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심함과 투박함의 공존 '쇠, 철, 강 - 철의 문화사' + '王이 사랑한 보물'

글 입력 2017.10.3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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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는 두 개의 전시를 보고 왔다. 기획전인 ‘쇠, 철, 강 – 철의 문화사’와 특별전 ‘王이 사랑한 보물’이었다. 박물관의 전시품들은 오랜 시간을 품고 있음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항상 박물관 전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박물관 유물들은 세심한 것 같으면서도 세월 때문에 묻어나는 투박함이 매력인 것 같다.





  먼저 ‘쇠, 철, 강 – 철의 문화사’의 전시실을 찾았다. 이 전시는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철이 시작된 시기부터 권력으로 여겨지던 시기, 그리고 모두의 삶 속 깊숙이 들어오는 시기까지를 후루룩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단순 철덩어리들의 나열이 아니라 그림과 조각 등 관련된 유물이나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박물관 전시는 유물 뿐이라 지루하다는 많은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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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전시에서 일본도를 실제로 처음 보았는데, 정말 날렵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는데 내 머리 속의 ‘일본 칼이 좋다더라’하는 관념을 눈으로 조금이라도 확인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금속 내의 많은 불순물들을 어떻게 제거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전에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문제였는데 그 과정이 단지 두드리는 것 뿐이라니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어떠한 화학적인 과정이 있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단순해서, 그리고 그 단순한 과정을 통해서 생각보다 큰 차이가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유물이라 함은 내가 상상하기 어려운 과거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쩐지 나에게는 생소하게 여겨지리라 싶었는데, 예상 외로 반가운 유물이 있었다. 바로 사인검이었다. 내가 사인검을 알게 된 것은 네이버 웹툰 ‘신과함께’에서 저승차사가 악귀를 물리치는데 사인검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냥 들어만 보았고 또 그림으로만 접했던 것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니 또한 새로운 기분이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전쟁에서 철이 직접적인 무기로 사용된 것을 접한 후의 기분이었다. 나는 원래도 전쟁이라는 단어를 무서워하지만 (사람이라면 응당 그럴 것이다.) 철로 만들어진 전쟁 무기들을 보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처럼 등골을 스산하게 했던 2부, 권력으로서의 철을 지나면 바로 삶 속으로 들어온 철을 만나게 되는데, 삶을 파멸시키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삶에 대한 것이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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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전 보원사지 철불’이었다. 이 전시의 가장 메인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는 것이, 이 부처님께서는 독실을 사용하셨던 것이다! 전시실 안에서도 따로 동떨어져 혼자 처연히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시선이 갔고, 나는 불교가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이었다. 철불 앞에는 의자가 앉아있었는데, 무언가 시청각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잠시 쉬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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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은 흑금이라 했다는데 까만 금이라는 별칭을 듣고 난 후의 생각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산화되어 변색된 이후의 검은 철의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읽은 리뷰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 두 전시들 중 ‘쇠, 철 강’보다 ‘王이 사랑한 보물’을 더욱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러나 나는 ‘쇠, 철, 강’에서 더욱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王이 사랑한 보물’은 물론 반짝거리고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섬세했고 그래서 놀라웠지만 그것 외에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어떠한 생각을 던져주는 유물이 적었던 것 같다. 또한 사진으로 전시된 유물들도 있었다. 이 전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연합체인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의 소장품, 18세기 바로크 왕실 예술품을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한다는 의미가 가장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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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전시를 아무 생각 없이 구름 흘러가듯 지난 것은 아니다. 청동의 방에 전시된 한 조각품을 보면서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렇듯 두툼하고 매끄러운 인간의 몸을 금속으로 표현할 수가 있나 하며 놀라워서 한참 동안 요리조리 뜯어보기도 했다. 또 이 전시에는 특히나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셨는데 무엇이 그 분들을 끌어왔는지, 그 분들에게 특별히 작용하는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도자기가 왜 서양인들에게, 특히 유럽인들에게 로망으로 여겨졌는지, 단지 그들에게 이전에 없었다는 이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는지 그 배경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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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나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도자기를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도자기와 밀접하게 자라온 나는 두 전시에서 예상치 못하게 도자기를 많이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철화백자와 더불어 유럽 최초로 제작한 마이센 자기 등 동서양의 도자기를 한 번에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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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면서 더더욱 느끼게 되었는데, 나의 글들은 항상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그에 따른 감정들의 연속인 것 같다. 어떠한 것을 마주쳤을 때의 그 느낌과 기분, 그리고 생각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이것이 전시에 대한 어떤 객관적인 정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느낀다. 허나 곧 이 전시를 보러 갈 누군가가 이 글을 읽었다면 혹시나 한 명이라도 내가 위에서 언급한 유물들 앞에서 ‘어, 나 이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었어! 그 때 그 사람은 이 유물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고 했던 것 같아!’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것은 아마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조용한 소통이 될 것이라고.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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