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책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우리에겐 우리만의 것이 있는가?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글 입력 2017.11.28 00: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도무사 1.jpg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처음 읽을 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들고 보니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건축에 대한 상식과 전망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은 조금만 어려운 단어가 나와도 주석을 달아 찾아보기 편하게 만들었다.

 책에 따르면, 건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해당 건축물 안에서 일어날 이벤트이다. 건축물을 이용하고, 그곳에서 노닐고, 거주하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그 효율성을 따질 때 많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건축물의 예상 용도를 제외하고도, 이용자가 해당 건축물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고, 접근성이 얼마나 높으며 자연과 같은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지 등이 해당된다. 저자는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무엇이 건축물의 성공을 결정짓는가에 대해 논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단락에서 건축물은 그 사용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맥락을 유지한다.


도무사 2.jpg
고층 건물로 빼곡한 강남 지역(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나는 평생을 강남에서 살아왔지만, 늘 강북을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강북에 놀러가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강북의 거리를 걷고, 인사동의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광화문의 교보문고에서 책을 산다. 이는 모두 강남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하지만 왜 내가 굳이 강북까지 가서 휴식을 취하려 할까 종종 생각하곤 했었다.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강북은 강남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있었다. 버스만 타봐도 안다. 강남의 길은 대부분이 평평하고, 넓게 뚫려있다. 그리고 여기에 획일화된 박스모양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대부분의 거리가 쉽게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빌딩들로 차있고, 야외에 앉아 차를 마실만한 공간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가끔 보이는 거대한 건축물들은 시에서 랜드마크로써 야심차게 내세운 것임에도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과 이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반면 강북의 거리는 버스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기만 해도 설레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이태원과 남산, 동국대학교 일대는 쉴새없이 구불구불한 길로 이어져있고, 그 구조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건축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주택 단지부터, 궁궐, 새롭게 리모델링되어 가게로 다시 태어난 전통 가옥들과 주변 환경에 맞추어 새로 생겨난 건물들까지, 이러한 다양성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예전의 것이라고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듯한 강남에 비해 강북의 동네는 시대의 흐름이 더 많이 반영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 점이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도무사 3.jpg
인사동 거리


 또, 내가 개인적으로 인사동 거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자가 설명한 '휴먼 스케일(Human scale)'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빌딩들이 그야말로 '숲'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강남 거리에 비해, 인사동과 삼청동을 아우르는 거리는 주변 구조물들의 크기가 인간의 체격에 맞춰져있는 듯 하다. 구체적으로는 인사동 쌈짓길이 그렇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강북의 거리와 건축물에도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이 강북의 골목에 이끌리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단지 크고 화려한 외관을 가졌다고 해서 성공한 건축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서울 도심에는 그런 건축물들이 많다. 코엑스 앞의 '강남스타일' 동상부터 동대문의 ddp 건물, 그리고 제 2 롯데월드몰 등 이런 건물들은 그 외관이 크고 특이하지만 정작 우리는 연인과 함께 인사동을 거닌다. 평수 넓은 최신형 아파트에 살면서도 작은 정원이 딸린 소박한 주택에 대한 로망을 갖고 살아간다.

 현대의 도심을 살아가는 우리는 단 한순간도 건축물로부터 눈과 발을 뗄 수가 없다. 그렇기에 건축물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을 수밖에 없다. 영양분이 충분하다고 해서 우리가 매번 같은 음식만 먹을 수는 없듯이, 인간의 정서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좋은 건축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삶에 깊숙히 관여하는 건축은 그 자리에 남아 그 자체로 인간 생활 양태의 역사적 기록이 되기도 하며, 수요에 따라 유기체적으로 변모하면서 그 도시와 나라의 특성을 구현한다.

 그런데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너무 '새로운 것', '최신의 것'만을 갈망하는 것 같다. 이런 욕구는 도시 고유의 개성을 없애고 지형과 인간 사회의 차이성을 배제한 채 건축물들을 획일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가장 부유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강남의 건물들이 정감 없이 삭막하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유리로 된 거대한 건물에서보다는 한옥으로 된 유서깊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싶어하듯, 우리의 도심은 기존의 것들을 모두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백지 상태보단 늘 수정보완의 가능성을 열어둔 고유의 색채를 간직하고 있을 때 매력을 발한다. 최근 건축 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전통', '고전' 등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는만큼 우리를 둘러싼 건축물들에 대해서도 우리만의 색채를 되살려보고자하는 수요가 늘어났으면 한다.


도무사 4.jpg
 

 저자에 따르면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며, 인간의 삶이 반영된 곳이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도시구조는 건축가들에 의해 설계되지만, 반대로 도심 속 인간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앞서 개인적인 예시로 들었던 강남과 강북의 사례 뿐 아니라, 책에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도시의 비결은 무엇인지, 어떤 공간이 사람을 정서적으로 이끄는지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이 도서는 건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가 앉아있는, 혹은 서 있는 이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당장의 이용자인 우리에게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차례


추천사
머리말
 
제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강남 거리는 왜 걷기 싫을까? / 명동엔 왜 걷는 사람이 많을까? / 공간의 속도 / 카페 앞 데크는 왜 거리를 좋게 만드는가?
 
제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휴먼 스케일, 카오스적인 도시, 간판 / 옛 도시 : 통일된 재료와 지형에 맞추어진 다양한 형태 /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다 / 머리 위 하늘을 빼앗긴 도시 / 빨래가 사라진 도시 / 스카이라인 / 감정 시장
 
제3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감시받는 사회 / 공간과 권력 /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 클럽에 왜 문지기가 있을까? / 감시는 나쁘기만 한가? : 광장과 운동장 / 호텔과 모텔 사이 / 면적 vs 체적
 
제4장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뉴욕 이야기
로프트, 예술가, 부동산 / 깨진 유리창의 법칙 / 냉장고와 건축 / 도시 개발업자의 비밀 무기 / 도시 재생, 생명의 사이클 / 죽은 시설의 부활 : 하이라인 공원 / 지루한 격자형 도시 뉴욕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 남대문은 고려청자와 무엇이 다른가?
 
제5장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도시는 유기체 / 아메바부터 척추동물까지 / 진화하는 도시 : 로마, 파리, 뉴욕 / 화폐 속 건축가 / 강남과 북한
 
제6장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 포도주 같은 건축
층층이 퇴적된 삶의 역사 / 소주·포도주의 건축학 / 복합적 삶, 유일한 땅, 지혜로운 해결책 / 베트남 기념관 : 역사와 땅과 사람을 이용한 디자인의 백미
 
제7장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불편한 교회, 편안한 절 / 공간 구조와 종교 활동의 상호관계 :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 불교 사찰, 이슬람교 사원
 
제8장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공원의 역사 / 거실과 골목길 / 우리가 TV를 많이 보는 이유 / 남산과 센트럴 파크 / 한강과 고수부지
 
제9장 열린 공간과 그 적들 :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근로 공간의 탄생과 비밀 / 소돔과 고모라 / 시계탑 / 자리 배치의 비밀, 부장님의 자리 / 공공의 적, 형광등 / 집보다 자동차를 먼저 사는 이유
 
제10장 죽은 아파트의 사회
카페와 모텔이 많은 이유 / 한강의 만리장성 / 아파트와 돼지 / 아파트와 재개발 / 집 크기 / 가족애를 위한 아파트 평면 만들기 / 줄기 세포 주택
 
제11장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기호 해독 / 정보로서의 건축 / 왜 인터넷 ‘공간’이라고 부르는가? / 동물로서의 인간, 동물 이상의 인간 / 클럽과 페이스북 / 몸, 심리, 건축
 
제12장 뜨는 거리의 법칙
코엑스 광장엔 사람이 없다 / 지하 쇼핑몰의 한계 / 죽은 광장 살리기 / 신사동 가로수길 / 세운상가와 샹젤리제 : 건축가들이 흔히 하는 두 가지 실수 / 시간은 공간 / 덕수궁 돌담길
 
제13장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제품과 건축 / 자동차와 건축 / 「명량」과 건축 / 유재석 같은 건축 / 위상기하학과 동대문 DDP / 그래비티
 
제14장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바둑과 체스의 공간 미학 / 알파벳과 한자 / 동양의 상대적 가치 / 서양의 절대적 가치 / 개미집과 벌집 / 空間과 SPACE / 한식 밥상과 코스 요리 / 테이블과 마루 / 장마와 건축
 
제15장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성 베네딕트 채플 : 자연과 대화하는 건물 / 두 주택 / 아사히야마 동물원 / 자연에 양보하는 잠수교 / 시간의 이름 / 옹벽의 역사 / 옹벽과 동 / 보이지 않는 벽 / 울타리 / 한국의 정자 :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 / 한국적이란?

맺음말
미주
도판 출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 다섯가지 인문적 시선 -


저자
유현준

펴낸곳
을유문화사

분야 : 도시/토목/건설/교양인문

쪽 수 : 391쪽

발행일
2015년 3월 25일

정가 : 15,000원

ISBN
9788932472959

문의
을유문화사
02-733-8153



[주유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