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인데 옆구리 시리지 않으냐고요? [문화전반]

글 입력 2017.12.15 14:13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리 OO이는 연애 안하나?
남자/여자 친구 없어?”


(동성애는 안중에도 없고 이성친구를 이야기하곤 한다는 점도 매우 슬픈 지점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또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겨울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요즘은 더 심하다. 급하게 소개팅이라도 주선해준다는 사람도 있고, 이러다 솔크(솔로크리스마스)를 맞는 거 아니냐며, 바라지도 않는 걱정을 해주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연애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사랑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는 사랑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하고 고차원적인 무언가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누군가를 위해 나를 바꾸거나, 희생할 수도 있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신적인 어떤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가 ‘연애라는 형태’로 나타낼 필요는 없다.


“그래도! 사랑이 얼마나 좋은 건데!
설레고 두근두근~”


그걸 몰라서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 얘기를 조금 녹여보자면, 나는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 대학에 들어와서 남자친구가 있었던 적보다 없었던 기간이 더 길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애인이 있느냐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한때는 거기에 휩쓸려 남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기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떠올리기도 싫은 한번의 사랑은 나에게 꽤나 큰 상처를 주었다. 누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하였는가? 그 상처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보다 겁먹고 약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다음 연애는 더 좋은 사람과 좋은 상태에서 만나 좋게 만나고 좋게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었고, 이러한 조바심 때문에 누구를 만나는게 굉장히 어려워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아무나 섣불리 만날 게 아니라, 그런 ‘좋은’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주변에서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나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다. 주변에서도 그들의 많고 다양한 이유로 연애를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하거나 혹은 아예 비연애를 자신의 모토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과 세상은 연애하는 것을 그야말로 디폴트로 삼고 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사랑은 하고 싶을 때 하고싶은 사람과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말에 어느 누구도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요즘 사회는 사랑을 신격화하여 절대적으로 좋은 것 마냥 표현하는 것 같다. 혹은 그렇게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왜 모두가 해야만 하는가? 여러분은 왜 사랑을 하고, 그 필요성과 이유가 모두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모두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을까? 가령 나는 살면서 항상 독립적이고 완벽하게 살아야 했다. 그것이 내가 첫째여서 인지 혹은 일찍 집에서 나와 살게 되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지점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에게 홀로서기를 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내 편, 나만의 든든한 사람, 그래서 나의 가장 약한 부분까지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또 서로 끊임없이 뒤쳐지지 않도록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한때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낳을 거니?’라는 질문이 매우 당연하고 관심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얘기를 한다면, 주변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싸하게 만들 것이 뻔하다. 연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구라도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무례하게 물을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독신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닌, 자발적인 것을 더 강조하는 ‘비혼’이라는 단어가 매스컴에 등장하고, 드라마에도 이러한 풍조를 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연애는 안 해?”라는 말이 주는 폭력성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겨울날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한 번 말한다.


“네, 지금 연애 안 하고요,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이랑 파티할 거에요.”






Media Player Center.lnk.jpg


[송아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꽁글꽁글
    • 공감해요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