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액자] 그곳에 나비가 있었다
동네 오래된 금은방의 추억을 가져간 나비
글 입력 2017.11.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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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나비가 있었다 2017. 11. 13동네 입구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주던 금은방이 비워지고 ,"임대"라는 문구가 붙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오래된 벽시계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금은방. 늘 여유로운 사장님이 계신 따뜻한 그곳을 보며 지나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직접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늘 집에 가는 길, 환한 빛을 밝히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곳이 사라지니 내심 섭섭했다. 금빛으로 따뜻하게 빛나던 금은방의 모든 물건이 사라지고 그저 까만 어둠만 남았다.그런데 반짝이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흰색 나비가 팔랑이며 날고 있었다. 그 어두 컴컴한 가게 안에, 마치 금은방의 따뜻함을 혼자 추억이라도 하듯이, 너무나 연약하고 빛나는 하얀색 나비가 날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나비는 투명한 문에 와 앉았다. 문을 열어주려 처음으로 문을 당겨보았지만 닫혀있었다.이후 금은방은 빵집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금은방이 아닌 모습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해가 지날수록 동네의 오래 된 가게들이 점점 사라져간다. 그래서 그 추억마저 사라지는 것 같았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한 나비를 보고, 시간은 지나지만 옛 기억만은 그대로라는 걸 느꼈다.[송재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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