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까미 유 끌로델 [영화]

글 입력 2017.12.29 17: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Rb2까미유2.jpg
 

 요즘 들어 어째서 여성 예술가들은 그들 자신으로서의 존재감보다 누군가의 연인으로서의 존재감이 클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지 여성보다 남성의 인권이 높은 시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예술가의 길을 걸으면서 받아야했던 질타, 시선, 차별이 마음 아팠고, 한명의 예술가이기 보다는 누군가의 뮤즈로, 누군가의 연인으로 남아야만 했던 그녀들의 슬픔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유독 여성예술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고 그나마 우리에게 알려진 여성 예술가에 대해 알아보고 찾기 시작했다.
 
 까미유 끌로델. 로댕의 연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던 그녀는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던 조각가였으나. 로댕에게 버림받고 사회적으로 외면당한 비운의 여인.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대에 주목받지 못했고 사랑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까미유 끌로델’ 은 감독의 주관적인 해석이 담기지 않은 영화였다. 그저 영화 제목만 봤을 땐 그녀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 일 것이라 짐작했었다. 그러나 약 95분간의 러닝타임 속에 담겨져 있던 것은 까미유끌로델이 죽을 때 까지 생활했던 정신병원에서의 이야기였다. 그마저도 단 며칠 안에 일어난 단편적인 이야기였다.
 
 조금은 기괴하기도, 무섭기도 한 정신병원에서 살아가는 환자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치 ‘정상’처럼 보이는 까미유.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웃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혼자서는 산책도 못하는 다른 환자들에 비해 까미유는 정상적으로 말도 할 수 있고 혼자 산책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뚜렷하게 말할 수 있었다. 단지 정신병원에 갇혀있다는 암울한 사실에 감정이 급격히 변해 가끔 오열하거나 로댕으로 인해 약간의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이 있다는 점만 빼면 그녀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Rb2까미유3.jpg
 

 다른 환자들에 비해 멀쩡해보였기에, 까미유의 모습은 더욱 더 처참해보였다. 까미유의 모습은 겨울에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 같았고 누군가에게 밟혀 바스러진 낙엽 같았다. 로댕의 배신과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과 외면해버린 가족들. 홀로 정신병원에서 언젠간 나가기를 바라며, 다시 조각을 하길 바라며 하루하루 메마른 삶을 살아가던 그녀는 죽을 때 까지 그 정신병원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 더 절망적인 것은 정신병원 생활 중간 중간 의사들이 그녀의 가족들에게 퇴원해도 좋다고 통보했지만 그녀의 가족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예민한, 천재적인 예술적 감성과 열정을 갖고 있던 그녀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만약 내가 까미유 였더라면.’ 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홀로 예술가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불륜녀로 낙인찍혀버려 예술가로서 먹고 살 길이 없어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가족들에게 외면당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면? 잠시 동안의 상상이었지만 너무나도 끔찍했다. 그리고 사실혼관계의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고 예뻤을 까미유를 유혹한 뒤 버린 로댕의 음흉함과 잔인함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인생에 대한 서사는 없었지만 그녀가 느꼈을 감정이 마치 뼈에 새겨지는 것처럼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조금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꾹 참고 영화를 끝까지 다 본다면 당대 여성 예술가의 인생과 까미유 끌로델의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박윤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