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 마리 로랑생展

그녀는 미라보 다리를 건넜고, 박인환의 서점도 지나쳤으며, 오롯이 마리 로랑생의 전시로 한국에 도착했다.
글 입력 2017.12.25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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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색채의 황홀,
마리 로랑생展


마리로랑생포스터-02.jpg



“내가 다른 화가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모두 남자들이어서 일지 모른다.”
-마리 로랑생-

“오스망 거리에서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
거리에서 이른 아침에 맛보았던 기쁨이었다.
작업-불안감이 나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는 것을 힘들게 한다.”
-마리 로랑생이 죽기 7일전인
1956년 6월 1일 남긴 비망록 중에서 발췌-


그녀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새, 꽃, 기타, 고양이, 깃털, 모자, 푸들, 말, 진주, 그리고 빛나는 여성들. 회색, 흰색, 황색 그리고 분홍색과 초록색. 온통 마리 로랑생의 개성으로 탄생한 작품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시대 순으로 전시되어 있어 그녀의 일생과 변해간 스타일, 심지어 그녀가 살았던 유럽의 역사까지도 천천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대에 대한 설명은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기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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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사진 출처 _ 마리 로랑생展


마리 로랑생의 초기 작품은 주변 예술 사조의 영향으로 갈피를 못 잡는다.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며 콘트라스트는 점점 미묘해진다. 인물들도 얇은 모습에서 통통해진 모습으로 변화한다.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그녀의 작품에 우아함을 더해주고 생기를 북돋아준다. 당시 여성 예술가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 심지어 전쟁이 휩쓸고 갔던 시대. 여러 유행과 신문물이 이 곳 저 곳에서 튀어나오던 시대. 고난이 연속되던 시대 속에서, 남성이 우글대는 예술 틈바구니 속에서, 아름답고 우아하게 제 개성을 펼쳐낸 그녀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jpg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놀랍게도 파랑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장 고상하고 우아한 색이기 때문. 가장 많이 쓰는 색이 아니라 조금 놀라웠으나 마리 로랑생은 많이 칠하는 것보다 가장 인상적으로 칠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 곳곳에서 파랑이 보일 때마다 나는 그림을 칠하며 고민하는 마리 로랑생을 떠올렸다. 시대를 따라 변해가는 그녀의 작품을 볼 때마다 그녀의 주변은,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바뀌어 갔다. 마지막까지 마리 로랑생은 예술에 대한 재능을 더 욕망했고, 그 열정으로 작품을 완성해갔다. (마리 로랑생은 죽기 전까지도 자신이 더 재능 있기를 바랬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회화뿐만 아니라 패션부터 무대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재능 있는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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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 


대부분의 작품들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딱 한 작품만은 촬영이 가능하다. 세 명의 젊은 여인들. 무려 10년의 시간이 들어갔다는 작품이다. 여러 사람이 작품 앞에 서서 멍하니 바라본다. 얼마나 고심하며 붓을 들었을까. 상상한다. 그리고 함께 고민한다. 그 속에서 나는 마리 로랑생이라는 예술가를 보았다. 누군가의 뮤즈가 아닌. 마리 로랑생이라는 예술가를.


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jpg
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 


나오는 길에 마리로랑생 아트샵에서 그녀의 그림이 담긴 스티커와 엽서를 구매했다. 집에 와 엽서를 벽에 붙여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리 로랑생의 삶을 향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치열한 시대 속에서 예술가의 삶을 버텨내야 했다는 뜻일 것이다. 사후 긴 시간동안에도 기욤 아폴리네르의 뮤즈로 불려야 했던 것 역시 아쉬움이라 생각한다. 이제 그녀는 미라보 다리를 건넜고, 박인환의 서점도 지나쳤으며, 오롯이 마리 로랑생의 전시로 한국에 도착했다. 그런 이유에서, 마주하게 되어 정말 기쁘고 기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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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展 ; 색채의 황홀

일자 : 2017.12.09(토) ~ 2018.03.11(일)
* 1월 29일(월), 2월 26일(월) 휴관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30분)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 성인 13,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8,000원
주최 : 예술의전당,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
주관 :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미디어
관람연령 : 전체관람가
문의 :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02-396-3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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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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