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초시의 죽음이 쓸쓸한 이유, 연극 '소설을 보다 - 이태준, 달밤' (11/20~12/16)

글 입력 2017.12.0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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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꾸민, 안초시의 복덕방이 눈에 띄었다.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한 소품들과 의상, 대사들이 몰입하는 데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안초시의 딸 경화는 무용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안초시에게 안경다리를 고칠 수 있는 정도의 돈만 건네줄 뿐, 별 관심이 없다. 늘 돈 벌 궁리만 하던 안초시에게 박영감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투자에 관한 정보를 일러주고, 일확천금을 꿈꾸던 안 초시는 딸과 상의하여 큰 돈을 투자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도 땅값이 오른다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박영감에게 부동산 정보를 전해 준 사람이 벌인 사기극임이 밝혀진다.

안초시는 그 충격으로 음독자살을 한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던 서참의는 안초시의 딸 경화에게 아버지 사망신고를 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안초시의 딸 경화는 무용가로 이름을 날리던 자신의 사회적 명예에 아버지의 자살로 훼손될 것이라며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꺼려한다. 서참의는 대신 아버지의 명의로 보험을 들었으니, 받은 돈 모두 아버지 장례식을 치루는데 사용하라고 언급한다. 장례식에 참석한 서참의와 박희완 영감은 안초시의 죽음에 슬픔으로 맞이하면서 극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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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빈 담뱃갑을 들고 다니며, 돈에 허덕이는 안초시의 모습이 짠했다. 오죽하면 주먹 쉰 손에 엄지손가락이 튀어나와서 재물이 나가는 거라며, 자신의 엄지손가락 탓을 돌리는 연기가 돋보이면서도 안타까웠다.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냉정한 현실이 공감이 많이 되었다. 점점 갈수록 일확천금이라는 기대에 사로잡혀 '로또'로 인생을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또, 토지 투자나 주식 투자로 기회를 붙잡아보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사는 게 팍팍하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희망을 가지려는 것 같다.

안초시에게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이 낡은 의상이었다. 추운 계절로 바뀌어 감에도 불구하고, 쭈글쭈글하고 쪼그라든 의상을 계속해서 입고 다녔다. 딸에게 옷 좀 사달라고 애원해보지만, 딸은 끝내 아버지께 옷을 사주지 않는다. 딸의 매몰찬 태도에 너무 얄미울 정도였다. 아버지는 하루하루를 딸 자랑하는 낙으로 사는데, 딸은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니 말이다. 안초시의 삶이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죽음조차 쓸쓸해서 굉장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안초시의 딸이 아버지의 죽음에 믿기지 않아하며, 연신 "아버지"라고 외치며 오열하는데 관객들 모두가 몰입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요즘따라 주변에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인지 더욱 아버지의 존재가 애틋하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어느 날 나에게 갑자기 아버지의 부재를 맞이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기도 하다. 아마 모든 자식들에게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부고 소식이 아닐까싶다. 그리고 서참의가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라고 했을 때도,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 것임을 먼저 생각하는 안초시의 딸 경화가 너무 이해가 안 됐다. 끝내 아버지 가시는 길을 더욱 허망하게 만드는 구나하고 허탈했다. 생전에도 아버지를 찬밥신세로 여기더니, 사후에도 여전히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에 분노날 수 밖에 없었다. 서참의와 박영감이 안초시의 장례식에 방문해서 오열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예전에 나한테 정말 잘해주셨던 고모부와 아빠친구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던 생각이 나서 많이 울기도 했다. 어렸을 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죽음을. 어느 덧 나도, 이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이가 되어있음에 슬프기만 하다. 배우분들이 감정연기를 너무 잘하셔서인지 관객 모두가 안초시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며, 자신들의 일인 것마냥 눈물을 흘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복덕방> 공연에서도 공연이 끝난 후에 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태준 작가님의 소개와 더불어 <복덕방> 인물들 소개와 여러가지 궁금증을 해소해주고자 설명을 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연극을 보다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려운 단어들이 그대로 연극에 반영되어 있는데 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최대한 관객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위한 연극이다보니, 소설에 나타난 단어를 변형시키다보면 극에 몰입하는 데 있어 혼란이 올 것을 우려해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안초시가 당시 투자한 금액이 현재로 치면, 3~4천만원(?)추정된다고 했다. 이처럼 연극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들을 바로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에 대해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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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개요 >


□ 공연명 : 청소년 문학극장 “이태준편 <복덕방>”

□ 부제 :  소설을 보다 - 이태준1 편 -<달밤> / 소설을 보다 - 이태준2 편 -<복덕방>

□ 공연기간 : <복덕방> 2017년 11월 20일 ~ 12월 16일까지
(매주 일요일 공연 없음)

□ 공연장소 : 공간222

□ 공연시간 : 평일 7:00pm  토 2:00pm (특별공연 2시, 3시 중) 
 
□ 관람료 : 청소년 전석 3,000원, 성인 5,000원

□ 관람 연령 : 12세 이상 관람가

□ 런닝타임 : 공연 50분 / 토론 20분(±5분)

□ 지원 : 2017 극장특성화 지원사업

□ 주최 · 주관 : 극단목수

□ 각색 : 박윤희

□ 연출 : 이돈용

□ 음악 : 권성연

□ 출연 : 정대진, 이창호, 구선화, 최근창, 임종원

□ 제작진 : 음악감독 권성연 / 무대제작 김준성 / 조명감독 임효섭 / 오퍼 박성혜 / 진행 전미임 / 사진 권애진

□ 예매 :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 공연문의 : 극단 목수 대표 이돈용 010-7214-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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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2004년부터 배우들이 목수일을 하며 순수한 땀과 열정으로 시작된 ‘극단 목수‘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후원을 받아 [청소년 문학극장 ’소설을 보다‘ - 이태준편]의 두 번째 작품인 연극 <복덕방>을 2017년 11월 20일부터 12월 16일까지 성북구에 위치한 ’공간222‘ 무대에 올린다.
 
[청소년 문학극장 ‘소설을 보다’]는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근대 소설들을 각색하여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연극 시리즈로, <달밤>, <까마귀>, <영월 영감>, <복덕방>, <해방 전후> 등을 쓴 소설가 ‘이태준’을 첫 번째 작가로 선정하였다.
 
이번에 공연되는 연극 <복덕방>은 1937년 <조광>에 발표된 이태준의 단편소설로, 1930년대 서울의 한 복덕방을 배경으로, 영락한 노인들의 삶과 죽음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복덕방 주인인 서 참의, 서 참의의 친구인 박희완 영감, 사업실패로 몰락해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안 초시 등 3명의 노인이 주인공이다. 안 초시는 재기를 꿈꾸는데, 어느 날 박 영감이 안 초시에게 부동산 투자에 관한 정보를 일러준다. 안 초시는 딸과 상의하여 투자를 결심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 땅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은 하나도 들려오지 않는다.
 
결국 이 부동산 정보는 박 영감에게 부동산 정보를 전해 준 사람이 자신의 땅을 처분하기 위한 사기극이었음이 밝혀진다. 안 초시는 이 모든 잘못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딸의 비난을 받게 되고, 이에 음독 자살을 택한다. 한편 아버지의 자살로 자신의 사회적 명예가 더럽혀질 것을 염려한 딸 안 경화는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게 되고, 장례식에 참석한 서 참의와 박 영감은 딸의 위선적인 모습과 조문객들의 허세에 가슴 아파한다.
 
이 작품은 현실에 대하여 정면대결을 피한 대신 그것을 제재로 서민 생활의 한 단면을 부각시킨 것이다. 즉, 봉건적 풍속 속에서 급격히 식민지 자본주의적 풍토로 변모해 가는 사회 변화 추세 속에서 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혹은 그것을 극복하려는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는 수동적 인물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
 
한편, 이번 공연은 40분간 공연이 진행된 후, 20분 간 연출, 배우들과 관객들이 질의응답식 문학토론을 통해 작품을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작품이 공연되는 ‘공간222’는 무대와의 경계가 없는 33석의 소규모 극장으로, 관객과 예술인들의 함께 어우러져 문학의 연극적 상상에 대한 토론을 즐기는 데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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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시놉시스 소개


안 초시는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하릴없이 신세를 지며 소일을 하고 있다. 수차에 걸친 사업 실패로 지금은 몰락하여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재기를 하리라 꿈을 꾸며 살아간다. 안 초시의 딸 경화는 무용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안 초시에게는 담뱃값 정도의 돈을 쓸 뿐 아버지를 보살피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서 참의는 한말에 훈련원의 참의로 봉직했던 무관이었으나 일제 강점 후 복덕방을 차렸다. 안 초시와 달리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로, 집 거간뿐 아니라 여기저기 여러 채의 집에 하숙을 하여 돈을 벌기에, 씀씀이에 불편함이 없이 살아간다. 박희완 영감은 훈련원 시절 서 참의의 친구이다. 재판소에 다니는 조카의 일을 돕는다는 핑계로 대서업(代書業)을 한다고 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인이다. 늘 돈 벌 궁리만 하던 안 초시에게 박 영감은 큰돈을 벌수 있는 부동산 투자에 관한 정보를 일러준다. 늘 일확천금을 꿈꾸던 안 초시는 딸과 상의하여 큰돈을 투자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도 새로운 항구의 건설이라든가 땅값이 오른다든가 하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박 영감에게 부동산 정보를 전해 준 사람이 벌인 사기극임이 밝혀진다. 안 초시는 그 충격으로 결국 음독자살한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던 서 참의는 안 초시의 딸을 경화에게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무용가로 이름을 날리던 자신의 사회적 명예가 훼손될 것이라 으름장을 놓는다. 안 초시의 딸 경화는 서 참의의 권유를 받아들여 보험금으로 받은 돈을 모두 장례식을 치루는데 사용한다. 장례식에 참석한 서 참의와 박희완 영감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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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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