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world argument’(더 나은 세상 논증)라는 것이 있다. 모든 사람이 각자가 원하는 만큼을 추구하고 이루면 더 나은 세상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논증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한 생각으로도 알 수 있다. 세상은 한정되어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한하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원하는 만큼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논증이 가능한 분야도 있지 않을까? 디자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디자인에 대해 몇글자 적어보자면, 디자인은 이 논증이 가능한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의 정의는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모든 사람이 각자 원하는 만큼 추구하고 이루는 것은 모두의 목적이 조형적으로 실체화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무한하게 충족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디자이너는 모두의 목적을 이뤄주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의 역사에 기록이 된 디자이너라면 모두의 목적을 이뤄주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모아서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이루어준 수많은 목적들의 모음을 관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목적들에 투영된 디자이너 본인의 목적과 철학까지 함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사에 기록된 디자이너의 작품을 모아 본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알렉산더 지라드 전은 그런 전시회라고 생각한다.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지라드의 수많은 작품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의 디자인이 디자인 분야에서 어떻게 분류되는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은 필자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더라도 이 전시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가야하는 지는 알 수 있다. 그가 그의 철학으로 완성해낸 목적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래도 필자의 눈에 들어온 포인트들을 언급하자면, 인테리어와 상업디자이너였다. 실내를 어떻게 꾸밀지는 목적의 덩어리이다. 집을 예시로 들어보면,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잠들기를 원하는가? 일상을 어떤 풍경 사이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가? 내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들을 어떻게 구성해 나갈 것인가? 이런 질문들의 답은 다 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시각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효율성과 장소의 한계 극복 등도 포함된다. 이런 목적의 덩어리를 지라드는 어떻게 완성해 냈을까? 또한 시장은 수많은 목적이 집합되는 곳이다.

 우리는 이 목적들을 모아서 수요라고 부르고 디자이너인 지라드는 공급의 한 축으로 수요 사이를 헤엄쳤을 것이다. 인테리어와 상업디자이너라는 두 포인트는 지라드가 단순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넘어 모두의 목적을 이뤄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목적을 이뤄주는 디자이너’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완성된 수많은 목적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순간을 필자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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