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남도 음악의 재발견, 모던국악기행, 남도의 멋 [공연]

익숙함의 재발견
글 입력 2017.10.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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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멋.jpg
 


Prologue.


남도 음악은 나에게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내가 나고 자란 곳의 음악이고,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자주 들었던 것이기에 굳이 말로써 표현해보자면 마음에 굉장한 안식을 주는 편안한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런 익숙함을 공연으로 멀리 타지에서 만난다는 것은 장소가 바뀐 것 그 이상의 의미로 나에게 많은 새로움을 가져다주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부_남도의 멋이 담긴 전통


1부에서는 남도의 전통적인 곡이 연주되었다. 남도 시나위와 해남씻김굿이 그 프로그램으로, 예능보유자인 명인의 출연이 무대를 더욱 빛나게 했다. 본래 시나위는 무속음악이지만, 삼현육각의 연주자들이 각자의 기량을 뽐내며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각 주자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신의 소리를 밀어나가는 힘이 느껴져 긴장감과 함께 조화로움이 잘 배어나는 음악이다. 합주할 때와 하나의 악기만 소리를 내는 독주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시나위의 구성은 서양음악의 재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서로를 끌어주는 가락과 그 가락이 모여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시나위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즉흥 속의 조화’ 덕분일 것이다.
 
이어진 해남씻김굿 무대는 예능보유자 이수자 씨의 출연으로, 혼을 달래는 씻김굿 무대를 관객을 위한 축원을 기리는 것으로 꾸며주셨다. 해남씻김굿 중에서도 제석굿으로 구성되었던 이번 무대는 공연 시간 동안 이어지는 구음에 얹어진 기원의 말들이 마음에 잘 와닿았던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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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_남도의 멋을 재해석하다


2부에서는 남도 음악을 재해석한 실내악곡이 연주되었다. 육자배기 주제의 실내악 <연정가>와 남도찰현이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신디사이저, 드럼, 북으로 연주되어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오랜 시간 남도의 <흥타령>, <육자배기> 등을 들으며 남도 소리 특유의 떨기, 꺾기를 민요로 접해왔던 기억이 새롭게 느껴져 조금은 낯선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알던 음악이 맞는지, 그 음악이 어떤 부분에서 이렇게 재해석이 될 수 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을 음악을 듣는 내내 했던 것 같다. 두 곡 모두 집중해서 잘 듣고 있으면 가락의 사이사이로 들리는 남도 음악을 찾아내는 것도 곡을 듣는 감동과 재미를 더해주었다. 분명 알고 있었던 남도음악의 선율골격과 장단을 보다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주제로 풀어내는 것을 들으며 반대로 이 곡을 통해 남도 음악이 가진 멋을 다시 느껴볼 수 있기도 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새롭지 않다며 익숙하다고 넘겨버렸던 것들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보고 듣는 경험은 매우 신기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해석이 바뀌어 이렇게 다른 음악이 된 남도 음악이 가진 다양한 면모와 멋을 알게 된 것이 오묘한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더 세밀히 그 멋을 알고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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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주제였던 남도 음악이 낯설었을 사람들이 좀 더 다가가기 쉽도록 구성된 곡의 짜임과 더불어, 관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무대의 사이에 음악 길라잡이 역할로 등장하신 김용우 씨가 해주셨던 풍부한 해설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가치와 멋을 가진 음악인지 안내하고 그 내용을 관객과 진정으로 나누려던 마음이 전해져 덕분에 공연을 배로 즐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남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의 기억이 담긴 음악을 공유하고 새롭게 짚어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모던국악기행_남도의멋_뒙전단_국립극장용.jpg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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