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더 이상 한국미술 앞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길 바라며, 불후의 명작展

글 입력 2018.01.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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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불후의명작.jpg
 

“이거 천경자 그림 아냐?”

친구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평소 내가 전시를 자주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던 친구는 내가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천경자라는 작가는 여러 논란으로 이름만이 익숙할 뿐이었다. 그의 화풍이나, 예술 정신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평소 지구 반대편의 작가인 고흐, 모네, 마네 등에 대해서 열심히 떠들어대던 내가. 정작 국내 작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그냥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예술엔 그 시대상과, 정신이 담겨있다. 내가 늘상 하던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작품 속에 담겨있는 시대상과, 작가 정신을 늘 탐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정작 우리 나라의 시대상과, 우리 나라 작가들의 정신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던 것이다. 예술은 향유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가치가 자연스레 낮아진다. 누군가에게 향유되기 위해 창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의 기능 중 많은 부분은 ‘향유되는 것’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인 나조차도 우리나라 예술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향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예술의 가치는 낮아지고, 점점 더 발전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더더욱 다른 이들에게 향유되지 못하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일부러라도 찾아보고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보게 된 것이 불후의 명작전이었다. 앞서 얘기했던 천경자를 포함,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7인을 소개한다는 소개 문구를 보자마자 나는 가야겠다고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천경자, 초원II, 1973, 종이에 채색, 104x129.jpg
천경자, 초원II, 1973
종이에 채색, 104x129


불후의 명작전은 ‘한국 미술의 저력은 전통에 있다.’는 서울미술관의 믿음에 따라 서울미술관 소장품 중 한국 근현대회화의 걸작만을 소개하는 특별전이다.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 등 대한민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7인의 정수(精髓)만을 모은 전시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고난을 자신만의 철학과 독자적인 화풍으로 구축한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 7명의 작가들은 서구의 양식이 도입되기 시작했던 그 혼란의 시대에서 우리의 것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등한시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지금 한국 미술이 단순히 ‘서양미술의 아류’가 아니라, 우리만의 고유한 색이 있는 것은 이 때의 그 고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평도 많다. ‘우리의 미술’에 대해서 얘기하기에 이들만큼 적절한 작가들은 없는 것이다.


이중섭, 싸우는 소, 1955,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26X38.5cm.jpg
이중섭, 싸우는 소, 1955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26X38.5cm


보통 100점은 가뿐히 넘는 작품이 전시되는 타 전시에 비하면 50여점이 채 안되는 불후의 명작전이 굉장히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선별하고 또 선별해 양보단 각각의 질에 집중한 걸작들이 많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번만큼은 전반을 둘러보며 전체의 색을 보기보단. 한 작품 한 작품에 보다 집중해 그 의미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미술을 말하지 못하는 그 부끄러움을 다시는 겪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불후의 명작 展
- The Masterpiece -


일자 : 2017.12.08(금) - 2018.06.10(일)

*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입니다.

*
1/1(월)~1/15(월)
서울미술관 내부 공사
불후의 명작 전시 휴관

시간
10:30 – 18:30
(입장마감 17:30)

장소
서울미술관 제 3 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9,000원
대학생 | 7,000원
학생(초/중/고) | 5,000원
어린이(3-7세) | 3,000원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문의
서울미술관
02-395-0100





[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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