하면 프랑스 미술의 작품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박물관이 되었다.

 계몽군주로 이름을 알린 예카테리나 2세의 열정적인 수집은 귀족들에게 이어져 러시아의 공공건물과 상류층의 저택을 수많은 프랑스 그림들이 장식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되는 작품은 다분히 '귀족적이고' '고급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러시아의 화려한 겨울궁전을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작품을 올려보고 내려보는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간: 2017년 12월 19일(화) ~ 2018년 4월 15일(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주최: 국립중앙박물관, 예르미타시박물관, KBS
협력: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미디어협력: KBS미디어, 동아일보
미디어후원: 채널A, 네이버
예매: 인터파크 티켓
전시문의: 1688-0361
누리집: museum.go.kr / russia2017.modoo.at
관람시간: 월/화/목/금 10:00-18:00, 수/토 10:00-21:00, 일/공휴일 10:00-19:00
오시는 길: 지하철 4호선, 경의중앙선 이촌역 2번 출구
버스 400번, 502번 국립중앙박물관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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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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