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의문박물관마을, 건축을 품다 [문화 공간]

글 입력 2017.11.0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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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17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가 9월 2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와 돈의문박물관마을 두 장소에서 진행되는데, 두 곳 모두 건축비엔날레에 걸맞는, 건축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다. DDP는 많이 알려져 있듯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고,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예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근현대의 도시사가 살아숨쉬는 도심 골목 주택가를 통째로 박물관 단지로 조성한 곳이다. 마을이 위치한 새문안 일대는 구한말 서양인들이 들어와 처음 터를 잡은 지역이라고 한다. 또, 옛 한옥, 일제강점기부터 60~70년대의 여관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일대 자체가 서울의 근현대사인 셈이다. 이렇게 의미있는 장소에서 도시건축비엔날레를 연다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간

 
비엔날레는 '공유도시'라는 큰 주제로, 도시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들이 전시되는데, 돈의문에서는 '주제전', 즉 '공유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소주제를 통해 다뤄진다. 전시, 그리고 공간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하며 돈의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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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인상은, '예쁘다!'였다. '한옥과 옛 건물이 어우러진 마을' 자체도 충분한 볼거린데, 이걸 박물관 단지로 조성해놓으니까 색다른 느낌이었다. 옛 모습이지만 깔끔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서, 나들이 오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구경 온 가족들도 꽤 많았다.



공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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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도시'라는 주제는 또 공유재(물, 불, 공기, 땅), 공유양식(만들기, 움직이기 등)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하나의 건물에는 그 소주제와 관련된 하나의 프로젝트를 담고 있다. 이 점이 흥미로운데, 콘텐츠와 공간이 상호작용하게 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건물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동선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보통 전시에 가면 아무리 재밌는 콘텐츠를 담고 있어도 무색의 하얀 전시공간을 빙빙 돌다 보면 뭔가 질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각각의 개성이 있는 건물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때문에 '전시관람'이라는 행위 자체가 재밌어진다.
 
또, 각각의 섹션이 하나의 건물에 독립적으로 전시돼 있기 때문에, 건물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빈 시간'이 생긴다. 그 사이 방금 보고 나왔던 콘텐츠에 대해 곱씹어 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 수도 있었는데, 이런 공간적 특색 덕에 그런 부작용이 덜했던 듯하다. 콘텐츠의 내용 뿐만 아니라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됐다.

또, 도시와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총망라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미세먼지를 오감으로 표현한 전시, 자동차와 도시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전시 등등 일상에서 느껴왔던 흔한 주제를 새롭게 해석하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주제를 우리 삶과 연관시키는 등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많았다.



아쉬운 점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이런 전시를 '인내'를 갖고 들여다보아야 했다는 것이다. 시민이 아닌 전문가 위주의 콘텐츠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설명, 안내문이 있었지만 딱딱하고 학술적인 용어들이 가득해서 시민들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행사 자체가 공유도시라는 주제를 갖고 시민들과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다음번에는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한 건축비엔날레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공간이 가진 역사적 스토리와 마을박물관이라는 특색을 살려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이후에도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의미와 재미를 갖춘 콘텐츠로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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