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슬로우 라이프로 가는 노란 벽돌길, 킨포크 테이블

빠름에서 느림으로, 홀로에서 함께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글 입력 2017.12.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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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에서 느림으로
홀로에서 함께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킨포크 테이블>
#Preview



킨포크테이블 양장 앞표지띠지.jpg
 

한동안 내 마음 속 목적지는 헬싱키였다. 모두가 아는 그 핀란드 헬싱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여러 영화를 보고, 떠나는 것에 대한 선망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 중에서도 왜 하필 헬싱키냐 하면, <카모메 식당> 때문이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식당은 일식당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회나 스시를 파는 곳이 아니다. ‘주먹밥(오니기리)’를 판다. 현지화된 무언가를 넣는 것도 아니다. 일본 사람들이 즐겨먹던 것 그대로를 판매한다. 주인공 사치에는 한 달 동안 손님이 없어도 꿋꿋이 아침마다 주먹밥을 만든다. 고슬고슬한 밥을, 손 위에서 세모 모양으로 굴린다. 어느 날엔 맛있고 따끈따끈한 시나몬롤을 만들어 커피 한 잔을 곁들인다. 커피 맛은 끝내준다. 굳이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맛있어라’ ‘맛있어져라’ 단순한 기도가 맛을 끌어올려준다.

소담스러운 그 곳에, 나는 그토록 가고 싶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내세운 슬로우에 나를 내던지고 싶었다. 나는 빠른 것이 싫었고, 복잡한 것도 싫었다. 다만 천천히, 여유롭게, 내 삶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헬싱키를 오랜 시간 찾았던 이유였다.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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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 스틸컷 _ 네이버 영화


우리 사회는 이미 너무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빠르게 살아봤다면, 느리게 살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느긋하게 전시회를 둘러보고, 같은 책을 몇 번씩 읽고, 늦은 아침을 맞이해보기도 하고, 한 두 정거장 일찍 내려 걸어가 보기도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식탁을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삼분이면 먹을 수 있는 라면보다, 8분간 면을 삶아야 하는 파스타를 해먹어보기도 하고, 혼자 먹고 치우는 밥상보다 초대 손님과의 저녁식사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느리게 살아보기. 그 것에 많은 귀찮음이 있진 않다. 느린 만큼 단순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심플하고 슬로우한 삶을 살아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할 때면 난, 곧, 빠른 속도로(그렇게 느리게 살자고 말했으면서) 내 주변을 돌아본다. 식탁이라곤 들어갈 자리도 없는 대학가 원룸 자취방, 사두면 결국 다 먹지 못해 버리고 마는 식재료(결국 식비만 아까워져 해먹지 않게 된다), 귀가하면 밤 10시가 되는 일상, 내가 초대하고 싶은 누군가도 아마 이런 매일을 보내느라 내 초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더없이 작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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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헬싱키를 꿈꾼다.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식탁을 상상하고, 내가 접대할 수 있는 요리들을 고민한다. 누구를 초대할지 신중하게 리스트를 적어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생각만으로도 항상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접대하게 될 내 요리는 여유의 산물이며, 내 마음에서 떼어낸 덩어리다. 함께 나누는 사람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손님이다. 매우 맛좋고 훌륭한 테이블이 될 것이다. 물론 매우 맛좋고 훌륭한 테이블이 아니어도 괜찮다. 투박한 것은 그 것대로 우리는 웃음 지으며 먹을 수 있을테니까. 그러한 테이블을 향해서 난 항상 꿈꾸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어느 날에는 테이블을 찾아보고, 어느 날에는 접시를 찾아보고, 어느 날에는 미래의 손님에게 연락하기도 한다. 행복한 저녁 식사 준비를 미리, 아주 미리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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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테이블>을 펼치는 것 역시, 이러한 꿈으로 가는 노란 벽돌길이다. 앞표지에서 뒤표지로 갈 때까지, 여러 사람들의 테이블과 플레이트와, 아주 간단한 레시피들을 훔쳐보며 나는 행복에 젖은 상상을 계속-아주 계속 할 것이다. 이런 날에는 이런 슬로우, 또 저런 날에는 저런 슬로우! 마음 속 계획표를 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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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nfolk Table 킨포크 테이블


지은이: 네이선 윌리엄스
옮긴이: 박상미 
분야: 가정·생활>음식 / 취미·실용>요리
에세이>요리 에세이/여행 에세이
면수: 368쪽
정가: 24,800원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ISBN: 979-11-5581-135-1 (13590) 
판형: 280*203 양장
펴낸 곳: 윌북



[책 소개]

전 세계가 열광한 감성 매거진 [KINFOLK]가 만든 최초의 요리 에세이다.

‘킨포크’는 단순 잡지를 넘어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빠름에서 느림으로, 홀로에서 함께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바꾸었고 지금의 휘게 열풍을 이끌었으며 디자인, 패션, 인테리어, 푸드 스타일링은 물론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 대표적 문화 트렌드가 되었다.

<킨포크 테이블>에는 느리고 단순하며 이웃에게 열린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식탁 표정과 요리 레시피,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가 절제된 글과 감각적인 사진으로 담겨 있다. 잡지의 창립 편집자 네이선 윌리엄스가 직접 찾아간 그들의 홈 식탁은 휴식이 있으며 여유가 넘친다. 그들의 소박한 테이블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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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리뷰는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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