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빈치 얼라이브'를 추천하지 않는다 [시각예술]

제목 그대로다.
글 입력 2017.12.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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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얼라이브(Davinci Alive) 전시 후기

세상에는 한 분야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르며 칭송하고 이름 석 자를 역사에 기록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천재라는 표현조차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르네상스 형 인간’이라고 부른다. 바로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빈치 얼라이브 전은 다빈치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 슬로건 역시 ‘다빈치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오리지널 전시’이며, 공간에 들어가면 다빈치의 그림은 물론, 각종 발명품과 스케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총 세 개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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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르네상스, 다빈치의 세계

이 공간에서는 다빈치의 다양한 발명품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작품들은 다빈치가 실제로 고안한 스케치를 토대로 이탈리아 로마의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실제로 만지고 사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발판을 마련한 섬세함도 돋보인다.
 
공간의 중반부에는 다빈치가 그린 작품과 스케치도 확인할 수 있다. 다빈치의 초기작인 ‘수태고지’, 표현의 절정이라고 칭송받는 ‘암굴의 성모’ 등 다빈치의 대표작들이 걸려있다. 하지만 그림은 그저 걸려있을 뿐이었다. 이야기도 없고, 컨셉도 없다. 물론, 아무런 고민 없이 걸어 놓은 명화에 감동받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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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살아있는 다빈치를 만나다

두 번째 공간은 이 전시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홈페이지에 설명을 보면, ‘다빈치의 세계, 과학, 예술을 담은 3000여 개의 디지털 이미지를 컨버전스 아트로 재현했습니다. 살아 돌아온 듯 생생하게 숨 쉬는 그의 걸작들을 웅장한 스케일로 느껴보세요’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직접 들어가 본 공간은 웅장할 뿐이었다. 화면은 주제도 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흘러가서 혼잡했고, 30분 정도 되는 긴 영상은 지루했다.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적인 목적을 염두에 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결국, 웅장한 공간이 무색하게 다빈치의 유산들은 관람객을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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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비한 미소, 모나리자의 비밀이 열린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있다면 바로 다빈치의 ‘모나리자’일 것이다. 그 이유는 다빈치가 온 힘을 다해 만든 걸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림에 얽힌 다양한 해석과 뒷이야기도 큰 몫을 한다. 때문에 모나리자는 늘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고, 아무리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모나리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섹션은 바로 그 모나리자를 분석한 공간이다. 홈페이지에는 ‘세계적인 감정기관인 뤼미에르(lumiere) 감정단이 모나리자 원화를 10년간 심층 분석한 결과로, 물감의 성분, 만들어진 과정, 숨겨진 밑그림,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본연의 모습까지 모두 공개합니다’라고 쓰여있다. 모나리자라는 그림의 분석만을 가지고 공간을 채운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모나리자의 미소, 스푸마토(sfumato)기법, 모나리자의 숨겨진 모습까지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상술한 이유 때문인지, 전시 기획자는 이곳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나리자의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모나리자의 비밀이 다빈치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러나 설명은 진부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졌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모나리자는 아름다운 작품이 아닌 분석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다. 물론 이 공간은 그것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작품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이 ‘다빈치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시’라는 슬로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 스푸마토(sfumato)
: 색과 색 사이의 경계선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기법으로
모나리자에서는 눈가나 입꼬리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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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살아 돌아온다면

전시의 목적은 무엇일까? 돈? 문화의 발전? 교육? 사실 작품이나 전시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전시의 목적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작가에게는 작품을 보여줄 기회를, 반대로 사람들에게는 작품을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시에 양쪽의 기회가 만나는 교차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빈치 얼라이브 전은 첫 번째 섹션을 제외하면, 다빈치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설정이 무색하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못한 듯하다. 빠르게 지나가며 아무런 주제의식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 영상들과, 모나리자로 도배했지만, 정작 모나리자의 아름다움은 없는 다빈치의 공간은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장이라기보다 부족한 교과서를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 첫 번째 공간도, 다빈치의 발명가로서의 면모 외에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림은 그저 걸려 있었을 뿐이었다. 이곳엔 다빈치의 다재다능함도, 예술적인 감각도, 아름다운 모나리자도 없다. 결국, 다빈치와 관람객 모두 이곳에서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한 듯하다.
 
전시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것으로 그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기도 했지만, ‘갈수록 재미없다’이기도 했다. 이것은 다빈치라는 사람에 대한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본 나의 개인적인 입장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배제하고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 사람이 되어 쓴 의견이기도 하다. 이곳에 다빈치는 없다. 그리고 그의 다재다능함도 없다.



사진출처 : 다빈치 얼라이브 인스타그램 캡쳐


[공정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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