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이어리, 나의 아날로그 친구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1.2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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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도 않으면서 또 샀어?”
     
 매 해마다 나의 손에 들려오는 새 다이어리를 보고 우리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다. 이번 해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나의 다이어리는 ‘여백의 미’가 가득하다. 나는 손재주가 없어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기보다는, 까먹지 말고 꼭 해야 할 일과 간단한 일정 정도만 적어놓는 편이다. 그래서 다이어리 달력 페이지의 칸들도 무언가가 써진 날보다 빈칸으로 남아있는 날이 더 많고, 메모지 부분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내 성격과 특성이 담긴, 다이어리를 쓰는 나만의 ‘방법’이지 절대 사놓고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방 청소를 하다 보니, 앞장만 두 장 쓴 다이어리가 3권정도 나오긴 했다.)
     
 11월, 12월은 내가 좋아하는 ‘다이어리의 달’이다. 이맘때쯤 대형 서점에 가면 각양각색의 다이어리들을 구경할 수 있고, 카페들은 한정 수량의 자체 제작 다이어리를 하나 둘 내놓으며 우리들의 발길을 재촉한다. 다양한 구성과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다이어리들이 많지만, 나는 이번 해에도 어김없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 열심히 커피를 열심히 마셨다. 내년이 되기까지는 아직 한 달도 더 남았지만, 월동 준비를 다 해놓은 농부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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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다이어리는 세계적인 기업 PANTONE과 함께 만들었다.



현대인에게 다이어리는?

 디지털 이상의 것으로 나아가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해본다면, 종이 다이어리는 참으로 아날로그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등록하거나 일기를 쓸 수 있는 다이어리 어플도 많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이로 된 실물 다이어리를 찾는다. 나도 달력 어플을 쓰고는 있지만, 다이어리에도 일정을 똑같이 적어 둔다. 꼭 확인해야 할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돼서 어려움을 겪었던 뒤로는 다이어리를 항상 가방 속에 넣고 다닌다. 또, 일정한 크기로 기계적으로 또박또박 써 진 글씨가 아니라 내가 쓴 글씨가 주는 특유의 정감도 있다. 물론 다이어리는 나의 것이지만,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기분이 더욱 들게 해준다.

 이외에도 다이어리 어플이 종이 다이어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개선하더라도 종이 다이어리 소비량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이어리의 실용성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찾은 기쁨, 혹은 다이어리를 사며 내년을 준비하는 그 순간과 마음가짐을 즐기는 것은 아닐까?

 정신없는 디지털 세상 속 지친 우리의 하루를 위로해 줄 아날로그 친구 하나 만들어 놓는 것, 2018년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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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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