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문학]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글 입력 2017.12.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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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 속에 이야기가 있다. 잠잘 때에도 우리는 꿈을 꾸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이야기에 열광한다. 사람에게도, 사물에도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이야기는 다양하게 소비된다. 소설을 읽는 것에서부터, 노래 속에도, 게임에서도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다.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우리가 열광하는 것일까. 책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에서 질문의 해답을 알려준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를.
 
 

문학은 욕망을 드러낸다
 

“문학은 흑과 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세상의 수많은 다른 색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예/아니요’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이 세상의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다. 나아가 문학은 ‘좋음과 나쁨’으로만 판가름할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가치들을 사랑하는 존재다. 문학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그 모든 ‘만약’을 향하여 ‘정답은 없다’고 대답한다. 문학은 단 하나의 정답으로만 존재할 수 없는 우리의 다채로운 삶을 담아내는 크기도 모양도 일정하지 않은 그릇이다.”


 ‘예/아니요’ 의 두 가지 선택밖에 할 수 없다면 문학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 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선택지에 놓인다. 많은 선택지 중에서 한 가지 선택밖에 할 수 없다. 어떤 선택이 정답인지, 혹은 정답은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세상에는 미래가 확실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선택 속에서 문학을 통해서 우리가 선택하지 못한 길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길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지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우리의 ‘한계’를 깨닫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욕망을 드러낸다. 특히 ‘금기’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교과서나 법률이 정해놓은 금기에 문학은 우리의 욕망을 드러낸다. 교과서나 법률은 우리가 접근하지도 못하게 무조건 하지 말라고 선언하지만, 문학은 금기에 대한 선언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사회에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면을 벗겨 솔직한 내면의 욕망을 드러낸다.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 중 하나인 악인을 통해서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악역은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안의 또 다른 자아, 숨겨진 인격을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악당, 악마, 악녀들의 온갖 악행들은 우리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의 목록에 포함시키는 금기를 거침없이 깨뜨린다. 악역은 그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존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역 자체가 우리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형성한다. 그들의 악행은 우리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형상화 한다. 악역들의 성격은 곧 어떤 특정한 사람들만의 희귀한 욕망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악인을 통해서 우리 안에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다.



문학은 영혼을 치유한다
     

“문학은 개인의 고통을 공동체의 문제로 공유하는 예술적 소통 행위다. 문학 속에는 수많은 질병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아픔은 고립된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보듬어야 할 고통이다.”


 문학 속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상처받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은 모두 우리와 닮아있다. 절망 속에서 좌절하는 인물,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는 인물 등 많은 인물들 속에서 자신과 닮은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결국에는 그 인물을 위로한다. 그 인물을 위로하는 동시에 자신도 위로한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타인의 고통이 머물렀던 자리에 내 몸을 겹쳐 보게 한다. ‘타인의 슬픔에 단지 동정하거나 연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의 심연에 자신의 몸을 던져 넣’는 힘을 준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의 상처를 기억하도록 한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자들을 기억하도록 한다. 역사는 강자의 입장에서 기록된다. 기록은 항상 강자를 향해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기억을 문학은 기록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기록들을 보고 기억한다. 문학은 ‘공식적인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기억들에 귀 기울이도록’ 한다.
   
 우리가 이야기에 열광하기 때문에 우리는 문학을 계속 읽는다. 이야기를 좋아해서 읽는 사람도 있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도, 재미있어서 읽기도 한다. 모든 것이 문학이 가진 힘이다. 우리는 문학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되기도, 다른 세상에서 살 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와 문학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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