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레드벨벳 정규 2집 < Perfect Velvet > : 3년 만에 이뤄낸 벨벳 컨셉의 구현

글 입력 2017.11.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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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강렬하고 매혹적인 컬러인 ‘레드’ 컨셉과 클래식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벨벳’ 컨셉을 자유자재로 소화할 것이라는 당찬 걸그룹이 데뷔했다. 그룹명은 팀의 컨셉을 그대로 담은, ‘레드벨벳’.
 

레드벨벳은 데뷔 이후로 꾸준히 레드 컨셉과 벨벳 컨셉을 번갈아가면서 활동해왔다. 데뷔곡인 '행복(Happiness)'은 레드, 그 후에 발표된 S.E.S. 곡을 리메이크한 ‘Be Natural’은 벨벳이었다. 이후 발표된 ‘Ice Cream Cake’, ‘Dumb Dumb’, ‘Rookie’, ‘빨간 맛(Red Flavor)’은 레드 컨셉이었고, ‘Automatic’, ―‘Ice Cream Cake’과 더블타이틀이었으나, 컴백주에만 활동한 곡이다. 더블타이틀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7월 7일(One of These Nights)’은 벨벳 컨셉이었다. 다만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같은 경우는 레드+벨벳 컨셉이었고, ‘Ice Cream Cake’ 역시 레드+벨벳 컨셉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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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The Red > 티저, 아래 < The Velvet > 티저


대중들이 ‘아이돌=상큼하고 발랄한 댄스곡’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특히 걸그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배적인 생각인 듯하다―벨벳 컨셉의 곡들은 분명히 어디 내다놔도 꿀리지 않을 세련된 곡들이었지만,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어쨌든 가요계도 산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이 나야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물론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라는 커다란 어드벤티지가 있는 그룹이지만―‘레드+벨벳’ 컨셉을 Plan B로 내세운 듯 보였고, 어쨌든 레드+벨벳 컨셉은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는 레드벨벳이 흔히 말하는 ‘1군 걸그룹’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돋움 판이 되었다. 어쨌든, 팀명에 떡하니 적혀진 정체성인 벨벳 컨셉을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앨범 수록곡들 역시 레드 컨셉의 곡들과 벨벳 컨셉의 곡들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아무튼, 레드 컨셉이 ‘잘 팔리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레드벨벳의 첫 정규앨범은 레드 컨셉을 기반으로 한 < The Red >였다. 후에 < The Velvet > 앨범이 나오긴 했지만 미니앨범이었고, 역시 높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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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정규앨범이 나온 지 2년이 지났다. 레드벨벳은 < Perfect Velvet >이라는 정규 2집을 들고 돌아왔다. 결과는? ‘놀랍게도’ 성공적이다. 음원 강자들의 컴백 러시가 벌어지고 있는 11월, 타이틀곡 ‘피카부(Peek-A-Boo)'는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살아남아있다. 레드벨벳은 데뷔 3년 만에 자신들이 확실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Perfect’한 ‘Velvet’ 컨셉을 찾아낸 듯싶었다.
 
이번 앨범은 벨벳 컨셉으로 가득 차있고, 기존의 걸그룹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의 곡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새롭다. 레드벨벳의 성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타이틀곡 외에도 < Perfect Velvet >의 전곡이 수록곡으로만 남기에는 아깝다고 생각되어 짧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Track 1 , 피카부 (Peek-A-Boo)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핵심부터 말하자면, 댄스곡이다. 이전까지의 벨벳 컨셉 곡들은 안무가 있긴 했지만, 곡 자체의 성향은 발라드 장르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이 곡이 레드 컨셉 혹은 레드+벨벳 컨셉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독특한 신스 사운드와 훅(Hook)이 곡 내내 귀를 사로잡지만 어딘가 마이너스럽다. 무대에서도 이전 레드 컨셉의 곡들에 비해 발랄하고 밝은 느낌이 확연히 줄었다. 벨벳이라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발라드로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듯하다. 레드벨벳만의 매력적인 벨벳 컨셉을 구축해낸 멋진 성과가 돋보이는 타이틀곡이다.

제목은 '까꿍'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까꿍, 우리만의 벨벳 컨셉을 찾아냈어!'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을까?


Track 2 , 봐 (Look)

힘을 주지 않은 보컬―벨벳 컨셉의 댄스곡의 핵심인듯 싶다―과 가득찬 코러스가 귀를 사로잡는 댄스곡이다. 역시 디스코 풍의 댄스곡임에도 불구하고 벨벳 컨셉의 느낌이 확실히 강하다. 멤버들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러스가 가득하다보니 보통 레드벨벳의 주요 코러스를 도맡는 '슬기'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곡인듯하다.


Track 3 , I Just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곡/작사가 조합인 김부민과 Hitchhiker의 곡이다. Hitchhiker의 곡은 대부분 강렬한 비트와 빠른 템포의 곡이 대부분이었는데―대표적으로 샤이니의 '히치하이킹' 에프엑스의 'Kick' 등이 있다―이 곡은 그동안의 곡들에 비해 템포가 굉장히 느려져서, 사실 내가 상상했던 느낌의 곡이 아니었다. 그러나 벨벳 컨셉을 충실하게 적용하고 있는 곡으로, 역시 귀에 맴도는 훅(Hook)이 존재하는 곡이지만 마이너하고, 힘을 뺀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다. 후렴에 반복되는 '아이야이야' 라는 가사의 신비로운 멜로디도 인상깊다.


Track 4 , Kingdom Come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걸그룹 앨범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R&B 장르의 곡이다. 곡 자체의 난이도가 있는 편인데, 멤버들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잘 소화해낸 곡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곡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색을 가진 '예리'가 오히려 곡에서 매력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눈에 띄는 곡이기도 하다. 앨범 내에서 벨벳 컨셉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감각적인 가사 역시 베일에 싸여있는 듯한 곡의 분위기에 한몫했다고 느꼈다.


Track 5 , 두 번째 데이트 (My Second Date)

여태껏 나온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랄한 곡이다. 곡의 시작에 나오는 귀여운 사운드가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피아노 루프에서 후렴에 이어지는 '힙한' 비트가 이질적일 수도 있는데, 그 깜찍한 사운드가 이질감을 줄여준다. 물론 이전 앨범 수록곡들에 비하면 절대 레드 컨셉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곡이지만, < Perfect Velvet > 앨범 내에서는 비교적 레드 성향을 띄는 곡이다. 데이트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에 복잡한 마음을 나타낸 가사 역시 귀엽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역시 걸그룹 앨범에 빠지면 섭한 컨셉이긴 한가보다.


Track 6 , Attaboy

SM의 히트메이커 'Kenzie'가 'The Stereotype'과 함께 작업한 곡이다. Kenzie는 SM에 몸담은 지 15년 가까이 되었고 작곡한 곡도 200곡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트렌디한 곡을 쓰고 있는 보기 드문 여성 프로듀서이다. 필자 역시 Kenzie의 곡 중 좋아하는 곡이 굉장히 많다. 이 곡은 듣자마자 레드벨벳의 색보다는 '에프엑스'의 색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프엑스의 목소리로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곡이다. 물론 에프엑스의 곡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곡 자체는 굉장히 마음에 들고, 레드벨벳의 발랄한 곡 소화력이 인상적인 곡이지만, 에프엑스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아쉬운 곡이다.


Track 7 , Perfect 10

이쯤이면 벨벳 컨셉의 주된 연결고리는 '몽환'이 아닐까 싶다. 이 곡 역시 몽환적인 느낌의 곡이다. 역시 다른 걸그룹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내는 멤버들이 '레드와 벨벳'이라는 컨셉의 색깔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SM이 이번 앨범을 위해 곡을 선정하는데 굉장히 고심을 한 듯 싶다. 앨범 내 몽환적인 곡들이 여러가지 있지만, 특히 이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곡의 분위기에 '취한다'는 꿈결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곡이다.


Track 8 , About Love

'두 번째 데이트'보다 더 밝은 느낌의 곡이다. 아마 이 곡이 레드 컨셉의 앨범에 들어갔다면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위치했을 것이다. < Russian Roulette > 앨범에 수록된 'My Dear'의 연장선 같은 곡이라고 느꼈다. 사실 같은 작곡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대체로 마이너 한 곡들의 연속이라 어둡다고 느껴질 수 있는 앨범 내에서 레드벨벳의 상큼한 느낌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 곡이다.


Track 9 , 달빛 소리 (Moonlight Melody)

우리가 흔히 발라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느낌의 곡이다. 이번 앨범은 벨벳 컨셉임에도, 정석 느낌의 발라드 곡은 이 곡 하나 밖에 찾아볼 수 없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과 현악기 음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깔끔한 발라드다. 앨범 내 외국 작곡가의 곡들이 비중이 높은 와중에 수록된 한국 작곡가의 곡이라 더욱 친숙한 느낌의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편안함을 남겨주면서 앨범을 마무리 짓는 따뜻한 곡이다.





올해 이미 'Rookie'와 '빨간 맛'으로 레드 컨셉이 2연속 히트를 친 탓에, 어쩌면 벨벳 컨셉의 컴백은 레드벨벳에게 큰 도전이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두 번째 정규 앨범이라는 부담감 역시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레드벨벳은 3년 동안 레드 컨셉과 벨벳 컨셉 사이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벨벳 컨셉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대중들의 시선에도 포기하지 않고 컨셉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이러한 준비 과정 끝에 드디어 벨벳 컨셉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레드벨벳이라는 그룹의 능력치를 증명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레드의 경우 컨셉이 확고했지만, 벨벳은 여전히 모호했다. 섹시 컨셉도 아니고, 청순 컨셉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기존의 걸그룹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컨셉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레드벨벳도 정체성을 잡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3년 동안 레드벨벳은 꾸준히 달려왔다. 이번 앨범을 통해 레드벨벳은 앞으로 더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레드벨벳이 걸어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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