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혁오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 [음악]

글 입력 2017.12.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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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혁오밴드의 연말 콘서트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 5회차 공연에 다녀왔다.

이번 콘서트는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4주 간 총 12번 개최된다. K아트홀은 본래 태권도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곳으로, 500석 이하의 크지 않은공간이다. 현재 메이저, 인디를 아우르며 가장 '핫'하게 떠오른 밴드의 공연장 치고는 소박하다. 또, 락밴드의 공연인데도 스탠딩이 아닌 좌석에 앉아 관람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의외였다. 좌석 구조 역시 일반 공연과 달리 관객석이 둥그렇게 무대를 에워싸는 360도 아레나 형태다. 콘서트가 열리는 공간과 방식에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규모 덕에 더 현장감이 느껴지는 대신,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면 오혁의 말처럼 '열린 음악회' 같은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스탠딩 없는 락 콘서트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음악이 플레이되자, 그 걱정은 기우일 뿐이었다는 게 명백해졌다. 힘찬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오혁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감미로움과 강렬함을 넘나들었다. '와리가리', '위잉위잉' 등 히트곡부터 편곡으로 처음 접하는 곡까지, 살아 있는 라이브를 들으니 곡의 매력이 배가 되었다.

음원을 뛰어넘는 감동을 바라고 공연을 관람했지만, 차라리 음원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밴드는 라이브다'라는 말에 미치지 못하는 밴드들도 몇몇 있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아는 밴드가 된 혁오 역시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꽤나 받을 것이다. 그러나 혁오의 공연에서는 음원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전율이 느껴졌다. 단순히 '잘 한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매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비결은 반짝 떠오른 유명세가 아니라 탄탄한 실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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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석에서 다각도로, 그것도 가까이서 멤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대형 스탠딩 공연에서는 옆, 뒤의 사람에 밀리고 치여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채 불쾌했던 경험이 많다. 게다가 스탠딩 좌석이 무대와 멀고, 심지어 앞 사람의 키가 너무 크다면, 볼 수 있는 것은 무대가 아닌 스크린일 뿐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 자체, 그리고 그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비록 스탠딩 공연의 열기, 흥분은 덜할지라도 멤버들과 관객 한 명 한 명이 좀 더 가까이, 낮은 각도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 조명, 무대, 음악 모든 면에서 혁오의 스타일이 진하게 느껴졌던 공연이었다.
 
관계의 단절, 절망, 무력함을 말하는 혁오가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연 것도 이런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노랫말은 여전히 절망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관객들은 이 공연장에 모여 그 음악을 통해 가까이 교류한다. 이 공연을 통해 개개인이 느낀 감정이 감동이든 설렘이든, 이런 '공감'이 어쩌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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