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네가 알던 내가 아냐 [시각예술]

팅가팅가 : Let’s be happy展
글 입력 2017.11.2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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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동을 가봤다. 날이 추워져서인지 과거에 느꼈던, 조금 과하다 싶은 활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들 두꺼운 옷을 입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나니 어쩐지 씁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시가 한창인 ‘인사1길 컬쳐스페이스’ 주위는 전시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득했다. 거대한 코끼리 모형을 포함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색들의 향연이 “여기 온 너, 당연히 행복해져야 되는 거 아니야? 행복해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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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풍기는 이곳엔 한때 ‘빠고다가구’ 공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64년 지어졌던 공장은 시간이 흘러 ‘인사동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엄청난 특색을 띄는 전시공간이자 디자인샵인 ‘인사1길 컬쳐스페이스’로 거듭난다.
 
현재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다룬 ‘팅가팅가 : Let’s be happy’전이다. 고대 암각화의 동물을 현대적 기법으로 그려낸 탄자니아 예술가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를 중심으로 조지 릴랑가, 두츠, 주베리, 헨드릭 릴랑가, 아세파 등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아프리카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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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이 전시를 보기 전까지 난 아프리카에 대해 여전히 ‘미개한’ 인식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예술은 ‘예측가능’할 것이며 기껏해야 자연이나 동물들을 다룰 거란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내가 겪어온 모든 경험들이 그렇듯 이번 전시도 내가 틀렸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경험의 힘이란 이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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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인 일부 작가들의 작품은 팝아트로 분류돼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유사한 분위기를 풍겼다. 분홍, 보라, 노랑 등 화려한 색으로 캔버스를 꽉 채운 그림들을 보며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하면 딱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만큼 보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함을 주었다. 동시에 차별되는 어떤 매력을 뽐냈는데 이게 정확히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전시장 곳곳에 적힌 설명을 바탕으로 추측해보건대 ‘나’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특정 대상(자연, 인간, 가족 등)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사상이 그러한 매력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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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는 작가들로는 조지 릴랑가와 헨드릭 릴랑가, 케베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조지 릴랑가는 헨드릭 릴랑가의 외할아버지로 서구 미술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아프리가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또한 그의 작품은 다양한 상품에 등장해 우리에게 익숙한 키스 해링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헨드릭 릴랑가는 조지 릴랑가의 작품이 더 활발해지고 강렬해진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힘차고 거침없다. 동시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케베의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다양한 색을 알맞게 사용해 화려함을 놓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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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통해 대상의 본질에 가까워지고 가장 순수하게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에서 예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전시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이해하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나는 그곳이 품은 가치들을 작게나마 볼 수 있었다. 자연, 인간, 그리고 나 자신. 제각각인 작품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무엇보다 ‘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에 집중한 그들이기에 행복할 수 있었고 다른 이에게 행복해지자고 말할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나도 이제 혼자인 상태를 피하고 두려워하지 않아보려 한다.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겨보려 한다. 언젠가는 나도 행복해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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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2층과 3층에서 진행되는데 특히 3층에선 그림자 놀이, 셀프드로잉 등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추워서 얼마 못 있고 내려왔지만 루프탑에서 잠시 인사동을 내려다보며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루프탑에선 빨간색 대왕 코끼리를 만나볼 수 있다.)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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